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HERMÈS HERITAGE
에르메스의 가방 이야기

에르메스 헤리티지의 네 번째 전시회 : ONCE UPON A BAG

by d code official




ONCE UPON A BAG


지난 5월 22일부터 6월 6일까지 서울숲으로 자리를 옮긴 디뮤지엄에서 에르메스의 헤리티지를 만나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1837년 마구 용품을 제작하는 회사로 시작하여 지금은 럭셔리 패션 레이블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은 에르메스의 유구한 역사를 느껴볼 수 있는 전시회로 세계적 예술 큐레이터인 브루노 고디숑의 디렉팅으로 인해 더욱 완성도 높은 전시가 꾸며졌습니다. 에르메스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가방에 초점을 맞춰 마구 용품에서 가방으로 진화된 과정은 물론 이들의 창의적인 모습과 장인정신을 느껴볼 수 있었던 에르메스의 네 번째 헤리티지 전시회인 "ONCE UPON A BAG"의 현장을 찾아 기록한 사진들로 꾸며진 이번 디코드 컨텐츠를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2.jpg
3.jpg
5.jpg
6.jpg
7.jpg
9.jpg


18-19th

CENTURY


창업자인 티에리 에르메스의 아들인 에밀 에르메스가 남미 여행을 다니며 얻었던 영감들을 토대로 제작된 '오뜨 아 크루아'는 카우하이드 백 혹은 톨 백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전시회의 시작을 알리는 가방이기도 했죠. 말을 타는 기수에게 필요한 모든 장비들을 담는 목적이었기에 커다란 외관이 특징이며 에르메스가 처음으로 제작한 러기지 형태의 가방으로 훗날 에르메스에게 커다란 전환점이 되어주는 역할 또한 하게 됩니다. 고도의 숙련된 기술을 요했던 이 가방은 에르메스가 앞으로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예고이기도 했죠. 에르메스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출발점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두 번째 슬라이드의 백은 벨트에 작은 가방이 달린 코르셋의 형태로 당시 마구 용품을 제작하던 에르메스가 제작한 최초의 여성용 백입니다. 오페레타 <미스 헬리예트>의 주연을 맡은 배우인 비아나 듀하멜을 위해 디자인되었으며 그녀의 몸매를 부각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죠. 그다음 사진인 가리비의 모습을 담은 지갑도 당시 여성들에게 아주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안감을 부드러운 가죽으로 처리하여 탄탄한 내구성이 특징이었죠. 그 외에도 카펫과 나무 그리고 가죽을 결합시켜 제작했던 여행용 가방인 '오버나이트 백'과 에르메스의 근간이 무엇인지에 대해 느껴볼 수 있는 승마용 안장 또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흘러 경년 변화가 일어난 가죽의 질감을 눈으로도 확연히 느껴볼 수 있었던 아카이브였습니다.




11.jpg
12.jpg
14.jpg
15.jpg
10.jpg
16.jpg


QUALITY LEATHER


가죽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에르메스이니만큼 가죽의 퀄리티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순 없겠죠. 2000년대에 들어서 에르메스가 가죽을 다루는 기술은 어느 하우스와 비교해도 부족한 모습을 찾아볼 순 없었습니다. 에르메스에 소속된 수십 명의 장인들은 탁월성과 정밀성 그리고 혁신성의 자질을 모두 갖춘 채로 에르메스의 레더 컬렉션을 완성시키고 있으며 에르메스 하우스에 입성하기 위해 엄청난 시간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모두 프랑스 최고 장인 협회(MEILLEURS OUVRIERS DE FRANCE)의 회원이기도 하죠.


이번 전시회에서는 에르메스의 시그니처 백에 속하는 시몬느 에르메스 백과 오뜨 아 크루아 백의 여러 버전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에르메스 특유의 오렌지 컬러 레더가 시간이 흘러 멋지게 그을린 자태로 전시되어 있어 즐거운 경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가죽이라는 소재의 묘미를 느껴볼 수 있었죠. 2018년 가을·겨울 남성복 컬렉션에서 선보였던 오뜨 아 크루아 백 또한 전시되어 있었는데 "ENDLESS ROAD"를 테마로 제작된 그래픽을 가죽으로 재단하여 하나하나 부착해 최상의 퀄리티를 끌어올린 장인들의 솜씨를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19.jpg
21.jpg
22.jpg
23.jpg
25.jpg
26.jpg


SCENOGRAPH


모든 전시회는 전시품뿐만 아니라 장소의 대한 깊은 인상을 심어주려는 목적 또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에르메스는 공간을 디자인하는 시노그라퍼(SCENOGRAPHER)로 활동하고 있는 로렌스 폰테인과 셀린 코핀에게 이번 전시회의 구상을 의뢰했고 그녀들은 에르메스의 가죽 스트랩을 그래픽 디자인으로 제작해 전시장의 바닥에 위치시켰으며 에르메스의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가방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놓았습니다. 역사와 문화를 반영하는 전시회에서 이 곳을 찾는 이들이 향수에 사로잡히곤 하기에 이 점을 의도한 것이죠. 로렌스 폰테인과 셀린 코핀은 에르메스의 작품들을 시간순으로 배열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로 하여금 스스로 연결고리를 만들어내어 독특한 경험을 하도록 했습니다. 작품과 작품 사이의 대화를 만들어내려고 했죠.


또한 디코드가 이 곳을 찾았을 때는 해가 뉘엿뉘엿 질 때 즈음이어서 창문 틈 사이로 노을빛이 들어와 따스한 분위기가 더해져 이번 전시회의 또 다른 매력을 느껴볼 수 있었고 작품들에 자연광이 비쳐 작품의 가치를 더욱 높여줬습니다. 이것조차 큐레이터인 브루노 고디숑의 디렉팅이 닿아있는 것만 같았죠. 지난 2017년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열린 루이비통의 "VOLEZ VOGUEZ VOYAGEZ" 전시회와 비교해봤을 때에는 소규모로 이루어졌지만 에르메스만의 우아하고 따스한 테마를 가득 느껴볼 수 있었고 장소를 최대한으로 활용하여 풍족함마저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런웨이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끼고 패션을 다른 방법으로 즐길 수 있는 기회였죠.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앙팡 테리블로 불려온 장 폴 고티에, 그를 돌아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