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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만에 도쿄에서 개최된
언더커버의 런웨이 컬렉션

UNDERCOVER FW21 "CREEP VERY" COLLECTION

by d code official


UNDERCOVER 2021 FALL/WINTER

COLLECTION "CREEP VERY"


라디오헤드의 데뷔 앨범에 수록된 전설적인 곡인 CREEP과 90년대 재패니메이션의 대표작인 에반게리온을 주제로 진행된 언더커버의 2021년 가을·겨울 통합 컬렉션이 지난주 금요일 도쿄 패션위크를 통해 공개되었습니다. 19년 만에 도쿄에서 런웨이 쇼를 진행한 언더커버의 설립자이자 디자이너인 준 타카하시는 두 개의 주제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계속해서 이어갔으며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남성복과 여성복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CO-ED 컬렉션으로 진행된다는 소식에 대부분의 팬들은 지난 1월, 룩북으로 공개되었던 남성복의 2021년 가을·겨울 시즌이 그대로 무대에 오른다고 생각했지만 준 타카하시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이며 남성복은 에반게리온, 여성복은 라디오헤드의 대표곡이자 음울한 분위기를 발산하는 CREEP을 주제로 삼아 우리들에게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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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S SHOW


쇼의 시작은 에반게리온의 테마로 제작된 남성복으로 시작되었으며 2012년에 개봉된 '에반게리온 Q'의 주제곡인 우타다 히카루의 '벚꽃 흘려보내기'를 DJ인 MARS89가 리믹스한 곡이 장내에 흘러나왔습니다. 그는 지난 2020년 봄·여름 시즌에 언더커버와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죠. 준 타카하시는 원곡의 느낌은 유지하면서 이번 컬렉션과 잘 어울리는 곡이 탄생됐다는 코멘트와 함께 이 곡의 사용을 허락해준 우타다 히카루에게도 감사의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남성복의 첫 시작은 포근한 무드의 파자마와 양말을 착용한 앳된 모델들이 땅만을 응시한 채 걸어 나왔으며 모델들의 표정에서는 절망감이 가득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연약하지만 순수한 마음을 가진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준 타카하시의 의도가 담겨 있었죠. 끊임없이 엇갈리는 감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물리적 형태로 바꿔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였다는 그는 자신의 세계관을 느끼고 이해해주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뒤이어 10명의 어린 모델들이 무대를 빠져나갈 때쯤 무대의 조명은 암전 되었고 곧바로 빨간색 레이저가 무대를 비췄습니다. 극 중 등장하는 생체 전투병기를 뜻하는 에반게리온의 프로토타입인 '0호기'의 투구를 형상화한 헤드피스를 시작으로 다양한 에반게리온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인간들의 전투복인 플러그 슈트를 형상화한 의상 또한 언더커버만의 재해석을 담은 모습으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 1월 발표된 2021년 가을·겨울 남성 컬렉션과는 완전히 다른 컬렉션을 선보인 점 또한 특이한 점 중 하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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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MEN'S SHOW


에반게리온으로 시작된 언더커버 도쿄 컬렉션의 여성복 파트가 시작될 무렵 무대의 조명은 180도 바뀌었고 음울한 푸른빛으로 가득 찼던 남성복 파트와는 달리 붉은빛의 조명이 무대를 감쌌습니다. 라디오헤드의 리더이자 준 타카하시의 절친이기도 한 톰 요크는 이번 컬렉션을 위해 특별히 CREEP의 어쿠스틱 버전을 직접 리믹스하는 과정을 통해 의도적으로 템포를 늦춰 원곡보다 더욱 감성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곡을 완성시켰죠.


실제로 준 타카하시는 이 곡의 최종 버전을 들었을 때 눈물을 흘렸다고도 합니다. 원곡의 엄청난 인기로 인해 같은 앨범에 수록된 다른 곡들이 빛을 발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 곡에 대한 증오심을 표출하기도 했었던 톰 요크가 이 곡을 사용한 것으로 보아 둘의 사이가 얼마나 가까운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언더커버의 여성복은 헝클어진 리본과 우아한 무드로 커팅된 소매 그리고 스웨덴의 화가인 마르쿠스 애케손의 작품을 통해 전체적으로 앤티크하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었으며 눈물을 표현한듯한 메이크업으로 라디오헤드의 곡과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비교적 캐주얼한 아이템을 통해 대중성 또한 놓치지 않았죠. 아름다움 속에 존재하는 어두운 면에 초점을 맞춘 준 타카하시는 이번 런웨이 컬렉션을 통해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대중들이 알아채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으며 우리가 희망을 원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습니다. 묵직하고도 선명한 언더커버만의 판타지를 통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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