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F SIMONS 2021 FALL/WINTER COLLECTION
Ataraxia, Equanimity, Dichotomy, Synchronicity, Allegiance, Devotion
라프 시몬스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는 지금까지 자신의 컬렉션을 통해 영화와 음악 그리고 예술에 대한 방대한 지식으로 우리에게 여러 가지의 모습을 보여줘 왔습니다. 무려 가구에 대한 내용을 담아내며 한계가 없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죠. 재미있는 사실은 그의 컬렉션을 보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낄 난해함이라는 부분이 엄청난 연구 과정을 통해 탄생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의 작품은 곧 자신의 삶이자 욕심이었고 자기 자신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장치였다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이번 라프 시몬스의 2021년 가을·겨울 컬렉션은 그가 쌓아온 아카이브를 집대성한 쇼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그는 이번 컬렉션을 두고 "이번 시즌은 제가 살아오며 사랑하는 것들을 모두 담아내려고 했어요. 이전 컬렉션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던 디테일을 찾는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겁니다."라고 말하며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라프 시몬스가 패션 디자인을 시작하기 전에 산업 디자인을 전공했다는 사실은 유명합니다. 벨기에 헹크에 위치한 플라망 타운에서 나고 자랐던 그는 도시가 탄광 산업단지에서 문화의 중심지로 변해가는 과정을 겪으며 수많은 문화를 습득했고 자신의 전공과 연관이 있는 기술 발전과 현대 문명에 대한 곡을 썼던 테크노 그룹인 '크라프트베르크'에게 제일 큰 영향을 받았죠.
그렇기에 이번 컬렉션에서도 이들의 대표곡인 'Radioaktivität'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라프 시몬스는 이들에 대한 코멘트도 있지 않으며 "크라프트베르크의 음악은 저의 삶을 비롯해 작품을 형성하는 것에 정말 큰 영향을 줬어요. 지난 1998년에는 그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한 컬렉션을 발표하기도 했죠. 이번 컬렉션의 음악을 담당해달라는 부탁에 흔쾌히 응해준 그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의상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보죠. 라프 시몬스는 이번 컬렉션의 의상을 제작하기 위해 자신의 아카이브를 다시 한번 면밀히 관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는 더욱더 깊은 상상력을 발휘했죠. 그 결과로 재해석이라는 코드에 맞춰 진행된 이번 컬렉션의 모든 피스들은 작년 한 해동안 트렌드의 중심에 있었던 편안한 오버사이즈 실루엣을 담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이 트렌드에서 벗어나 더욱 과감한 실루엣과 신체에 밀착되는 실루엣에 도전하는 계절에 새로운 유행의 흐름에 역행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죠. 오버사이즈 실루엣이 자신을 완성시켜주는 것 중 하나라고 말해온 그는 헐렁한 누빔 재킷과 느슨하게 짜인 베스트 그리고 무릎까지 내려오는 케이블 니트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다시 한번 명확히 했습니다.
그것뿐이었을까요? 라프 시몬스는 오버사이즈 실루엣을 비롯해 칼날처럼 날카로운 테일러링 실루엣을 함께 선보였습니다. 다양하고도 격렬한 젊음의 상징과 함께 말이죠. 비록 서로 연결되지 않은 상징들이지만 그는 이것들이 결합되어 어떤 시너지 효과를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는 노력을 했고 결국 그 해답을 찾아냈습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로 하여금 가장 필요한 것을 만들어낸 것이죠. 지금 바로 첨부된 비디오와 런웨이 포토를 통해 라프 시몬스의 2021년 가을·겨울 컬렉션을 직접 경험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