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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팡 테리블로 불려온
장 폴 고티에, 그를 돌아보다.

약 6년간의 공백 끝에 레디 투 웨어로 복귀하는 장 폴 고티에

by d code 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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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ESTRO OF MAYHEM


장 폴 고티에가 약 6년간의 공백 끝에 레디 투 웨어 컬렉션으로 복귀한다는 소식을 알려왔습니다. 2015년 봄·여름 컬렉션을 끝으로 오트 쿠튀르에만 전념해온 그이기에 레디 투 웨어로의 복귀는 정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죠. 또한 90년대에 활동했던 패션 저널리스트인 조지나 호웰이 처음 사용하며 그의 닉네임으로 굳혀진 '혼란의 마에스트로'가 돌아온다는 소식의 이면에는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죠. 오는 7월 발표될 2021년 가을·겨울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서 게스트 디자이너를 초대해 컬렉션을 제작한다는 소식과 이어지는 모습이었습니다.


그의 복귀작은 팔로모 스페인, 오토링거, 앨런 크로체티 등 최근 파리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젊은 디자이너와 함께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카이의 아베 치토세가 참여하는 오트 쿠튀르만큼이나 기대감을 증폭시키기에는 충분한 소식이었죠. 1976년에 처음으로 자신의 레이블을 시작한 장 폴 고티에는 언더웨어를 겉으로 빼내어 허용 가능한 수치로 바꿔냈으며 선원들의 복장인 마린 룩을 자신만의 해석을 담아 디자인하는 등 일반적으로 런웨이에서 볼 수 없었던 예상치 못한 룩을 선보이며 오늘날의 실험적인 컬렉션의 토대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메시지를 줄곧 선보이며 사회적인 활동에도 거침이 없었죠. 이렇게 풍부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그의 컬렉션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은 패션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큰 선물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현재 장 폴 고티에 하우스의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브랜드 디렉터로 활동하는 플로렌스 테티에르는 이번 복귀를 통해 그가 다시 한번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그의 역사를 기념할 수 있는 기회라며 부푼 기대를 내비쳤습니다. 이번 컨텐츠에서는 그가 가장 빛났던 1990년대의 순간들을 되돌아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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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ONNA'S AMBITION TOUR

장 폴 고티에는 1989년의 어느 날에 자신의 어시스턴트로부터 마돈나가 무대 의상을 요청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저 어시스턴트가 자신에게 장난을 치는 것이라고 치부했습니다. 마돈나를 팬으로서 좋아한다는 것을 그에게 지겹도록 말해왔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실제로 마돈나에게 연락이 왔고 그는 그녀를 위해 혼신을 담은 스타일링을 구상하기 시작합니다. 자신처럼 남성적이고 여성적인 매력을 번갈아가며 보여주던 그녀의 음악적인 세계관에 딱 맞아떨어지는 의상으로 말이죠. 펑크의 여왕으로 불렸던 에드위그 벨모어를 상상하며 제작했던 핀 스트라이프 슈트와 1984년 가을·겨울 컬렉션에 처음으로 선보이며 그의 시그니처로 남아있는 원뿔형 브래지어에 코르셋을 더해낸 의상은 현재까지 전설적인 무대의상으로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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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GH BOWERY'S BODYSUIT

장 폴 고티에는 파리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항상 그 도시에 대해 영감을 받아왔지만 마음속 한 구석에는 런던이라는 도시에 대한 사랑을 품고 있었습니다. 자유롭게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도 밝혔죠. 하지만 그것을 통해 탄생된 디자인을 처음으로 파리로 가져왔을 때는 그다지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진 못했습니다. 그러나 계속해서 그것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라고 외치는 그를 막을 수는 없었죠. 그중 런던의 전설적인 나이트클럽인 '블리츠'에서 활동하던 리 보웨리가 즐겨 입던 하운드투스 패턴의 바디슈트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피스는 이후 알렉산더 맥퀸과 가레스 퓨에게 영감을 주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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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C RABBIS" COLLECTION

장 폴 고티에의 1993년 가을·겨울 컬렉션이었던 "CHIC RABBIS"는 유대교의 분파 중 하나인 하시드파의 랍비들이 입던 전통 복장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컬렉션이었습니다. 하나의 집단을 모티브로 삼았기에 전문 모델들보다는 그들을 표현할 수 있는 이들로 모델을 구성시키기도 했죠. 당시의 시선들을 감안하자면 매우 충격적인 구성이었습니다. 컬렉션을 제작하기 전 길거리를 많이 걸어 다니는 것으로도 유명한 그가 자신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받아 이후에도 캐스팅에 다양성을 부여하며 획기적인 쇼를 선보였고 한때는 프랑스의 일간지인 리베라시옹(Libération)에 전문적인 모델이 아닌 이들을 찾는다는 광고를 게재한 적도 있죠. 얼굴에 상처가 있어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그의 메시지는 지금까지 전설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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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ÖRK

장 폴 고티에와 연예인의 관계는 마돈나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1993년 자신의 데뷔 앨범을 발표하며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비요크는 약 1년의 활동을 보내고 나서 장 폴 고티에의 요청으로 인해 1994년 가을·겨울 컬렉션 무대에 오르게 됩니다. 이 컬렉션은 높은 설산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 정차하는 마법의 기차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었고 아이슬란드 태생의 비요크가 그 무대에 가장 잘 어울릴 것으로 생각한 그의 옳은 선택을 볼 수 있었죠. 실제 모델들이 활보하는 런웨이에도 눈이 가득 덮여 있었고 모피로 제작된 수많은 아우터웨어들이 이 컬렉션을 대표했습니다. 호피 무늬를 담아낸 화려한 피스를 입었던 케이트 모스가 이 무대에서 넘어질뻔한 해프닝도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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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ART CATSUIT


두 모델이 바이크를 타고 등장해 DJ 부스로 올라가며 시작된 장 폴 고티에의 1995년 가을·겨울 컬렉션은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는 전설적인 컬렉션 중 하나입니다. 조지 밀러 감독의 1979년작인 '매드 맥스'에 영감을 얻어 제작된 이 컬렉션은 뤽 베송 감독의 '제5원소'를 위해 의상 디자인을 담당하며 공상과학이라는 장르에 관심을 갖게 된 그의 결과물이었죠. 그런 이유로 이 컬렉션은 상당히 기술적이고 기계적인 디테일을 많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착시 현상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옵아트 그래픽으로 덮어버린 캣슈트는 최근까지 킴 카다시안과 카디비가 착용하며 이 컬렉션의 상징적인 의미를 되살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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