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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SSTYPE Mar 27. 2017

제스타입 작업일지 #22

티테이블 첫 번째 공식 프로젝트! 스티커-붙여:봄



2017년 3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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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틈이. 꾸준히 써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아주 굴뚝같지만 작업을 하다 보면 점점 뒤로 미뤄지게 된다. 작업하는 동안은 작업에 집중하기 위해서 기록을 소홀하게 되고. 기록보다는 작업 자체가 중하다 보니 어쩔 수 없지만. 이전에는 작업을 하면서 문득 떠오르는 영감이나 고민거리를 노트에 바로바로 적어가면서 작업을 했었다. 시시콜콜한 잡념이 가장 많지 않을까. 작업에 대한 이야기. 삶에 대한 이야기.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 금연 다짐과 다이어트에 대한 것. 지금 이렇게 기록하는 작업일지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의식의 흐름대로 그저 타이핑하고 있을 뿐이다. 이 기록 자체가 의미 있는 데이터는 아니다. 나는 이렇게 기록하는 행위 자체를 지속하고 싶을 뿐이다. 말재주가 좋은 편이 아니다 보니 글재주라도 키워볼 생각인가. 글재주도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뱉은 말은 정리할 수 없지만 글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지 않은가. 의식의 흐름대로. 정리는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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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정신이 없다. 이렇게 말하면 또 언제는 정신이 또렷했나 싶기도 하지만. 정말 정신이 없다. 이래저래 벌여놓은 일들이 구석구석에서 존재감을 뽐내며 나를 노려보는 느낌이다. 언제 하려고? 하긴 해야 하는데 어쨌든 손은 두 개뿐이다. 내 주제에 부하직원 같은 것은 꿈도 꿀 수 없고 모든 것을 혼자 처리해야 하는데. 그저 하나씩 하니씩 처리하다 보면 다 처리할 수 있겠지. 그런 생각으로 빠릿빠릿하지는 않지만 계속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히읗에서 시작한 레터링 수업도 오늘로 6주 차 마지막 수업 날이다. 내가 강사라니. 소소하게 무언가를 가르쳐준 적은 있지만 강사로서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스킬 그리고 노하우를 알려주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무튼 열의를 가지고 있다. 무언가 가르쳐주고 작업의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싶다. 내가 아는 것들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주고 싶다. 고스란히 흡수가 되면 참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수업을 듣는 사람들의 수준도 모두 다르고 개별적으로 이끌어주기에는 주어진 시간이 야속하기만 하다. 하루 3시간. 6번의 수업. 그리고 대학생이든 실무자든 다들 바쁘다 보니 이 수업에 그리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가 어렵다. 결국 제한된 시간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가장 부족한 부분을 먼저 채워주는 방식으로 알려주고 있다. 



한글 레터링은 쉽다면 참 쉽고. 또 어렵다면 참 어렵다. 어느 정도의 수준을 목표로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수업의 난이도는 입문자 수준이다. 수업을 통해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한글 레터링 포스터. 다만 그 결과물 하나만 이끌어가기보다는 한글 레터링. 글자 조형의 기본적인 이해와 원리를 알려주고 조형감각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싶다.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는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은데 그게 정말 쉽지 않다. 일단 한글의 형태를 제대로 봐야 한다. 텍스트와 이미지. 무의식적인 읽음과 의식적인 관찰의 차이랄까. 글자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두가 알고 있다. 아. 이 이야기는 길어질 것 같아서 뒤로 미뤄두겠다. 본래 이번에 하려는 이야기는 이게 아니었으니. 





지난해 글자 표현 탐구 소모임 티테이블을 만들었다. 다양한 사람들을 한데 모아 글자에 관한 탐구?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만든 소모임인데 사실 지금까지 이렇다 할 활동은 없었다. 비공개 그룹 내에서 소소하게 서로 작업을 공유하며 피드백을 하고는 했는데 점점 활력을 잃어가는 것 같아 일을 벌였다. 그게 바로 지금 진행하고 있는 첫 번째 공식 프로젝트. [스티커-붙여:봄]이다. 꽃과 봄을 주제로 한 한글 레터링으로 스티커를 제작하는 프로젝트. 한겨울부터 봄을 기다리며 준비해왔다. 포스터를 디자인해서 전시를 할지. 이런저런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있었지만 모두가 모여 처음 진행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조금 힘을 빼고 소소하게 진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생각해 본 것이 스티커였다. 글자로 그린 글꽃. 그리고 그 스티커를 덕지덕지 붙여 만드는 꽃밭. 글꽃밭. 대단한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었지만 이 정도의 기획에 만족하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내가 자주 이용하는 텀블벅 크라우드펀딩에 프로젝트를 개시했는데 사실 생각만큼 잘 진행되지는. 현재 6일을 남기고 60%를 달성했으니 100% 달성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안되면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되면 좋은 것이고. 애초에 그런 생각으로 시도해본 프로젝트다.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이왕이면 많은 사람들이 다 같이 즐길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한글은 대중적이지만 한글 레터링은 그리 대중적이지 못한 만큼. 안되면 뭐. 다음에 또 시도할 수 있는 것이고. 시간이 흐를수록 준비는 철저해지고 문제점은 보완되기 마련이니 이러한 시도에 성공과 실패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실패할 때마다 좌절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겠지만. 나는 무엇이든 해볼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조금은 대책 없이 살고 있다. 대책도 결국은 마련되지 않을까 하는 조금은 안일한 생각으로.





어떤 스티커를 만들어야 사람들이 좋아할까. 가지고 싶어 할까. 워낙 사람들마다 취향이 제각각이다 보니 정답은 없겠지만. 그렇다면 다양하게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싶기는 하다. 작업하다 보니 또 그리 다양한 것 같지는 않지만. 기존 한글 레터링 스티커를 찾아보면 깔끔하게 보기 좋은 것들도 있고 대책 없이 후진 퀄리티도 있다. 나도 이런저런 스티커를 가지고 있는데 퀄리티를 분류하자면 세 단계로 나뉘는 것 같다. 첫 번째. 스티커는 좋아서 가지고는 있는데 별 쓸모없어서 어디에도 붙이지 않고 서랍 속에 묻혀있거나 그냥 아무 데나 붙여도 아깝지 않은 스티커. 두 번째. 마음에 들어서 내가 자주 사용하는 물건에 붙이는 스티커. 세 번째. 정말 정말 마음에 들어서 어디에 붙이기가 아까운 스티커. 이 정도로 구분하는데 스티커를 만들려면 적어도 두 번째 퀄리티는 넘어서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만드는 스티커는 내 취향이라 또 다른 사람들은 어떨는지 모르겠지만. 그저 내 바람이지만.





이전에 전시작업을 준비하며 스티커를 제작해본 적이 있다. 대량으로 제작한 것은 아니고 스티커 용지에 출력해서 딱 한 장씩만 만들어 직접 커터칼로 재단했었다. 스케이트보드에 붙여서 작업했었는데. 내가 생각해도 바보 같았다. 아무 생각 없이 보드 윗면에 스티커를 죄다 붙여놓고 밑면에 매직으로 낙서를 해놓았다. 아... 지금 생각하면 절대 그러지 않았을 텐데. 애초에 보드를 흰색으로 칠했던 것부터 에러였다. 차라리 새카맣게 칠할 것을. 아...



글자는 그리고 있지만. 그림도 그리고 싶고. 굿즈도 만들고 싶고. 사람들을 만나고도 싶고. 활발하게 활동하며 소통하고 지내고 싶지만. 나는 여전히 모니터와 마주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거나 마우스를 클릭하고 있다. 아주 틈틈이. 틈이 날 때만 그림을 그린다. 정말 가끔. 아무튼 이때는 스티커를 너무 쉽게 만들었다. 어차피 팔 것도 아니었고. 이 것들을 한데 모아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라 하나하나 많이 신경 쓰지 못했다. 이번에 제작하고 있는 스티커는 조금 다르다. 하나하나를 신경 써서 제작하고 있다. 좁은 면적에서 지저분해질 수 있는 질감 같은 것은 걷어내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그래픽으로 스티커를 제작하고 있는데 손을 대면 댈수록 점점 내 취향으로 만들어진다. 나도 안다. 내 취향의 그래픽은 대중적이지도 않고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지도 않는 것을. SNS로 공개하고 좋아요나 하트의 수를 보면서. 음... 다음에는 이렇게 해볼까. 하며 반응을 지켜보며 조금씩 스타일을 다듬어가고는 있지만. 여전히 나는 거칠고. 쌔고. 깔끔하지 않은 이미지를 좋아한다. 일단 자주 사용하는 그런 질감을 걷어내고 색감을 달리하고 있는데 어떨는지. 




아. 그러고 보니. 잠깐 다른 이야기지만. 내가 정말 좋아하는 디자이너와 아티스트가 딱 한 명씩 있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굉장히 유명한 스테판 사그마이스터와 OBEY GIANT로 유명한 셰퍼드 페어리. 이 둘의 공통점은 문자를 이미지화하는데 굉장히 능숙하다는 점이다. 문자를 단조롭게 텍스트 화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이미지 속에 이미지로 녹여내는데 탁월하다. 글자와 그림. 하나의 이미지. 내가 닮고 싶은 부분이고. 내가 하고 싶은 부분이다. 아직은 미숙하고 부족하지만. 부족함을 알기에 모자란 부분들을 차근차근 채워가고 있다.





꽃을 그린다. 글자를 그린다.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이러한 레터링 스티커 20종. 10,000원을 후원하면 받을 수 있다. 현재 66명의 후원자 분들 덕에 64% 달성하였다. 이 타이밍에 작업일지를 기록하는 이유가 사실 프로젝트를 홍보하는데 조오-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음. 의식의 흐름대로 기록하다 보니 횡설수설하지만. 이 얘기를 하기까지 서론이 너무 길었다. 스티커를 원하는 분이 있다면 더 늦기 전에 https://www.tumblbug.com/tt1 이리로. 제발 100% 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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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나날이다. 

한글폰트 비옴 타입페이스도 제작하고 있고. (https://www.tumblbug.com/b-om)

연습 삼아 매달 하나의 영문 폰트를 제작하여 무료 배포하고 있고. (http://zesstype.com/download

타이포그래피학교 히읗에서 "글자 그리고 표현" 레터링 수업도 진행하고 있고. (http://typoschool.com/)

티테이블 소모임 "스티커-붙여:봄"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고. (https://www.tumblbug.com/tt1)

뭐. 직장생활도 하고 있고. 부지런히 작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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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3월의 무료 영문 폰트. 


GRAFIKA TYPE.4


다운로드는 http://zesstype.com/download

영문 폰트는 아직 레벨이 부족하여 연습 삼아 제작하기에 100% 무료 폰트로 배포하고 있다. 물론 상업적인 사용도 가능하다. 얼마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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