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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SSTYPE Jul 30. 2017

폰트계독 #2

텍스트와 타이포그래피



2017. 0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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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와 타이포그래피를 읽어보니 표지에 쓰여있듯 그 안에는 굉장히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다양한 이야깃거리들이 담겨 있지만 각각의 이야기는 얼마 되지 않아 흥미로운 주제에서는 읽을거리가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정보를 시각적으로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시각적 수사법이라던지. 타이포그래피의 세계적 흐름이라던지. 세기 별로 혹은 10년 주기로 변하는 제목용 글자체 유행의 흐름이라던지. 옛 글자의 리바이벌과 디지털화에 대한 이야기나. 19세기 타이포그래피의 상업적 실험에 대한 이야기. 모듈 글자체 디자인. 유기적 레터링 등 다양하고 흥미로운 주제들이 있지만. 지금 글을 쓰고자 하는 주제는 글자체 범주와 역사. 그 분류와 새로운 범주다.


이 책에 담긴 영문에 대한 내용보다는 한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싶은데. 일단 이 책에 등장하는 '지금까지 유의미한 국제 타이포그래피 연합'이라는 것이 참 부럽기도 하다. 복스의 분류법에서 이어진 글자체의 범주를 살펴보면 올드 스타일인 휴머니와 게럴드. 과도기 양식인 레알르와 디돈. 19세기 모던의 그로테스크나 고딕으로 불리는 휴머니스트. 지오메트릭 산세리프. 슬랩세리프. 플레어세리프 등이 대표적이며 당시 주류가 아니었던 범주는 따로 세분화되지 못하고 기타 범주로 묶여 있었다. 지금에 와서는 글자체의 분류가 보다 세분화되어 있는데 77p 폰트폰트 분류를 보면 본문이나 제목에 사용하는 올드스타일에서 현대적 스타일까지의 세르피. 산세리프체를 묶는 타이포그래픽. 기하학적. 무정형적. 풍자적. 역사적. 영리한. 파괴적. 손으로 쓴 타입으로 분류되어 있다. 이 분류도 1996년에 사용된 것이니 20년도 더 된 자료라 따로 현재 분류된 자료들을 찾아보았다.


가장 먼저 MyFonts.com의 카테고리 분류를 살펴보았다. 산세리프, 스크립트, 핸드라이튼, 세리프, 슬랩세리프 크게 5가지 범주로 나눠져 있으며 세부적으로 산세리프는 모던. 지오메트릭. 그로테스크. 클린 4가지로 세분화되고. 스크립트는 캘리그래피. 엘레강스. 브러시 3가지로. 핸드라이튼은 라이팅. 드로운. 2가지로. 세리프는 패션. 컨템퍼러리(현대적인). 올드스타일. 레저블(읽기쉬운) 4가지. 슬랩세리프는 우드타입. 빈티지. 카우보이. 텍스트 4가지로 세분화되어있다. 그리고 각각의 카테고리로 들어갈 경우 브랜딩. 디스플레이. 모던. 클린. 볼드. 라이트 등의 다양한 태그가 나열되어 있고 선택에 따라 찾고자 하는 스타일의 폰트를 쉽게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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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myfonts.com/



이어서 dafont.com의 카테고리 분류를 살펴보았다. 마이폰트에 비하면 굉장히 세분화되어 있는데 카테고리를 살펴보면 팬시. 타 문자 룩. 테크노. 비트맵. 고딕. 베이직. 스크립트. 딩벳. 홀리데이로 구분되어 있다. 글자체의 본질적인 범주로 분류하기보다는 사용자들이 찾는 스타일에 따라 크게 구분되어 있는데. 이러한 부분에서 마이폰트와 다폰트의 차이를 알 수 있다. 마이폰트는 폰트를 판매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폰트의 완성도가 높고 소개가 잘 되어 있으며 전체적으로 깔끔하다. 반대로 다폰트는 판매가 아닌 아마추어 타입 디자이너들의 폰트를 공유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대부분이 무료폰트이며 폰트에 대한 소개가 미흡하고 폰트의 완성도가 떨어진다. 마이폰트에 비하면 다폰트에 공유된 폰트들이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보다 실험적이다. 카테고리를 보면 마이폰트보다 다폰트가 더 많은 폰트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상은 다폰트가 32,000여 개. 마이폰트가 53,000개로 꽤 차이가 난다. 이처럼 영문 폰트는 오래전부터 체계적으로 역사적 맥락이 정리되어 글자체가 분류되어 왔고 현재에 와서는 사용자의 편의에 맞춰 다양한 스타일로 분류되어 있다. 



그렇다면 한글은 어떠한가. 부끄럽지만 글자를 그리고 있는 나 조차도 한글 글자체의 역사적 맥락이나 시대상에 따른 변화. 기술에 따른 변화를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어렴풋이 느끼거나 대략적으로 알고 있지만 정확한 자료나 근거가 없다.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일 뿐이다. 책에서 업근된 세계 2차 대전 종전 후 중립국이었던 스위스가 디자인 전반에 걸쳐 전 세계를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시대적 배경을 알면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일제강점기 당시의 한글은 어땠을까. 이러한 부분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한글 하면 훈민정음. 레터링을 하면서 그나마 가장 관심이 컸던 70년대. 80년대. 90년대의 한글. 그리고 지금의 한글까지. 한글의 역사적 맥락이 중요하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옛 글자의 형태를 복원하거나 리바이벌. 혹은 리뉴얼하는 것보다 그래픽적으로 더 다양한 모습의 한글을 그리고 싶었기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나 하나쯤이야 딴 길로 새도 괜찮을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 영문 타입의 범주. 그 범주에 담긴 역사. 그 줄기와 뿌리 그리고 뻗어나가는 가지들을 보면서 새로 돋아나고 있는 잎사귀들을 보면서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한그루의 나무를 가꾼다면. 잎사귀에 집중하는 것보다 뿌리내리고 줄기를 튼튼히 하고 가지를 뻗으면 잎사귀는 절로 풍부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 한글의 역사적 맥락을 정리하고 한글 조형에 대한 기본을 더 튼튼히 하고 하나씩 하나씩 차분히 범주를 넓혀가면서 다양한 글자체를 추구하는 것. 누군가가. 대신해주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가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요에 따른 것이 아니라 필수적인 가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글을 그린다면. 적어도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고 자형 설계의 지식을 쌓고. 그러한 단계를 밟아나가지 않으면 그저 근본 없는 디자이너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범주와 분류로 돌아가 국내 분류를 찾아보았다. 윤폰트의 카테고리는 해외 사이트의 분류와 굉장히 다르다. 패키지 폰트인 윤폰트. 작가별로 구분된 아티스트폰트. 해외폰트로 분류되어 있는 모노타입폰트. 무료폰트인 한글나눔폰트. 폰트 히스토리를 보면 윤폰트는 총 267가지 한글 타입페이스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두께 별로 구성된 자족을 더하면 2-3배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마이폰트가 53,000개의 폰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비해 윤폰트가 보유한 1,000개가 채 되지 않는 폰트를 보면 단순히 글자 수와 작업량의 차이를 떠나 타입 디자인의 규모와 환경 자체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해외에는 대표적인 글자체가 잘 정리되어 있지만 한글은 어떠할까. 무엇이 한글 글자체를 대표한다고 정리할 수 있을까. 윤고딕은 어떨까. 최정호의 고딕체와는 얼마나 다를까. 그 차이에 시대적. 기술적 변화. 시대적 맥락을 담아낼 수 있을까. 윤고딕이 현재 판매되고 있는 다른 고딕체들에 비해 더 뛰어난가. 산돌폰트는 카테고리 분류를 고딕. 디자인. 명조. 손글씨. 옛글씨. 팬시. 정도로 분류하고 있다. 산돌폰트는 500여 개의 폰트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옛글씨는 14개. 처음에는 좀 적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용비어천가, 월인천강지곡. 삼국지. 옥원중회연. 남계연담. 증수무원록. 삼국지연의 목판본. 구운몽. 선경전서 등 그 형태적 특징이 비교적 뚜렷한 옛글자를 리바이벌했다. 그 이상 내가 알고 있는 옛글자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 것으로 보아 한글의 역사적 맥락이 이 정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글 글꼴의 역사를 조금 더 찾아보았다. 한글 글꼴의 역사(김두식 저)라는 책을 살펴보다 찾고 있는 자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선행 연구의 동향 및 분석에서 주목할 만한 내용은 한글 글꼴 변천에 관련된 주요한 연구. 홍윤표(1998) 이 연구에서는 77종의 방대한 고문헌에서 추출한 한글 글꼴을 제시하고 글꼴의 변화를 통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그 외에도 다양한 자료를 언급하고 있지만 한글 글꼴 연구의 맥을 이루는 세 줄기로 미술 분야의 김진평. 서예 분야의 박병천. 국어학 분야의 홍윤표. 이렇게 세 사람의 선행 연구를 다루고 있다. 


김진평은 활자체 변천 요인을 다섯 가지로 규정했다. 첫째 필기구의 영향. 둘째 필기 습관의 영향. 셋째 시대 및 문화의 영향. 넷째 활자 제조법의 영향. 다섯째 활자 용도의 영향. 이 다섯 가지는 글자체 및 활자체 변천의 요인으로 규정했는데. 이러한 사항에 근거하여 한글의 역사를 옛 활자 시대. 새활자 시대. 원도활자 시대. 세 가지 시대로 구분하고 활자체 변천 계보도를 제시했다. 이 구분법은 활자 제조법을 기준으로 크게 나눈 뒤 각 시대를 다시 시대적. 문화적 성격에 따라 구분하고 세부적으로 전란 혹은 왕조 교체. 일반적인 사회상의 변화를 기준으로 구분했다. 대분류와 소분류의 기준이 활자 제조법과 시대상을 기준으로 하여 개연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재기되었지만 이러한 시대 구분은 한글의 역사적 맥락에 꼭 필요한 것이라 생각하고. 계속해서 합리적으로 재구성되어 나가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앞서 언급된 세 사람의 선행 연구 내용을 짧게 정리하면 이렇다. 


김진평 - 정밀한 시대 구분에 근거하여 한글 활자 글꼴의 변천을 분석한 연구

박병천 - 한글 글꼴을 수치와 크기 비례 및 문헌 대조를 통해 분석한 연구

홍윤표 - 한글 글꼴의 변화에 대하여 통시적 비교가 가능한 방대한 자료 제시형 연구


개인적으로 한글 글꼴의 변천사 (홍윤표 1998)은 한번 꼭 찾아보고 싶은 자료집이다.











한글 글꼴의 역사(김두식 저)를 조금 더 살펴보면. 기준점이 될 수 있는 특정 시점들이 보인다. 19세기 말. 1884년 한국 최고 민간 운영 출판 인쇄소인 광인사인쇄공사가 수동식 활판 기계와 납활자 제작 시설을 설치하여 충효경집주합벽 등을 간행하였다. 1896년 독립신문이 창간. 1898년에는 순한글 신문인 제국신문이 창간. 같은 해 황성신문이 발행되는 등 현대적 인쇄 매체가 등장하였다. 아쉽게도 이 책에서는 19세기 말까지만 다루고 있어서 그 이후 20세기에 대한 자료는 없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자료는 아래 이미지로 첨부한다.



흥미로운 부분을 발견하여 글이 잠깐 방향을 잃었지만 다시 돌아와서 글자체의 범주와 분류에 대해 생각해보면. 개인적으로. 주관적으로. 마이폰트의 글자체 분류를 참고하여 한글 글자체를 분류하자면. 이렇다.


고딕체 - 본문고딕. 제목용 헤드라인. 굴림. 획 대비를 더한 모던한 타입. 또는 클래식. 레트로 정도.

명조체 - 본문명조. 조금 더 빽빽한 신문명조. 슬랩세리프 같은 모던한 타입. 제목용 명조.

전각체 - 방각본. 옛활자. 옛 인쇄술로 제작된 형태 혹은 파생된.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타입.

필서체 - 손글씨. 옛글씨. 필기구의 특징이 담긴. 필법이 글자 형태의 주가 되는 타입.

장식체 - 위 4가지로 분류되지 않는 그래픽적인. 기하학적인. 장식적인. 팬시한. 형태적 특징이 부각되는. 특정 컨셉을 표현하는 타입.


계속해서 정리해봐야겠지만. 일단 개인적으로 위 분류에 따른 자료를 수집하고 앞으로 제작할 폰트 혹은 타입 디자인의 방향을 참고하고자 한다. 이전에는 단순히 기존에 없는 형태의 것. 혹은 한글의 다양화를 위해서 형태적 특징이 부각되는 그런 타입 디자인을 추구했지만. 앞서 말했듯 앞으로는 뿌리와 줄기를 생각하고 가지를 뻗으려 한다. 끝으로 덧붙이자면. 이 책을 읽고 비슷한 주제의 한글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을 찾아보고 논문을 찾아보면서 생각보다 자료는 많다는 것을 느꼈다. 찾지 않았을 뿐. 다양한 자료들을 보다 보니 작업에 대한 영감도 떠오르고 부족했던 지식을 채우기도 했다. 글을 쓰면서 자료를 찾다 보니 텍스트와 타이포그래피보다 다른 책들을 더 많이 읽은 것 같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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