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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복의 역사에 영향을 끼친
여섯 개의 중요한 컬렉션

THE 6 SHOWS THAT CHANGED MEN’S FASHION

by d code 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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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6 MENSWEAR

FASHION SHOWS


매해마다 셀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패션쇼 중에서 오직 몇 개의 패션쇼만이 진정으로 기억되기 마련이죠. 이번 컨텐츠에서는 남성복이라는 장르에 있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냈던 여섯 개의 쇼를 소개하려 합니다.


오늘날까지 남성들이 어떻게 옷을 입는지 혹은 패션을 바라보는 시선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컬렉션들 말이죠. 남성들의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는 슈트에 새로운 제안을 했던 최초의 디자이너인 조르지오 아르마니부터 아직까지도 트렌드의 선두에 서있는 라프 시몬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 이번 컨텐츠를 통해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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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ORGIO ARMANI

SPRING/SUMMER, 1976


프랑스 파리는 전통적으로 패션의 진원지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슈트의 현대화가 빠르게 진행된 도시는 이탈리아 밀라노였죠. 1976년 봄·여름 시즌을 통해 데뷔 컬렉션을 치렀던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자신의 첫 컬렉션부터 슈트를 선보였고 매 시즌마다 점점 부드러워지고 편안한 착용감을 더해갔습니다.


옷의 무게 또한 가볍게 만들기 위해 경량화 과정을 거치기도 했죠. 1980년에 개봉한 폴 슈레이더 감독의 <아메리칸 지골로>에서는 리처드 기어가 아르마니의 슈트를 입고 나와 큰 화제를 낳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도 건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초장기 때부터 여성적인 직물로 알려져 왔던 울 크레이프를 사용하는 등 실험적인 모습 또한 자주 보여줬으며 특히 그가 제작한 리넨 슈트는 엄청난 유행으로 10년 동안 그의 전유물로 불렸을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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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 PAUL GAULTIER

SPRING/SUMMER, 1985


장 폴 고티에는 남녀평등을 위한 싸움을 자신의 컬렉션을 통해 오래전부터 보여줘 왔습니다. 물론 각자 다른 생김새를 지닌 인종들에 대한 평등을 위해 움직이기도 했죠.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런웨이 무대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슈퍼 모델들을 메인으로 세우지 않았습니다. 백인은 물론 흑인들과 동양인 모델들을 골고루 배치했죠. 전문 모델뿐만 아니라 길거리에서 직접 섭외한 일반인들도 그의 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그가 업계에 미친 큰 영향에 비해서 그의 명성이 생각보다 일찍 잊혀졌다는 것에 많은 이들이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죠. 물론 최근 트렌드에 부합하는 디자이너들을 초대해 컬렉션을 펼치는 방식으로 큰 화제를 낳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특히 장 폴 고티에가 선보인 1985년 봄·여름 컬렉션에서는 마치 그리스 신전의 신들이 입을 법한 치마처럼 보이는 것을 남성 모델들이 입고 나와 화제를 낳았습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나의 컬렉션은 남성복과 여성복에 차이를 두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섞일 수 있죠."라고 밝히며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공표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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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 des GARCONS HOMME PLUS

FALL/WINTER, 1993


파리 컬렉션을 대표한다고 해도 무방한 레이 카와쿠보의 꼼 데 가르송은 파리라는 도시에 전체적으로 깔려있는 럭셔리의 개념과는 결을 달리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말이죠. 그녀의 컬렉션은 항상 예술적인 무드가 가득했고 그녀의 의도는 항상 정확한 목표를 향해 달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줘 왔습니다. 그녀가 1993년 가을·겨울 시즌에 선보인 컬렉션도 앞에서 설명한 부분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화사한 컬러 웨이와 패턴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링클 재킷과 과감하게 풀어헤친 셔츠 그리고 보통 쓰지 않는 검은색과 남색의 조화를 보여줬죠. 대중들의 평가 또한 호평으로 가득 찼었습니다. 이전 컬렉션의 영광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 옴므 플러스 라인의 확장판이었던 '에버그린' 라인을 출시한 이유도 이 컬렉션이 가장 큰 이유였죠. 그만큼 이 시즌은 꼼 데 가르송의 남성복을 대표한다 해도 모자람이 없습니다. 당시 이미 스타의 반열에 올라있던 레이 카와쿠보는 이 컬렉션을 통해 더욱 크게 성장할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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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MUT LANG

SPRING/SUMMER, 1998


1980년대의 파리는 티에리 뮈글러와 클로드 몬타나 그리고 장 폴 고티에가 주로 다뤘던 글래머러스한 디자인이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었습니다. 어두운 분위기만을 고집할 것 같던 요지 야마모토와 레이 카와쿠보도 시간이 지날수록 화려한 장식을 사용했을 정도였죠. 하지만 이와 같은 트렌드를 끝냈다고 할 수 있는 브랜드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오스트리아 출신의 헬무트 랭이었죠.


그는 질 샌더와 함께 미니멀리즘 디자인을 주도해온 인물로서 특히 그가 선보인 1998년 봄·여름 컬렉션은 블랙 & 화이트 컬러를 중심으로 견고한 짜임새로 구성된 실용주의적인 디자인을 필두로 그의 뮤즈라고 할 수 있는 스타일리스트 멜라니 워드의 스타일링으로 완성되었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모습을 보여줬던 이 컬렉션은 단연 그가 선보인 컬렉션 중 절정의 기량을 가장 잘 느껴볼 수 있었던 컬렉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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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HJI YAMAMOTO

FALL/WINTER, 1998


요지 야마모토는 이 당시에 가장 즐겨 사용하는 원단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수많은 언론들을 통해 지겹도록 말해왔습니다. 바로 개버딘 원단이었죠. 그는 항상 이 원단을 두고 '노래'에 대입해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항상 같은 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가끔은 키를 다르게 해서 부르기도 한다는 식으로 말이죠. 그는 1985년도에 남성복을 처음으로 선보인 이래 개버딘이라는 노래를 수천 번이나 리믹스했으며 리마스터했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 1998년 가을·겨울 시즌을 위한 남성복을 선보였을 때는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던 여성 디자이너와 배우들을 모델로서 무대에 세웠고 그들에게 옷을 건넨 뒤 원하는 방식대로 입고 무대에 나서 달라고 요청했죠. 각자 다른 감각을 가지고 있었던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이네스 드 라 프레상쥬 그리고 샬롯 램플링은 요지 야마모토의 의도와는 달랐겠지만 그는 완벽히 만족했습니다. 화려하지도 않으며 구조적이지도 않은 간결한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여성 모델이었기에 관능미마저 느낄 수 있었죠. 모던한 디자인과 로맨틱한 디자인 사이의 균형을 보는 듯했던 이 컬렉션은 그의 재능을 다시 한번 파리 무대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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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F SIMONS

FALL/WINTER, 1998


라프 시몬스의 컬렉션에서 단 하나를 고른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문제일 겁니다. 누군가는 그가 공백을 깨고 복귀했던 시즌이자 훗날 5,000만 원에 팔릴 보머 재킷을 선보였던 2001년 가을·겨울 시즌에 선보였던 "RIOT! RIOT! RIOT!" 컬렉션을 고를 테고 또 누군가는 남성복에 그래픽 디자인 요소의 중요성을 가장 잘 알렸다고 평가받는 2003년 가을·겨울 시즌에 선보였던 "CLOSER" 컬렉션을 고르겠죠.


하지만 그의 가장 중요한 컬렉션을 고르자면 1998년 가을·겨울 시즌에 선보인 파리 데뷔 컬렉션일 겁니다. 향후 10년간 모든 남성복 컬렉션은 라프 시몬스의 이 컬렉션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 10년을 책임졌다고 볼 수 있는 이 시즌은 분명 라프 시몬스라는 디자이너에 대해 가장 잘 알 수 있는 시즌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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