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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SSTYPE Jun 13. 2017

제스타입 작업일지 #25

근황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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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 바쁜걸까. 사실 그리 정신 없을 정도로 바쁘진 않다.

아니지. 말이 조금 그렇지만. 그렇게 바쁘진 않은데 정신이 없다.



조금 귀찮은 일들. 예를 들면 서류업무와 같은 것. 디자인을 제외한 그런 일들이 소소하게 나를 괴롭힌다. 

나는 그저 디자인만 하고 싶은데. 사람도 만나야 하고 이것저것 조율도 해야하고. 뭐 기타 등등 자잘한 일거리들. 정신 바짝 차리고 십분이면 처리할 그런 일들로 몇일 동안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혼자 괴로워하다가 결국 손을 대면 금방 처리하고 머리 속에서 지워버린다. 멀티태스킹이 굉장히 취약하다... 하나를 하고 있으면 여러가지 일들을 잊어버리기에 늘 구글 캘린더나 메모 앱을 통해 확인 또 확인하고 일들을 처리하지만. 메모를 해뒀다는 사실조차 잊기도 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정말 별 것도 아닌 사소한 일들로 혼자 괴로워한다. 누군가 대신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그런 금전적 여유가 어디있겠는가. 어쨋든 닥치면 다 처리하게 되어있다. 그렇게 꾸역꾸역 연명하고 있다. 이게 바쁜건지. 정신적으로 소모되어 가고 있다.



지난번에 리프레시 한다며 칼을 잠깐 갈았더니 갑자기 일이 들어왔다. 

웹사이트를 통해서 문의가 들어왔는데 전화해봤더니 권지용씨의 피스마이너스원이었다. 3집 솔로앨범의 한글로고. 당시에는 하늘이 돕는구나 기뻐하며 열심히 작업했지만. 나중에서야 나한테만 맡긴 것이 아니라 여러 디자이너 혹은 스튜디오에 일을 주고서 시안을 받는 프로세스인지. 결국 내 작업은 선택되지 못하여 시안비만 받기로 했다.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아주 칼을 갈고 심혈을 기울인 작업이어서 내 마음에는 쏙 들었다. 솔로 3집과 서른이란 키워드에 맞추어 ㅈ의 형태를 숫자 3의 형태와 유사하게 디자인하고 동서양의 인장 느낌을 믹스하여 태조 이성계의 곤룡포 용문을 그려넣어 인장을 완성했다. 용 비늘도 하나 하나 쪼개가면서 일주일 동안 아주 하얗게 불태웠다. 내 마음에는 쏙 들었는데.

아... 그래서 안된 것일까... 





아무튼 그 후로 또 YG에서 일이 들어왔다. CI 리뉴얼. 그 중에 심볼마크만 디자인. 마찬가지 프로세스로 진행하고 있어서 아무래도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작업을 진행했다. 사실 그보다 이전에 리뉴얼한 로고가 굉장히 YG다워서 이걸 어떻게 손을 대야하나 정말 많이 고민했다. 바라는 방향이 뭔가 명료한듯 하면서도 해석하기 나름이라 결국은 다양한 형태로 쭈욱 디자인하고 발전시켜나가다 최종적으로 네가지 시안을 제출했다. 내가 작업한 로고가 YG의 로고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주 좋을텐데. 권지용 3집 한글로고타입으로 쓴맛을 봤기에 적당히 체념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 심정이다. 상처 받지 않기 위해 미리 체념하는... 



아무튼 결과물의 퀄리티를 높이려고 노력한다. 

이전에는 디자인하기 급급하게 적당히 SNS에 올리면서 작업을 진행했다. 매일 매일 작업해서 올리는 것은 아니지만 근근히 올리며 팔로워를 한사람 한사람 늘려가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주객이 조금 바뀐 듯한 느낌이었다. 디자인의 퀄리티가 당연히 더 중요하지만 누가 알아줘야 내가 일을 할 수 있다. 그래서 SNS를 통해 조금씩 인지도를 높이려고 했다. 그러다보니 퀄리티가 점점 떨어졌다. 떨어졌다기보다는 정체되어 있었다. 이제와서야 위기감을 느끼고서 디자인에 다시 집중하고 있다. 레터링이든 그래픽이든. 보다 디테일하게. 보다 신경써서 작업하고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많은 자료들을 찾아보며 다시 배우고 있다. 언제나 느끼지만. 한참 모자라다. 갈 길이 참 멀다. 더 부지런해야할텐데.





한글타이포그라피학교 히읗에서 진행하는 레터링 수업 외에 계원예대 레터링 특강도 진행해보고. 수원영상미디어센터에서 레터링 클래스도 진행해봤다. 곧 SPC그룹 디자인팀에 레터링 워크샵도 진행한다. 소소하게 용돈을 버는 느낌으로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있다. 수강생들의 작업을 보면서 또 가이드하면서 나 또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다들 참 잘한다. 나도 잘해야하는데 폰트 디자인하느라.. 좀더 부지런히 움직여야한다고 매번 생각은 하는데 피곤하다. 어제는 밤이 새도록 책을 읽었다. 적당히 낮잠을 잤더니 잠이 오지 않아서 책을 읽다보니 출근할 시간이 되었다. 읽고 쓰는 즐거움이 참 좋은데 거기에 빠져있으면 작업을 할 수 없고 적당히 밸런스를 잡아야하는데. 아무튼. 작업이 제일 우선이니깐. 


일년을 잡고 레터링에 관한 책을 쓰기로 했다. 레터링 수업을 하다보니 차라리 교재처럼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한글 글자 조형의 입문서 정도. 수업을 진행하면서 차근차근 내용을 정리하고. 큰 흐름을 잡고 있다...


이래저래 정신이 없다. 여기까지 근황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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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일이라는 것은 참 뜻대로 되는 법이 없다.

모두가 잘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잘 못될 수도 있다. 왜 사람들은 잘못될 수도 있다는 말은 해주지 않을까. 어떻게될 지는 정말 아무도 모르는 것인데. 나는 진행하고 있는 일들이 잘 될지 혹은 잘 못될지.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만 일정 목표를 차근차근 세워두고 그 계획에 맞춰 움직이고 목표를 달성해 나간다. 결과가 미흡할 때도 있고 생각 이상으로 좋을 때도 있지만. 그 결과가 어떻든 실망하지도 않는다. 만에 하나. 실패하더라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파악하고 다시 계획과 목표를 세우고. 다시 진행한다. 내 역량이 부족했다면 목표를 낮추면 그만이다. 일이 꼭 내 뜻대로 되지는 않더라도. 꾸준히 하다보면 결국은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꾸준함. 이 것은 근면. 성실과는 다르다. 노예 근성으로 제 살을 깍아가며 피폐한 생활 속에 지속하는 그런 것이 아니다. 자신의 생활에 맞춰서. 자신의 레벨에 맞춰서. 적당히 무리하지 않도록 계획을 세우고 지속해 나가는 것이다. 일주일. 한달. 반년. 일년. 시간이 지나면 차근차근 계단을 오르듯 한걸음 한걸음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무리하면 힘들고. 포기하면 편하다. 



나는 욕심을 원동력으로 움직인다.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지만.

누구도 꺽기 힘든 내 삶에 대한 의미와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 꿈을 이루고 싶다. 모호한 무언가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가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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