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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 code official Aug 05. 2021

업사이클링과 동의어로 통하는
그렉 로렌이 보여주는 패션

지속가능성 패션을 그 누구보다 빠르게 도입한 디자이너



ABOUT

GREG LAUREN


미국의 전설적인 디자이너인 랄프 로렌의 조카로 업계에 이름을 알린 그렉 로렌. 하지만 그는 그저 랄프 로렌의 조카라는 이름표만을 달고 다닐만한 인물은 아닐 겁니다. 그의 커리어는 배우로부터 시작되었고 아역부터 시작해 단역과 조연을 모두 경험한 베테랑이죠. 하지만 그는 2001년 개봉작인 에릭 쉬에브 감독의 <그들만의 비상구>에서의 작은 역할을 끝으로 배우로서의 커리어를 끝내고 화가로 인생의 2막을 시작하게 됩니다.


평소에도 예술 작품에 대한 조예가 깊었던 그는 일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개인전을 열었고 이 전시회를 시작으로 단숨에 스타덤에 오르게 됩니다. 그의 첫 전시회의 이름은 "HERO"였고 영웅적인 인물의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탐구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DC 코믹스의 대표 캐릭터인 슈퍼맨과 배트맨 그리고 원더우먼을 중심으로 용맹스러운 힘을 행하는 이들이 일상적인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모습을 담아낸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죽음이 있는 삶과 불멸의 삶,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인간과 영웅, 강력한 힘과 연약함 사이에서 겪는 갈등을 동시에 담아내 평단의 호평을 받았죠.


그리고 2009년에 열린 그의 두 번째 전시회는 종이로만 만들어낸 40개 이상의 조각품들로 꾸며졌습니다. 그는 히어로와 같은 인물들에 대한 연구를 계속 이어온 것처럼 보였죠. 그들이 입는 슈트는 물론이고 그들이 일상생활에서 입을법한 의상들을 모두 종이로만 제작해 실제 옷을 제작하는 것에 사용되는 원단처럼 보이게 연출했으며 자연스러운 주름을 만들기 쉬웠기에 더욱 현실감 있는 작품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그렉 로렌이 패션을 시작하는 것에 진지한 관심을 가졌을 것이라고 많은 이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종이로만 이루어진 작품뿐만 아니라 실제로 착용할 수 있는 의류를 선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단 두 번의 전시회만으로 성공을 이뤄낸 그렉 로렌은 2011년 2월에 자신의 첫 번째 패션 컬렉션을 선보이게 됩니다. 실제로 전시회를 찾았던 바니스 뉴욕의 디렉터에게 제안을 받았기 때문이었죠. 그렉 로렌은 자신의 첫 컬렉션을 통해 클래식한 남성복에 도전했으며 현재는 사용하지 않거나 어려운 제작법으로 인해 생략되고 있는 본래의 디테일을 모두 살려냈습니다. 또한 만화 속 히어로 캐릭터가 아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영웅들을 모티프로 삼아 군인들은 물론 경찰과 소방관들의 제복을 클래식한 남성복으로 재탄생시켰죠. 컬렉션 판매액의 일부는 전투 중 부상을 입은 군 장병들을 위한 수술을 지원하는 자선 단체에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2022년 봄·여름 시즌이 시작된 지금까지 패션 디자이너로서 개인의 정체성과 의상의 관계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를 해오고 있으며 이제는 자신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은 패치워크 패턴을 기반으로 빈티지한 남성복과 여성복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GREG LAUREN SS22

"RELAXED ELEGANCE"


오늘날 시장에 나와있는 많고 많은 업사이클링 브랜드 중 그렉 로렌만큼의 결과물을 보여주는 곳은 없을 겁니다. LA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렉 로렌은 대부분의 산업 유형이 "지속가능성" 모델을 도입하기 훨씬 이전부터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있었고 그런 그가 만들어낸 이번 2022년 봄·여름 컬렉션은 빈티지한 디자인을 웨어러블한 실루엣으로 재해석하는 핵심적인 요소를 유지하면서 더욱 여유 있는 우아함을 추구했죠. 파괴된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찾아온 그에게서 느껴볼 수 없었던 분위기마저 감돌았습니다.


물론 일본의 농부들이 작업복으로 입던 '노라기' 재킷에서 착상한 그의 시그니처 디자인으로 고전적인 그만의 요소를 담아냈지만 이전에는 사용하지 않았던 새로운 원단을 가감 없이 사용해 독특한 분위기를 풍겼으며 일상에서도 무리 없이 착용할 수 있는 밀리터리를 베이스로 제작된 라이너 재킷과 케이블 패턴이 특징인 니트와 카디건은 최소한의 '파괴'만을 담아내 친밀도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실루엣에만 초점을 맞춘 베이식한 후디도 있었죠.


봄·여름 시즌인 만큼 편안한 착용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상의와 하의의 사이즈를 더욱 여유롭게 제작한 것 또한 특징 중 하나였습니다. 그렉 로렌이 지금까지 보여줘 왔던 유니크한 패치워크 패턴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렉 로렌이 새롭게 시도한 여유롭고 우아한 빈티지 무드를 담아낸 아이템들은 많은 이들이 그렉 로렌이라는 브랜드에 입문하기에 더없이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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