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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SSTYPE Apr 10. 2017

제스타입 작업일지 #23

한글 레터링 클래스



# 0331-0410



한글 레터링. 그래픽 디자인과 폰트 디자인 그 사이에 걸쳐진 영역이라 할 수 있다.

한글 레터링 수업을 진행하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다만 혼자 작업을 하면서 느꼈던 레터링과 가르쳐주면서 느끼는 레터링은 조금 다르다. 오히려 가르쳐주기 위해 정리를 하다보니 이전에는 그저 머리 속을 멤돌던 레터링에 관한 지식들이 조금씩 체계를 잡아가는 느낌이다. 나 또한 아직 배울 것이 워낙 많이 때문에 작업하기 위해 공부하고 가르쳐주기 위해 공부한다. 한글의 조형에 대해서. 다른 문자들의 조형에 대해서. 더 나아가 문자의 역사나 시대별 변화 혹은 문화에 대한 부분도 천천히 공부하고 있다. 욕심낸다고 확 성장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그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아무튼 이번에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한글의 기본 조형에 대한 이야기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레터링 클래스는 입문자를 위한 비교적 가벼운 수업이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동네. 망원동에 위치한 한글타이포그래피학교에서 수업을 진행한다.





[ 글자 그리고 표현 ]


수업 목적


자신만의 스타일로 글자를 그리고 담고자 하는 의미를 표현한다. 그 과정에서 한글의 조형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다양한 변화를 통하여 글자의 설계와 변형 그리고 표현 능력을 발전시킨다.


수업 방법


일러스트레이터를 이용하여 레터링 작업을 진행하고, 완성된 레터링으로 포스터와 데스크탑/모바일 월페이퍼 등 다양한 포맷의 결과물을 제작한다.


수업 과정


1주차 : 레터링 이해!
한글의 글자 표현을 위하여 한글의 구조와 조형 그리고 변형과 표현에 대해서 다양한 예시와 함께 설명한다.

2주차 : 레터링 기획!
각자 원하는 주제를 정하여 그 주제에 맞추어 글자를 손으로 스케치하고 글자를 다듬어본다.

3주차 : 레터링 설계!
스케치한 글자를 일러스트레이터로 다듬어 글자의 구조와 조형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동일한 조형규칙에 따라 글자를 파생하거나 일체화한다.

4주차 : 레터링 변형!
완성된 글자의 기본형을 다양한 방법으로 변형해 보면서 레터링의 특색을 살리고 자신만의 레터링 스타일을 찾는다.

5주차 : 레터링 표현!
보다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일러스트레이터나 포토샵을 이용해 글자에 질감이나 효과를 주며 다양한 표현법을 알아본다.

6주차 : 포스터 작업!
작업한 레터링이 담고자 하는 의미를 표현/ 전달하기에 적합한 방법을 모색하고, 포스터와 데스크탑/모바일 월페이퍼 그 외 다양한 포맷에 맞추어 배치 및 응용한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이곳으로 - http://typoscho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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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용인데. 말 그대로 '글자를 그리고', '표현하는' 레터링 수업이다.

디자인 전공자, 비전공자, 학생, 실무자 다양한 분들이 수업에 참여하는데. 글자를 그려본 적 없는 입문자는 가장 기본적으로 글자의 조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필체는 저마나 제각각인데. 방안지를 앞에 두고 글자를 그려보면 대부분 비슷한 형태의 글자를 그려낸다. 어릴적 불조심 포스터에 그려넣던 그런 형태의 글자를. 한국 사람이라면 한글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떻게 써야하는지를 모두가 알 것이다. 한글의 형태라 한다면 대부분이 떠올리는 이미지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명조체나 고딕체 혹은 훈민정음 해례본의 투박한 형태 정도. 그 것을 그려보라하면 결코 쉽지 않다. 쓰는 것은 쉽고 익숙한데 그리는 것은 어렵다? 이 부분에서 우리가 아는 한글은 텍스트에서 이미지로.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넘어온다. 


글자를 그리기 위해서는 글자의 형태가 아니라. 글자의 구조와 조형규칙을 알아야 한다.

형태는 결과물이다. 결과물만으로는 글자를 따라그리는 것을 벗어날 수 없다. 자신이 생각하는 주제나 컨셉. 조형적 특징을 글자에 담아내기 위해서는 머리 속에 굳어있는 한글의 형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본적으로 자음과 모음의 형태는 정해져 있다. 이 것을 크게 벗어나면 가독성을 잃어버리고 그저 이미지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초성과 중성. 종성이 결합구조 또한 정해져 있다. 자음과 모음 그리고 두가지가 결합되어 하나의 글자를 이룬다. 이러한 규칙은 지켜져야 한다. 글자의 구조라는게 그렇다. 지금 이렇게 타이핑하고 있는 글자들 또한 그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입문자라 할지라도 이정도는 다들 알고 있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그리는 것은 분명 다르다. 각각의 자음과 모음이 일정한 공간에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초성 중성 종성이 들어갈 공간에 따라 가로조합 글자와 세로조합 글자 혹은 받침이 있는 글자와 없는 글자 사이에 일관성이 필요하다. 일관성이라는 것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잡아줄 수 있다. 일정한 획의 두께. 획 사이에 일정한 간격 혹은 공간. 일관된 조형규칙. 일관된 획의 형태 등 다양한 요소들이 있는데 이 모든 것을 균일하게 글자에 담아낼수록 완성도가 높아진다. 어느 하나라도 틀어지는 순간 결과물이 어설퍼보이거나 어정쩡해보이게 된다. 가장 쉬운 것들을 먼저 짚고 넘어가자면.




1. 획의 일관된 두께


글자를 구성하는 획의 형태는 크게 4가지로 나뉜다. 가로획. 세로획. 사선. 곡선. 활자 디자인에서는 다른 명칭들을 가지고 있지만 보다 쉽게 접근하기 위해 점선면과 도형 같은 기하학적인 모듈로 설명하겠다. 일단 입문자는 모든 획을 균일한 두께로 글자를 그리는 것이 좋다. 물론 획의 두께 뿐 아니라 글자의 폭과 너비 또한 일정하게 그리는 편이 수월하다. 미리 생각해둔 글자의 형태 혹은 스타일이 있다할지라도 그리고자하는 글자의 골격을 먼저 잡아보는 것이다. 가로와 세로 획의 대비를 주고자 한다면 골격을 잡은 이후에 가로획의 폭을 줄이거나 세로획의 폭을 늘려주면 된다. 이러한 변형은 골격에 살을 붙이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골격이 탄탄하면 글자의 형태도 무너지지 않는다. 허나 골격에서 균형이 무너진 글자는 살을 붙이고 아무리 리 장식해봐도 불안정해보이거나 어설퍼보인다. 골격을 굳이 두껍게 그릴 필요는 없다. 선으로도 충분하지만 중요한 것은 조합되는 자모음. 초중종성이 얼마나 짜임새있게 조합되느냐. 얼마나 밸런스를 잡아내느냐가 중요하다. 레터링에서 글자의 골격은 스케치 단계에서부터 그 최종 결과물을 좌우하는 만큼 굉장히 중요하다.


2. 획 그리고 글자 간의 일정한 간격


획의 두께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획과 획 그리고 글자와 글자 사이에 공간이다. 그 간격이 꼭 일정한 필요는 없지만 입문 단계에서는 일정하게 그리는 것이 더 손쉽게 좋은 결과물을 그려낼 수 있다. 일단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 보다 쉽게 안정감을 가져갈 수 있다. 입문자들이 많이 놓치는 부분이 바로 이 획 사이에 공간이다. 하나의 글자를 틀 안에 두었을 때 초성과 중성 그리고 종성은 어느정도 균등한 비율롸 공간을 차지하는 편이 보기 좋다. 입문자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은 종성이 있는 글자와 종성이 없는 글자를 어떻게 균일하게 그려내는가. 이 부분에서 애를 먹는 이유는 조합규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정한 틀 안에 글자를 그려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 안에서 많은 글자들을 균일하게 그려내기 위해서는 조합규칙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일정한 획의 두께와 획 사이에 간격 그리고 초성과 중성 그리고 종성이 차지하는 면적의 비율. 자모음의 형태 등을 미리 설계하여 글자를 그리는 것이다. 처음부터 편차가 심한 글자를 조형해보면 변수를 찾아내기가 쉽다. 

예를 들어서 '그'와 '를'의 경우 가로획의 수가 2개와 7개로 5개나 차이나는데 처음부터 '그'를 두껍게 그리고서 '를'의 가로획 두께를 '그'와 맞추면 글자의 높이가 달라진다. '니'와 '빼'의 경우는 세로획이 가장 많이 차이난다. ㄱㄴㄷㄹㅁㅂㅅㅇㅈㅊㅋㅌㅍㅎ. 자음의 형태를 보면 ㄱㄴㅅ은 공간이 열려있고 여백이 많아 왜소해보이기 쉽다. 반면 ㄹㅂㅊㅌㅍ의 경우 속공간이 좁거나 획이 많아 답답해보이기 쉽다. 물론 둘 사이에 중간치를 잡고 디자인하면 어느정도 비슷하게 조형할 수 있다. 그보다 좋은 방법은 조합규칙에 세부항목을 설계하는 것이다. 왜소해질 수 있는 글자는 살짝 두껍게 그리고. 답답해보일 수 있는 글자는 살짝 더 얇게 그리는 방식으로. 조형규칙 상에 예외항목을 잡아주는 것이다. 이 단계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앞서 얘기한 일정한 골격. 일정한 공간을 잡고 넘어가야한다. 이 변수들에 대한 예외항목들의 설계는 더 나아가 시각보정까지 연결된다. 


3. 형태의 일관성

글자를 조형하는 최소 단위는 획. 선이다. 그 획과 획 사이의 간격. 글자와 여백. 흑과 백의 밸런스. 이 부분을 균일하게 그릴 수 있으면 단조로운 글자의 형태를 벗어나 조형으로 넘어간다. 글자의 형태. 우리는 모두 한글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알고 있다. 우리가 친숙하게 접하는 명조체. 고딕체. 궁서체. 그리고 흔해진 복고풍 레터링들. 입문자들은 이 각인된 글자의 형태를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일정한 그리드를 주고 같은 글자를 그려보라하면 대부분 비슷한 형태의 글자를 그린다. 수많은 고딕체를 비교해보자. 그 미세한 차이를 얼마나 인지할 수 있는가. 각각의 서체는 모두 유사한듯 다르다. 자음의 형태가 서로 다르고. 획의 꺾임이나 굴림이 서로 다르다. 한글의 형태는 모두 유사할 수 밖에 없다. 약속된 형태를 벗어나는 순간 가독성을 잃고 읽을 수 없는 글자가 되어버린다. 모음은 더더욱 변화를 주기 힘들다. 자음이 글자의 형태를 가장 크게 좌우한다. 조금더 살펴보자면 글자의 인상을 좌우하는 특정한 자모음의 조합자를 추릴 수 있다. ㅣㅡㅏㅓㅗㅜㅛㅠ 등에서는 형태의 특징을 부여하기 어렵다. 차라리 이런 단조로운 획은 자음의 형태에 어울리게 디자인하는 편이 수월하다. ㄱㄴㄷㄹㅁㅂㅍ 은 가로 세로 획의 엮어 그린다. ㄱ의 꺽임을 어떻게 표현할지. ㄴ의 굴림을 어떻게 표현할지. ㄷㄹㅁㅂㅍ에서 획의 연결을 어떻게 표현할지. ㅅㅈㅊ의 내림 사선과 맺음 사선을 어떻게 표현할지. ㅇㅎ의 곡선. 원형은 어떻게 표현할지. 그리고 이 자음이 초성과 종성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어느 정도는 미리 생각해두어야 글자를 그리는데 막힘이 없다. 




좀 횡설수설하지만 이렇게 기록하면서 조금씩 내용을 정리하려하니 이 글을 읽는 분들께는 양해를 구한다. 결국 입문자들이 보기 좋은 글자를 그려내기 위해서는 일정한 두께. 일정한 간격. 일정한 형태를 지켜주면 된다. 받침이 있는 글자와 없는 글자를 일정하게 그리기 위한 일관된 조형규칙도 필요로 한다. 자모음을 나열해보면 알겠지만 사각의 그리드 위에 가로와 세로획은 대부분 비슷한 형태를 보일테니 조금 달라보이게 그리기 위해서는 사선과 곡선. ㅅㅇ의 형태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인다. 라고는 하지만 그 경우에 수는 그리 많지 않다. 그리드 안에서 균형을 익히고 조형을 위해 그리드를 벗어날 때 비로소 다양한 형태의 글자를 그려낼 수 있다.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쓰다보니 영 정리가 안되어 정리는 다음에 이미지를 첨부하면서 하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레터링수업하러 한글타이포그라피학교로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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