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라하라 패션의 대표격,
타키자와 신스케의 네이버후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우라하라 패션과 네이버후드에 관한 이야기들.

by d code official
1.jpg


1.jpg

NEIGHBORHOOD

BY SHINSUKE TAKIZAWA


네이버후드와 같은 스트리트 웨어의 거물급 브랜드는 패션에 대해 조금이라도 깊게 파고든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는 익숙한 브랜드일 겁니다. 적어도 마니아층은 존재할만큼의 브랜드라고 볼 수 있죠. 지난 20년 동안 네이버후드는 근성 있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강력한 인상을 심어줘왔으며 'CRAFT WITH PRIDE'라는 슬로건 아래 유니크한 창작물과 스토리 텔링으로 우리에게 추억을 선사해줬습니다. 이번 디코드 트렌드 뉴스 콘텐츠에서는 1994년도에 설립되어 지금까지 쉴 새 없이 달려오고 있는 타키자와 신스케의 네이버후드에 대해 다룬 내용으로 가득 찰 예정입니다.


패션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국내 패션 커뮤니티는 물론이고 여러 검색 포털 사이트를 통해 관심 있는 브랜드나 디자이너에 대해 찾아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일본의 패션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면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국내에도 성행했던 일본 하라주쿠의 패션을 일컫는 '우라하라'라는 단어도 들어본 적이 있겠죠. 그곳에서 자신의 꿈을 키우며 디자인을 공부하고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었던 이들은 일본의 패션사에 굵직한 역사를 새겼습니다. 더욱 나아가 세계에서도 통할 만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죠.


네이버후드를 비롯해 더블탭스, 와코 마리아, 베이프, 히스테릭 글래머, 프라그먼트 디자인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모두 자신들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브랜드들이죠. 하지만 설득력 있는 스토리 텔링과 문화적 다양성 그리고 브랜드의 품질을 관리하는 능력을 모두 평가해봤을 때는 네이버후드만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브랜드는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1.jpg
5.jpg

네이버후드를 이끌어가는 영감의 원천


타키자와 신스케는 자신의 10대 시절이었던 1980년대 초에 하라주쿠에 처음 방문했습니다. 당시의 하라주쿠는 후지와라 히로시와 같은 인물들이 런던의 펑크 뮤직과 테디 보이 룩을 비롯해 뉴욕의 힙합 뮤직과 비보잉을 전파하며 문화적인 발전 시기를 겪고 있었죠. 이 문화는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우라하라에서 탄생된 수많은 패션 브랜드에게도 엄청난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러한 환경에 매료된 타키자와 신스케는 시간이 흘러 1994년 자신의 브랜드를 우라하라에 내놓기로 결정하죠.


그는 우라하라 패션신의 대표 격이었던 후지와라 히로시의 '굿 이너프(Good Enough)'와 키타무라 노부히코의 '히스테릭 글래머(Hysteric Glamour)'를 뒤를 잇고 싶어 했고 자신의 삶이라고 할 수 있는 펑크록 뮤직과 모터사이클 문화에 대한 열정을 자신의 패션 브랜드를 통해 알리고자 했습니다. 현재 FPAR과 디센던트 그리고 더블탭스의 수장이기도 한 테츠 니시야마도 네이버후드의 창립 멤버 중 한 명이었죠. 네이버후드라는 브랜드의 이름은 함께 어울리며 꿈을 키워갔던 친구들이자 이웃과도 같았던 이들을 떠올리며 지었다고 합니다.




6.jpg
7.jpg
10.jpg
14.jpg
17.jpg
18.jpg


끈끈한 관계를 기반으로 하다.


공동으로 브랜드를 설립하거나 샵을 운영하는 방식이 유행이었던 당시 일본 패션계의 공생 관계는 오늘날의 패션계에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인 협업 프로젝트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우라하라의 수많은 패션 피플들은 자신의 기술과 추구하고자 하는 관점을 동료들과 공유하며 "끈끈한 관계를 기반으로 한다.", "같은 비전을 공유한다."와 같은 마인드로 각자의 퍼즐 조각들을 맞추며 새로운 아이템을 공동으로 개발해왔죠. 각각의 정체성은 달랐지만 함께 모였을 때에는 일관성을 띠는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타키자와 신스케는 펑크록 뮤직과 모터사이클 문화를 기반으로 미학적인 부분을 강화시켰고 일본의 스트리트 웨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가 되는 것에 가장 큰 역할을 해냈던 블랙 컬러와 해골을 형상화한 그래픽 디자인으로 자신의 브랜드인 네이버후드를 키워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라하라 동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네이버후드는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도 말했죠.


또한 네이버후드는 1998년에 처음으로 일본에 진출했던 슈프림과도 친분을 쌓으며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이는 곧 세계로 뻗어나가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스케이트 보드 문화를 기반으로 슈프림의 인기가 천정부지로 솟아올랐기에 같은 부류의 서브컬처를 다루는 네이버후드도 그들과의 만남을 지나칠 수 없었던 것이죠. (실제로 하라주쿠에 위치한 네이버후드의 플래그십 스토어의 바로 위층이 슈프림의 하라주쿠 스토어.) 네이버후드는 뛰어난 품질과 장인 정신 그리고 디테일에 대한 집착으로 해외 브랜드와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며 점점 선도적인 브랜드가 되어갑니다.




1.jpg
2.jpg
5.jpg
8.jpg


세계로 나아가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당시의 우라하라 지역은 오늘날처럼 번화가스러운 모습을 갖추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특정 매니아들만 찾는다고 해도 무방한 곳이었죠. 그 당시 수많은 디자이너들과 상점들이 몰려든 이유는 바로 임대료가 저렴했기 때문입니다. 그곳에서 언더커버의 준 타카하시와 베이프의 니고가 차린 매장인 'NOWHERE'가 탄생하기도 했죠. 2000년대에 들어선 네이버후드의 타키자와 신스케 또한 당시 더블탭스를 설립하며 자신의 브랜드를 갈고닦아 나가던 중이었던 테츠 니시야마와 함께 'HOODS'라는 매장을 설립해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홍콩과 서울에도 매장을 설립하며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게 되죠. 이로 인해 세계적인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인 아디다스에서 네이버후드에 대한 관심을 내비쳤고 두 브랜드는 2005년 처음으로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됩니다. 아디다스의 상징적인 스니커즈 모델인 슈퍼스타를 베이스로 네이버후드의 상징인 블랙 컬러와 해골 그래픽을 삽입해 한정된 수량으로 발매하여 지금은 구하기 힘든 레어 아이템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당시의 네이버후드가 아디다스를 통해 보여준 협업 프로젝트는 아디다스에게도 큰 경쟁력이 되었습니다.




1.jpg
7.jpg
8.jpg
10.jpg
13.jpg


계절이 아닌 테마에 집중하다


기본적으로 패션 브랜드라 함은 1년에 2개의 시즈널 컬렉션(봄·여름, 가을·겨울)을 선보이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네이버후드를 비롯한 수많은 일본 브랜드는 시즈널 컬렉션을 진행하되 디자이너가 영감을 받는 문화적인 요인과 시대의 움직임에 더욱 민감한 편입니다. 네이버후드의 경우 매번 색다른 그래픽 디자인과 설계 방법을 통해 오랜 세월 동안 브랜드를 지탱해왔던 모터사이클 & 펑크록의 정신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죠.


타키자와 신스케는 약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 콘셉트를 밀어붙여 자신들만의 문화가 업계에 완전히 들어섰을 때에도 안일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해외의 뮤직 페스티벌과 모터사이클 전시회에 참석하며 영감을 얻으려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줬습니다. 밀리터리에도 관심이 많던 그는 1960년대 영국에서 성행했던 모즈족들의 M-65 피쉬테일 파카라던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인 택시 드라이버에서 로버트 드 니로가 분했던 트래비스 비클이라는 캐릭터의 의상에서도 자신의 탐닉적인 태도를 한껏 발휘했습니다. 이외에도 그가 영감을 받는 부분은 셀 수가 없을 정도이죠. 그 영감들은 간혹 시즈널 컬렉션이 아닌 캡슐 컬렉션을 통해 우리에게 선보이기도 합니다.




2.jpg


스트리트 웨어에 국한되지 않는 모습


네이버후드라는 브랜드를 설명할 때에 이 사실을 빼놓을 수는 없겠죠. 네이버후드가 지향하는 핵심적인 부분이기도 합니다. 단지 스트리트 웨어라는 장르로 이 브랜드를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네이버후드는 모터 사이클, 펑크록, 저항정신, 밀리터리 등 수많은 장르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타키자와 신스케는 이러한 장르들을 자신의 감각만으로 조립하여 재탄생시키는 과정을 즐기고 있으며, 그 결과물들은 오히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서 마주치는 것들보다 더욱 실감 나게 만들어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을 캐치해 우리에게 놀라움 혹은 추억이라는 감정을 다시금 끄집어내는 것이죠. 타키자와 신스케는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말합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만족하며 브랜드의 근간을 지켜낸다면 그 뒤에 일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네이버후드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매튜 윌리엄스가 밝히는 지방시의 재창조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