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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보여준 질 샌더

JIL SANDER 2021 FALL/WINTER COLLECTION

by d code official




FALL/WINTER 2021 WOMEN'S COLLECTION, PARIS, FRANCE

BY LUCIE & LUKE MEIER



패션계에 불었던 지난 1년간의 불안감과 고립감은 수많은 디자이너들로 하여금 안락함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게 했습니다. 그러나 대중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취향에 의구심과 지겨움을 느꼈고 이 감정들은 새로운 무언가를 갈구하는 것으로 변해갔죠. 이에 맞춰 많은 패션 하우스들은 자신들이 고수해왔던 일종의 선을 넘어 모험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맞닥뜨려야만 했습니다. 미니멀리즘을 대표하는 하우스인 질 샌더는 어땠을까요? 루크 & 루시 마이어 부부는 커다란 모험 안에서 자그마한 변화를 보여줬습니다. 미니멀리즘 디자인에 대한 자신들의 정의를 재정립해 우리들에게 보여준 것이죠.



"다시 한번 즐거움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우리가 만들어내는 질 샌더의 옷을 통해서 말이죠."



마이어 부부는 질 샌더의 2021년 가을·겨울 컬렉션을 통해 역동적인 바로크 미술의 방식으로 짜인 베스트와 진주로 가득 채운 핸드백 그리고 불규칙적인 패턴의 플로럴 패턴을 중점적으로 풀어냈습니다. 지난 컬렉션과는 다르게 장난기 넘치는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었죠. 물론 질 샌더의 기본기인 깔끔한 실루엣과 고급스럽게 짜인 테일러링이 그 뒤를 받쳐주고 있었습니다. 또한 루크 & 루시 마이어 부부는 팬데믹 사태로 인해 트렌드로 급부상한 스웨트 셔츠와 스웨트 팬츠에 대한 코멘트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항상 트레이닝 웨어를 입고 있으면 패션에 대한 혁명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라는 것이었죠. 실험과 모험으로 가득 찼던 이번 시즌에도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았던 두 사람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코멘트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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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질 샌더의 장난기 가득한 무드


두 사람이 질 샌더를 디렉팅 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는 바로 최대한 깔끔한 실루엣을 통해 간결한 라인을 보여주는 것과 그 속에서 따뜻함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여러 가지 기술들을 주입시키는 것입니다. 그로 인해 위에서 언급했던 바로크 미술을 떠오르게 하는 의상들과 핸드백 그리고 유니크한 플로럴 패턴이 탄생한 것이죠. 군데군데 실크로 만들어낸 프린지 디테일과 바우하우스 그래픽을 기하학적으로 표현한 니트에서도 이들의 의도를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질 샌더에서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매우 뜻밖의 컬렉션이었고 어쩌면 그것 때문에 더욱더 매력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또한 새로운 컬렉션을 발표하면서 메종 마르지엘라와 마르니가 소속되어 있는 OTB 그룹으로의 매각 소식을 알린 질 샌더. 지난 2008년도부터 일본의 온워드 홀딩스에 소속되어온 질 샌더이지만 팬데믹 사태로 인한 점포 폐쇄와 소비 위축으로 온워드 홀딩스는 질 샌더의 매각을 결정했고 결국 OTB 그룹의 품에 안기게 된 것이죠. 세계적인 구축망을 통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브랜드에게는 최고의 서포터가 되어줄 이들을 통해 과연 질 샌더는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여줄까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이들의 다음 시즌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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