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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버 엘바즈가 쌓아온
화려한 유산을 기리며

가장 위대한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기억될 그의 지난날을 되돌아보다.

by d code 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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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EMORY OF ALBER ELBAZ


지난 주말, 랑방 하우스에서 14년간 몸 담으며 자신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렸던 패션 디자이너인 알버 엘바즈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최근 자신의 새로운 레이블인 'AZ 팩토리'를 설립하며 5년 만에 업계에 복귀한 그였기에 더욱 충격적인 소식이었죠. 그는 업계에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쳐왔으며 놀라운 유산들을 남겨왔습니다.


수년간 고급스러운 쿠튀르 컬렉션 디자인을 베이스로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해왔으며 항상 겸손한 자세로 주변 인물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인물이기도 했죠. "항상 겸손하고 작게 행동하라."라는 말을 항상 해왔던 그였기에 그의 사망 소식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미어지게 했습니다. 이번 디코드 뉴스 콘텐츠에서는 그가 지금까지 남겨왔던 크고 작은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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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부터 드레스 스케치를 시작하다


모로코에서 태어난 알버 엘바즈의 어머니는 화가였으며 아버지는 미용사였습니다. 그렇기에 항상 창의로운 작품들이 그의 삶에 존재했고 그 영향으로 일곱 살이라는 어린 나이부터 드레스 스케치를 시작할 정도였죠. 몇 년 후 그의 가족은 이스라엘로 삶의 터전을 옮겼고 그는 자연스레 디자인 전공을 선택해 세계 최고의 패션스쿨 중 하나인 셴카르 컬리지에 입학하게 됩니다. 24살이 되던 해에는 단돈 800달러를 들고 뉴욕으로 넘어가 가장 자신 있었던 분야인 드레스를 통해 자신의 꿈을 펼치기 시작합니다. 그는 당대 최고의 드레스 메이커였던 '제프리 빈'의 눈에 띄어 7년 간 그의 어시스턴트 디자이너로 일하며 경험을 쌓은 뒤, 프랑스의 레이블인 '기 라로쉬'의 헤드 디자이너로 취임해 자신의 첫 번째 컬렉션을 진행했고 플로럴 패턴을 담은 여성 드레스로 평단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가 보여준 기 라로쉬에서의 네 번째 컬렉션을 통해 큰 인상을 받았던 이브 생 로랑과 그의 파트너였던 피에르 베르제는 그를 영입했고 그가 보여줘 왔던 여성적인 감성과 글래머러스한 룩을 선보였던 이브 생 로랑의 요소들을 혼합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는 총 세 번의 컬렉션을 진행했고 구찌 그룹이 이브 생 로랑을 인수하며 톰 포드가 그의 대체자로 영입됐죠. 결국 알버 엘바즈는 2001년 랑방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부임해 약 14년간 하우스를 이끌게 됩니다. 그의 진정한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시간이었죠. 몰락의 길을 걷고 있던 랑방을 파리 패션위크의 메인 쇼로 다시금 부활시킨 그의 작품들은 지금까지도 의심할 여지없이 최고로 뽑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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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방 하우스에서 보낸 14년이라는 시간


그는 랑방에 재직하는 동안 화사한 매력을 담아낸 낙관주의적 디자인과 진한 실루엣을 통해 업계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컬렉션을 선보였으며 2005년에는 미국 패션 디자이너 협회에서 주관하는 아메리칸 패션 어워드의 인터내셔널 디자이너 상과 타임지가 선정한 2007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도 뽑히기도 했습니다.


2016년에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최고 권위의 훈장이라고 불리는 '레지옹 도뇌르'를 수여받기도 했죠. 그러나 만남에는 이별도 있는 법이겠죠. 레지옹 도뇌르를 수여받은 그는 곧이어 랑방 하우스를 떠난다는 소식을 알려왔습니다. 이는 업계에 큰 충격을 가져다주었는데, 당시의 패션 업계는 클래식했던 관점으로 브랜드를 이끄는 디자이너에서 비즈니스에 능한 디자이너로 교체하는 시기를 겪고 있었습니다. 디올의 라프 시몬스도 같은 이유로 하우스를 떠나기도 했죠. 상업적인 부분을 더욱 중요시하게 됐던 수많은 경영진들의 선택이 그 이유였습니다.


남성 디자이너들이 여성복에 대한 신선한 해석을 보여주는 것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약간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알버 엘바즈는 달랐습니다. 여성복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디자이너였죠. 그는 여성을 '다면적인 존재'라고 표현했으며 이와 같은 시각으로 만들어지는 그의 컬렉션은 리아나, 나탈리 포트만, 루니 마라 등 수많은 셀러브리티들이 레드 카펫에서 애용했습니다. 2012년에 치러진 오스카 시상식에서 알버 엘바즈의 랑방 드레스를 입은 메릴 스트립은 수상 소감을 통해 알버 엘바즈의 이름을 거론하기도 했죠. 그녀는 "알버 엘바즈가 만든 이 드레스는 저를 더욱 나은 존재로 느끼게 해 줘요. 이런 느낌은 처음입니다."라고 말하며 그를 치켜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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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새로운 패션 시스템을 기획하다


그렇게 랑방에서의 커리어를 끝낸 그는 지속적으로 탐닉적인 자세를 취했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해 연구했죠. 동시에 심리적인 관점에서 여성을 더욱 깊게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연구 끝에 지난 1월, 솔루션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레이블인 'AZ 팩토리'를 통해 우리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사이즈는 2XS부터 4XL까지 전개되었고 럭셔리하지만 패셔너블하고 합리적인 가격대를 추구했죠.


엄청난 커리어를 자랑하는 디자이너가 이런 브랜드를 설립했다는 것은 새로운 주제였고 보기 드문 사례였습니다. 그는 "금기시되다시피 했던 부분을 양지로 끌어올리고 싶었어요. 저를 보면 알 테지만 엄청난 체중을 가진 이들도 멋을 부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죠. 사이즈와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 그리고 알버 엘바즈다운 컬렉션이었습니다.


이렇게 우리에게 완전히 새로운 패션 시스템을 선보일 준비를 끝마친 상태였기에 그의 죽음은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의 유산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며 그에 대한 기억 또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겁니다.



"패션 디자이너는 사람들로 하여금 꿈을 꾸게 해요. 그리고 생각하게 만들죠. 어떤 때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합니다. 그게 제 일이어서 정말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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