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P + KANYE WEST = YZY
지난해 6월, 칸예 웨스트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하나의 사진과 글을 포스팅합니다. 그 글은 자신의 일상과 앨범에 관한 것이 아닌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듯한 게시물이었죠. #westdayever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어딘가 익숙한 로고 디자인은 그의 새로운 패션 프로젝트임을 알리는 게시물이었습니다. 갭(GAP)의 로고에 자신의 브랜드인 이지(YEEZY)의 레터링을 넣은 것이었죠. 또한 그 협업의 디자인을 담당할 디자이너로 나이지리아 출신의 모와롤라 오군레시를 영입했다는 소식을 함께 전했습니다.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패션 이스트 무대에 서며 자신의 이름을 업계에 알린 디자이너였기에 칸예 웨스트가 다소 과감한 선택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칸예 웨스트 덕분에 갭의 주가는 40%나 증가했으며 그의 고향인 시카고에 위치한 갭의 매장은 그의 메시지가 적힌 새하얀 천으로 뒤덮여 팬들의 기대감을 증폭시키기도 했습니다. 아직까지 많은 정보들을 만나볼 수 없는 칸예 웨스트와 갭의 협업 컬렉션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대해볼 수 있을까요? 이번 컨텐츠에서는 발매를 앞둔 이 컬렉션에서 우리가 만나보고 싶은 테마와 아이템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지난 2015년 아디다스와 함께 손을 잡고 YEEZY 시리즈를 공개했던 칸예 웨스트는 공식 석상에서 "모든 이들이 나의 브랜드를 입고 신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라고 발언하며 많은 팬들의 기대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다른 브랜드들의 한정판 제품들과 다를 바 없는 발매 방식과 적은 수량으로 웃돈을 얹어야지만 그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죠. 많은 팬들은 지키지 못할 말은 하지 마라며 그에게 비판적인 메시지를 던져댔죠. 하지만 그가 패션 업계에 제대로 뛰어든 지 6년이 되는 해인 2021년은 그때의 그 말이 실현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디다스는 지속적으로 생산과 유통 시스템을 증가시켜 칸예 웨스트의 YEEZY 컬렉션을 보다 쉽게 구할 수 있게 만들었고 수량을 대폭 늘린 뒤, 추첨 방식이 아닌 선착순 방식으로 제품을 발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그의 신발은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정가에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갭과 함께 한 파트너십의 배경이 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칸예 웨스트는 지난 2018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YEEZY는 천재적인 수준의 인재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들과 함께 저렴한 가격으로 접근성이 높은 의류를 만들 거예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패션 브랜드로 성장하는 게 목표죠. 그리고 갭의 생산과 공급을 담당했던 디렉터를 영입했습니다. 아주 큰 도움이 될 겁니다."라고 밝히기도 했죠. 갭과 10년이라는 장기 계약을 체결한 것에는 이와 같은 인연이 있던 겁니다.
갭과 같은 대형 브랜드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YEEZY 라인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칸예 웨스트. 물론 첫 번째 컬렉션은 쉽게 구할 수 없을 겁니다. 아무리 많은 수량이더라도 말이죠. 하지만 10년이라는 기간의 장기 파트너십을 고려해보면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일 테죠. 갭은 북미 48개의 주에서만 약 600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유출된 정보에 따르면 가격대 또한 이지가 아닌 갭의 저렴한 가격대로 책정되어 더욱 기대를 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후디만큼 다재다능한 옷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칸예 웨스트가 만들어 낼 후디는 어떨까요? 유출된 정보에 따르면 후디는 칸예 웨스트와 갭의 협업 컬렉션에서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그가 평소에 가장 즐겨 입는 아이템이기도 하죠. 작년부터 아무런 무늬가 없는 후디를 착용하고 대중들 앞에 나타난 칸예 웨스트는 다양한 색상으로 변주를 주기도 하며 우리의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특히 블루 컬러의 후디를 가장 애용했죠. 또한 최근 SNS에 유출된 칸예 웨스트와 갭의 '퍼펙트 후디'는 어스 톤의 컬러들로 채워져 선택의 폭을 넓게 만든 듯 보였습니다.
약간은 짧은 듯한 기장감과 도톰해 보이는 두께 그리고 캥거루 포켓이 없는 형태의 후디는 칸예 웨스트가 즐겨 입는 후디를 그대로 빼다 박은 듯 보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기대할만한 부분은 무엇일까요? 물론 가격입니다. 갭이 기존에 판매하는 후디의 가격대는 한화 약 5만 원대로 세일 시즌에는 약 2~3만 원대로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역시나 유출된 정보에 따르면 퍼펙트 후디는 60달러로 책정되었으며 같은 컬러의 양말도 8달러라는 가격에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도 이 가격에 발매가 된다면 모든 색상을 하나씩 구매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겁니다.
칸예 웨스트의 이지와 갭이 만들어 낼 'YZY'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이라면 디자인 디렉터로 부임한 모와롤라 오군레시겠죠. 본인이 아닌 제2의 인물을 자신의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에 앉혔다는 사실은 많은 것들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3자 협업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칸예 웨스트의 주변에는 루이비통 남성복의 버질 아블로, 지방시의 매튜 윌리엄스, 피어 오브 갓의 제리 로렌조, 어 콜드 월의 사무엘 로스 등 수많은 패션 디자이너들이 있죠. 칸예 웨스트가 가지고 있는 이 거대한 네트워크가 갭과의 협업 프로젝트에도 적용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은 떨쳐낼 수가 없을 것입니다. 패션 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 무라카미 타카시와 같은 예술가와의 협업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위에서 언급한 퍼펙트 후디에 그들만의 디테일이 들어간다면 수많은 팬들의 환호성을 얻기에 충분할 겁니다. 물론 가격 또한 유지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죠.
이 이야기의 근거가 되는 사례가 있기도 합니다. 유니클로의 그래픽 티셔츠 라인인 UT의 디렉팅을 맡고 있는 니고(NIGO)가 좋은 예시가 될 것 같습니다. 전혀 함께하지 않을 것만 같던 유니클로와 카우스(KAWS)의 UT 컬렉션의 뒤에는 니고가 있었다는 사실이죠. 킴 존스의 디올 맨과 아베 치토세의 사카이 등과 함께 럭셔리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오던 그를 유니클로로 데려올 수 있었던 건 바로 니고와의 오랜 관계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갭에서도 칸예 웨스트의 오랜 네트워크를 통해 추가적인 협업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말이죠.
칸예 웨스트는 분명히 패션의 한 카테고리를 발전시킨 인물일 겁니다. 일상복과 운동복의 경계를 허문 애슬레저 룩에서 그의 진가를 느껴볼 수 있죠. 차분한 컬러를 담은 헐렁한 실루엣의 스웨트 셋업과 후디 그리고 보머 재킷의 대중화를 이끌어낸 그도 처음부터 좋은 반응만을 얻었던 건 아닙니다. 홈리스처럼 보인다는 시선도 있었죠. 하지만 작년 3월 파리 패션위크를 통해 예고에 없던 갑작스러운 런웨이를 펼친 그의 컬렉션은 디자인에 도가 튼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애슬레저 룩의 종착지라는 느낌마저 들었죠.
이제 우리는 갭에서의 칸예 웨스트는 어떨지에 대한 상상을 해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가장 기본적인 아이템인 티셔츠, 팬츠, 셔츠 등을 선보였던 갭에서 그는 과연 어떤 아이템들을 우리에게 제공할 수 있을까요? 자신의 아이덴티티로 자리 잡은 헐렁한 실루엣과는 정반대인 갭에서 말이죠. 그가 만들어내는 베이식 한 아이템도 점점 기대가 되는 부분입니다. 물론 누구나 편하게 입을 수 있는 형태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