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획기적인 파트너십, 콜라보레이션이 아닌 해킹 랩.
구찌의 100주년을 기념하는 컬렉션이 공개되었습니다. 럭셔리 패션의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는 발언이 과장된 표현이 아닐 만큼 획기적인 모습으로 말이죠. 기존의 수많은 패션 하우스와 디자이너 그리고 천편일률적이던 스케줄링은 모두 잊어도 될 만큼의 결과물이었습니다.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이끄는 구찌 하우스는 전례 없는 컬렉션을 발표하며 새로운 방식을 우리에게 제공했고 같은 그룹에 속해있는 뎀나 바잘리아의 발렌시아가와 함께 한 '해킹 랩' 컬렉션 또한 함께 만나볼 수 있었죠. 구찌의 100주년을 기념하는 "ARIA" 컬렉션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이번 콘텐츠를 통해 만나보세요.
우선 구찌의 100주년을 기념하는 컬렉션인 만큼 누군가와의 협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은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같은 그룹에 속한 럭셔리 패션 하우스가 그 파트너가 되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 파트너가 발렌시아가라면 더욱이 그렇겠죠. 하지만 알레산드로 미켈레와 뎀나 바잘리아는 꾸준히 서로의 세계관을 공유해왔고 이렇게 새로운 기획을 추진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인물로 알려져 왔습니다.
또한 두 사람은 이번 협업을 나타내는 단어 또한 콜라보레이션이라는 단어가 아닌 해킹 랩(Hacking Lab)이라는 단어로 정의하며 그동안 구찌가 봄·여름 혹은 가을·겨울로 시즈널 컬렉션과 성별에 구분을 두지 않으며 자신들만의 독립적인 행보를 보여준 이유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을 더해냈습니다. 두 하우스의 만남은 각자의 시그니처 디자인을 혼합하는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대표적인 아이템으로는 승마복에서 모티브를 따온 재킷과 코트가 눈에 띄었습니다. 구찌의 모노그램을 베이스로 발렌시아가의 로고를 사선으로 배치한 것으로 마무리되었죠. 그 외에도 홀스빗 디테일을 추가한 핸드백과 클로저 부분에 발렌시아가의 뜻하는 B를 메탈로 처리한 핸드백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뎀나 바잘리아는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자신의 디자인과 패턴 그리고 스타일을 변형시키는 과정에 상당한 흥미를 느꼈다고 하죠.
구찌의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총 94개의 피스가 공개된 컬렉션을 통해 브랜드의 역사를 담아내려 노력했습니다. 구찌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프리다 지아니니의 웨스턴 무드 그리고 톰 포드의 벨벳 슈트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피스들은 물론 젠더리스를 강조했던 자신의 디자인을 새롭게 탄생시켰죠. 항상 많은 요소들을 내포하고 있는 구찌 컬렉션에 어울리는 구성이었죠.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구찌는 컬트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톰 포드는 구찌에 이런 힘이 있다는 것을 가장 먼저 깨달은 사람일 거예요."라며 톰 포드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그는 의상 디자인 외에도 컬렉션의 모든 부분에 구찌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채워냈습니다. 패션 필름의 오프닝에 등장하는 'SAVOY CLUB'은 런던에 위치한 사보이 호텔에서 오마주한 부분으로 구찌 하우스의 창업자인 구찌오 구찌가 어린 시절 엘리베이터 보이로 일했던 곳이었습니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간 뒤에는 그동안 구찌에 대한 곡을 써온 아티스트들의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릴 펌의 'Gucci Gang'을 시작으로 릭 로스의 'Green Gucci Suit' 그리고 배드 베이비의 'Gucci Flip Flops'이 차례대로 들려왔죠. 구찌 하우스가 대중문화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했는지에 대한 부분을 상기시키는 하나의 장치였습니다. 컬렉션의 이름인 아리아(Aria)는 이탈리아어로 공기를 뜻하며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쇼 노트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간절히 원하는 모든 것들을 담아낸 이 곳의 공기를 느껴보라."는 의도를 담아낸 것이었죠.
이번 컬렉션은 구찌의 100주년을 기념하는 파티와도 같은 분위기를 통해 그동안 쌓아온 아카이브와 미래에 대한 비전을 느껴볼 수 있었고 "패션이 있는 곳에 생명이 있다. 그리고 그 생명들을 통해 패션은 살아난다."라는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코멘트를 통해 구찌의 새로운 모습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었던 쇼였습니다. 또다시 100년이 흐른 뒤의 구찌는 과연 어떤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