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REME 2021 FALL/WINTER COLLECTION
로고 플레이는 스트리트 패션을 상징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사실 스트리트 웨어를 다루는 브랜드만 아니라 럭셔리를 추구하는 하우스에서도 취급하고 있는 게 현실이죠. 슈프림은 이번 2021년 가을·겨울 컬렉션을 위해 드림웍스와 손을 잡고 "슈렉"의 이미지를 로고로 변형시켰습니다. 슈렉에 사용된 서체를 사용해 위트를 더했으며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봤을법한 애니메이션을 이용해 Z 세대(GEN-Z)의 흥미를 이끌어내려는 시도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작품 속 슈렉의 귀를 형상화한 로고만을 사용한 것은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캐릭터를 직접적으로 사용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지난 2019년 가을·겨울 컬렉션에 다임(DIME)이라는 브랜드가 이미 슈렉을 이용해 슈프림과 같은 로고 플레이를 선보였기 때문입니다. 슈렉이라는 캐릭터를 직접적으로 디자인을 했었다면 조금 더 나은 결과를 낳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슈프림과 슈렉의 만남으로 탄생된 이 그래픽 디자인은 많은 인기를 얻기에는 충분할 겁니다.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 여전히 굳게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말입니다.
식품을 통한 컬래버레이션에 대한 허가를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받아낸 슈프림이 이번 시즌은 젤리 브랜드인 스키틀즈(SKITTLES)와 손을 잡았습니다. 패키지에 들어간 스키틀즈 텍스트가 모두 슈프림으로 변해있었죠. 하지만 이 젤리만으로 스키틀즈의 협업이 끝나지는 않았습니다.
슈프림은 카스텔리의 사이클링 웨어와 발라클라바 그리고 글러브에도 스키틀즈에 관한 디자인을 삽입했습니다. 제프 해밀턴의 나스카 재킷과 흡사해 보이는 레이싱 재킷도 선보지만 아쉽게도 레이싱 재킷의 대부라고 불리는 제프 해밀턴과 함께한 프로젝트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바치는 찬사처럼 보였습니다. 이 외에도 미첼 & 네스와 함께 트윌 재킷을 만들었고 스파게티에서 영감을 받은 티셔츠와 스케이트 덱도 함께 선보였습니다.
수십 년간 쌓아온 슈프림의 아카이브에서 무조건 언급되는 아이템 중 하나인 '아프로 스케이터' 티셔츠가 27년 만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슈프림이 지난 1994년 뉴욕 라파예트에 처음으로 문을 열었을 때 발매했던 티셔츠이기도 하죠. 빨간 박스 로고 티셔츠와 택시 기사의 모습이 담긴 티셔츠 그리고 이 아프로 스케이터 티셔츠가 그 주인공입니다. 다른 두 티셔츠와는 달리 이 티셔츠에 대한 반가움이 큰 것은 중고 시장에서 쉽게 볼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겠죠.
슈프림은 아프로 스케이터 티셔츠를 단 60벌만 제작했고 그 후로 추가 생산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오늘날의 중고 시장에서 이 오리지널 모델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죠. 오직 소수의 컬렉터만이 이 티셔츠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판매된 가격이 한화 약 320만 원에 달하기까지 합니다. 슈프림의 아카이브에서도 가장 희귀하다고 여겨지는 티셔츠가 다시 발매된다는 것에 실망감을 표하는 팬들도 있겠지만 슈프림의 탄생을 의미하는 이 티셔츠를 소장하려는 욕구가 있는 팬들에게는 분명히 큰 선물일 겁니다.
언제나 그래 왔지만 슈프림은 여전히 뉴욕의 거리 문화를 자신들의 컬렉션을 통해 담아내길 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프 해밀턴이 만든 것처럼 느껴지는 레이싱 재킷을 시작으로 MLB와 합작한 파카에서 뉴욕이라는 도시를 알리는 것에 전념하고 있다는 것을 느껴볼 수 있었죠.
또한 이번 시즌을 공개하기에 앞서 슈프림은 맨해튼을 오가는 엘 트레인(L-TRAIN)에 박스 로고를 부착해 옥외 광고를 하기도 했죠. 뉴욕의 그라피티 아티스트들이 선보이는 예술을 알리는 것에 일조했다고 보입니다. 또한 뉴욕 양키스의 엠블럼을 필두로 700 다운으로 채운 고어텍스 재킷과 마모트의 매머드 파카에서 영감을 받은 업타운 파카를 선보였으며 데님 셋업과 뉴에라 캡에도 뉴욕의 거리 문화를 가득 담아냈습니다.
슈프림은 과감하고 화려한 그래픽 디자인과 박스 로고를 아낌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팬들이 이 아이템에 열광하고 있죠. 힘들게 줄을 선 뒤 구매한 옷을 매장 앞에서 바로 착용하며 안도감을 느낀다던지 온라인 스토어에서의 구매를 위해 엄청난 빠른 마우스 클릭을 준비해본 슈프림 마니아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매 시즌 출시되는 이런 화려한 아이템이 아닌 것들에 시선을 옮겨보면 꽤나 멋진 것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번 시즌에는 가을과 겨울에 어울리는 포근한 컬러로 무장한 클래식 아이템들이 라인업되어 버튼 다운 셔츠와 코듀로이 소재로 이루어진 재킷 그리고 슬림한 실루엣으로 완성된 데님 팬츠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이 카테고리의 아이템들은 위에서 언급한 트렌디한 아이템과는 달리 엄청난 클릭 속도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슈프림이라는 브랜드를 여전히 좋아하지만 화려한 그래픽에 질린 이들에게는 더없이 완벽한 아이템이 되어줄 것입니다. 게다가 이 의상들은 다양한 룩에 스타일링해도 전혀 무리가 없기에 옷장에 조금 더 오랫동안 걸어둘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