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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 code official Sep 08. 2021

관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 아베 준이치의 컬렉션

kolor 2022 Spring/Summer Collection




A CONVERSATION

WITH ABE JUNICHI


도쿄에서 쇼를 선보이게 된 소감이 어떠세요?

지난 6월에 개최된 파리 패션위크에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선보인 2022년 봄·여름 컬렉션을 보다 새로운 형태로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해요. 룩북으로만 공개되어 매우 아쉬워하고 있던 찰나에 도쿄 패션위크의 연락을 받았고 직접 런웨이를 꾸며달라는 제안에 제가 제작한 피스들의 또 다른 면모도 느껴볼 수 있을 것 같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이번 컬렉션은 "컬러를 통해 재정의하는 미니멀리즘"에 도전했어요. 1970년대의 꼼 데 가르송과 1990년대의 헬무트 랭에서 많은 레퍼런스를 얻었죠. 하지만 현재에 이르러서도 이 미니멀리즘이 신선할까라는 고민에 부딪혔어요. 심플하지만 뭔가 한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전체적으로 이것들을 녹여내기보다는 특정 아이템에 온 집중을 쏟아내 포인트를 주었죠. 나름대로 결과물이 잘 나온 것 같아 만족스러운 시즌이었습니다.


창작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여러 요소들이 있겠지만 아무래도 저의 브랜드를 보거나 입는 이들이 받아들이는 위화감이 뭘까에 대해 많이 생각해요. 예를 들어 깨끗한 것과 더러운 것을 혼합시킨듯한 저의 옷을 보고 위화감 혹은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도록 노력하는 것이죠. 그런 감각을 항상 담아내고 싶어요. 배색이나 소재로 시작해 직물끼리의 혼합을 통해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찾는 그런 과정이 너무나 재미있고 행복한 거죠. 이번 컬렉션에 포함된 피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재킷에 투명 시트를 얹어 내부에 존재하는 심지를 노출시키는 방법을 시도해봤어요. 평소 같으면 숨기는 그런 존재들을 굳이 밖으로 꺼내버린 거죠. 이런 디테일을 살리는 작업이 컬러의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해요.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부분이 컬러를 상징하죠. 그럼 본인이 생각하는 컬러는 어떤가요?

부조화와 리듬이라는 부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부조화는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평소에 숨기는 것들을 의도적으로 노출시키는 것이고 리듬은 시각적인 측면에서의 리듬을 뜻해요. 아버지께서 가업이었던 포목점을 운영하셨기에 어린 시절부터 옷감의 샘플을 가지고 어떤 모양을 만든다거나 가위로 자르면서 놀았거든요. 이런 환경이 아무래도 저에게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외동이었던 저에게 옷을 많이 사주셨던 어머니의 영향도 있겠고요. 아무래도 이런 사소한 것들에서 오는 영감이 컬러를 완성시켜주는 것 같아요. 한 단어로 정의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죠.


관객들을 초청해 진행되는 런웨이를 다시 진행해본 소감도 궁금해요.

많은 사람들에게 패션 디자이너는 창조적인 직업인 것 같다는 말을 들어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파리를 중심으로 한 패션위크(런웨이)의 형태가 1950년대부터 커다란 변화 없이 쭉 이어져 왔기에 이것이 정말 창조적인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 때가 있었어요. 오히려 최근 두 시즌을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해 런웨이의 방식을 대체할 표현 방법을 찾아야 했기에 평소보다 더욱 창조적인 과정을 거쳤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좋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이런 여러 가지 방법들을 혼합해서 시즌을 공개해도 좋을 것 같아요. 그래야 진정한 창조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패션 업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디자인에도 영향이 있었을까요?

솔직하게 말해 시대의 변화에 맞게끔 브랜드도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는 신경 쓰지 않는 편이에요. 집에서의 생활이 우리의 삶으로 들어왔다고 해서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옷을 만드는 것도 제가 할 일은 아닌 것 같고요. 오히려 일상을 지내면서 겪는 우울한 감정을 그대로 옷에 투영시키는 것에는 부정적인 마음이 들지 않아요. 오히려 그게 맞다고 생각하거든요. 세상이 어두워졌다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은 옷을 만든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는 것 같아요.





kolor 2022 SPRING/SUMMER

@KEIKYU KAMATA STATION


아베 준이치가 전개하는 컬러의 새로운 컬렉션이 파리에 이어 도쿄에서도 공개되었습니다.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말이죠. 컬러는 이번 도쿄 쇼를 위해 게이큐 전철을 전세하여 관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시나가와 지역의 풍경이 인쇄된 초대장을 받은 관객들은 개찰구를 따라 열차가 있는 홈으로 향해 지정된 좌석에 착석했습니다. 곧이어 열차는 가마타 역에 정차했고 문이 열림과 동시에 컬러의 2022년 봄·여름 시즌 룩을 착용한 모델들이 들어와 워킹을 시작했죠.


첫 번째 룩은 인터뷰에서도 언급한 내부를 노출시킨 테일러드 재킷이었습니다. 라펠의 한쪽을 투명 시트로 마무리해 안쪽의 심지가 노출되는 형태였죠. 뒤이어 등장한 모델도 컬러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여러 원단이 합쳐진 형태의 피스를 입고 열차 위를 걸었습니다. 아베 준이치가 추구하는 컬러만의 미니멀리즘은 위화감이 들면서도 무심코 아름답다고 받아들이는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통해 교묘하게 균형이 맞춰져 있었죠.


열차에서 펼쳐진 컬렉션이라 그랬을까요? 컬러의 브랜딩 팀은 쇼가 끝난 뒤 관객들을 위한 자그마한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곧이어 열차는 출발역이었던 시나가와 역으로 다시금 운행을 시작했죠. 패션쇼와 일상의 풍경을 뒤섞어 관객들로 하여금 여행이라는 것을 하고 있다는 감정을 주고 싶었던 의도였습니다. 이 부분에도 아베 준이치의 "기분 좋은 위화감"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유럽에서도 보기 힘든 형태의 컬렉션을 꾸며내 새로운 표현 방법을 만들어낸 아베 준이치의 컬러는 그의 부인인 아베 치토세의 브랜드인 사카이만큼이나 주목을 받아 마땅한 브랜드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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