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ESSTYPE Mar 29. 2018

한글꼴의 저작권

한글꼴 그리고 한글 서체의 저작권에 대해서.


#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있지만. 아직 조심스러우니. 

자세한 내용은 추후에 공개하기로 하고.

한글꼴과 한글 서체에 대한 저작권. 이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그리고 디자이너의 인식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 생각하여 글을 쓰게 되었다. 

한글꼴의 저작권에 대한 판례와 사례를 지속적으로 모아 글을 작성할 생각이다.

20여년 전 판례로 인해 지금까지도 한글꼴의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달라져야 하지 않겠는가?


-


한글 서체의 저작권은 서체의 조형. 형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서체 파일에 있다.

한글은 세종대왕이 창제한 것이고. 디자이너는 이를 이용하여 서체를 제작했다면.

디자이너가 시간과 노력을 담아 제작한 것은 서체일까. 파일일까. 

애초에 이 둘을 분리하여 얘기하는 것 자체가 맞는 것일까. 


활자 디자이너는 글자를 조형한다. 글자를 그린다. 

수많은 시간 동안 애써 그린 그 글자는 세종대왕의 유산인가? 디자이너의 결과물인가?

디자이너의 노고를 무시한 채 그 저작물의 온전한 권리를 보호해주지 않는다면.

한글꼴 디자인은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없다. 위대한 세종대왕만이 남을 뿐.

한글꼴 디자이너의 노고는 세종대왕의 그늘에 가져려 있다. 


저작권법이 글자의 형태가 아닌 소프트웨어로서의 파일에 대한 저작권만 보호해준다면.

한글꼴 디자인은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없다. 권리를 제대로 보호받을 수 없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한글꼴. 글자의 형태는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아닌가?

현행법 상으로 한글 서체에서 글자의 형태는 보호 받지 못한다. 


-


그럼 저작권법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자.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저작권은 창작물을 만든이가 자기 저작물에 대해 가지는 배타적인 법적 권리로. 만든이의 권리를 보호하여 문화를 발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저작권 제도의 근거는 정신적인 노동에 의해 창조된 것에 대해서도 배타적인 권리가 인정된다는 노동이론과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부여하면 창작 활동이 활성화되어 궁극적으로 사회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유인이론을 바탕으로 한다. 

저작권이 발생하는 저작물은 창작적 표현물, 즉 표현 방식이며, 저작물에 담긴 내용(생각, 사상, 감정, 아이디어, 사실, 방법, 주제) 자체는 보호 받지 못한다. 현실적으로 생각과 표현을 구별하기는 어려운데. 저작물의 종류나 내포된 아이디어 종류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한술 저작은 그 내용이 이루는 과학적 사실을 표현할 방법이 한정되어 있어서 표현을 넓게 보호하면 내용 자체의 이용을 제한하게 된다. 발면, 예술적 저작은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으므로 그 표현이 상대적으로 넓게 보호되며. 예컨대 상세한 소설 줄거리 같은 것도 저작권 보호를 받는다. 


저작권법이 뭔가 애매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저작권법은 쉽게 말해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보호해주는 법이다. 

애매한 것은 무엇을 어디까지 보호해야 되는가에 대한 판단 기준이다. 이어서 저작권법의 제한과 예외. 침해에 대해 얘기하자면. 저작권이 제한되는 경우는 국가별로 다르나. 공정 이용은 저작물을 별도 허락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경우. 사실 자체와 사실을 전달하는 시사 보도 등의 경우. 법령, 고시, 훈령, 판결과 같은 정부 저작물 같은 공공의 재산인 경우. 이러한 경우에는 저작권을 보호 받을 수 없다.


저작권 침해에 대해서는. 저작자 명예를 훼손하거나 저작물 또는 그와 "실질적으로 유사한" 표현물을 허락 없이 이용하면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저작권을 침해하면 피해자에게 민사상 손해 배상 책임을 지며.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이렇게 정리되어 있다.


-


저작권법은 국가별로 조금씩 다른데. 대한민국의 저작권법을 알아보자.

이 법은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저작권법 제1조)
대한민국의 저작권법에 따르면, 사진, 회화, 디자인, 영화, 드라마, 게임, 소프트웨어, 만화, 광고, 뮤직비디오, 음악, 가사, 글 등 개인이나 단체, 기업에서 만든 모든 창작물은 저작권을 가지게 된다.
(저작권법 제4조 · 제8조 · 제9조)


이렇게 저작권법이 있음에도. 왜 한글꼴의 저작권을 온전히 인정 받지 못하는가. 그 이유가 여기있다.

서울고등법원 1994. 4. 6 선고 93구25075 판결
폰트도안은 일부 창작성이 포함되어 있고 문자의 실용성에 부수하여 미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점은 인정되나, 그 미적 요소 내지 창작성이 문자의 본래의 기능으로부터 분리, 독립되어 별도의 감상의 대상이 될 정도의 독자적 존재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어서 그 자체가 ...(중략)... 저작권법상 보호의 대상인 저작물 내지 미술저작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1. 6. 29 선고 99다23246 판결
폰트 파일의 소스코드는 ...(중략)... 컴퓨터내에서 특정한 모양의 폰트의 윤곽선을 크기, 장평, 굵기, 기울기 등을 조절하여 반복적이고 편리하게 출력하도록 특정한 결과를 얻기 위하여 프로그래밍 언어의 일종인 포스트스크립트 언어로 제작된 표현물이고 ...(중략)... 포스트스크립트 언어로 작성되어 사람들에게 이해될 수 있고 그 내용도 좌표값과 좌표값을 연결하는 일련의 지시, 명령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구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상의 컴퓨터프로그램에 해당한다.
대법원 1996.8.23, 선고, 94누5632, 판결
우리 저작권법은 서체도안의 저작물성이나 보호의 내용에 관하여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며, 인쇄용 서체도안과 같이 실용적인 기능을 주된 목적으로 하여 창작된 응용미술 작품으로서의 서체도안은 거기에 미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가 실용적인 기능과 별도로 하나의 독립적인 예술적 특성이나 가치를 가지고 있어서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저작물로서 보호된다. '산돌체모음', '안상수체모음', '윤체B', '공한체 및 한체모음' 등 서체도안들은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으로서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여야 할 문자인 한글 자모의 모양을 기본으로 삼아 인쇄기술에 의해 사상이나 정보 등을 전달한다는 실용적인 기능을 주된 목적으로 하여 만들어진 것임이 분명하여, 우리 저작권법의 해석상으로는 그와 같은 서체도안은 신청서 및 제출된 물품 자체에 의한 심사만으로도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 대상인 저작물에 해당하지 아니함이 명백하므로, 등록관청이 그 서체도안에 관한 등록신청서 및 제출된 서체도안 자체에 의한 심사 결과에 따라 그 서체도안이 우리 저작권법의 해석상 등록대상인 저작물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아 당해 등록신청을 반려한 조치는 적법하다고 본 사례.


94년도. 96년도 해당 판례가 24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글꼴의 저작권을 묶어두고있다.

만약. 위 판례에서 언급한. 그 미적 요소 내지 창작성이 문자의 본래의 기능으로부터 분리, 독립되어 별도의 감상의 대상이 될 정도의 독자적 존재를 인정 받을 수 있는 한글 서체라면. 혹은 실용적인 기능24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한글꼴과 지금의 한글꼴은 다르다. 당시의 판단 기준과 지금의 판단 기준도 다를 것이다. 시간이 지나 많은 것이 달라졌음에도 해당 판례만을 두고 한글꼴의 저작권을 포기한 채 지켜볼 것인가.


-


위 판례의 일부만 인용하여 마치 한글꼴의 저작권이 전혀 인정될 수 없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글들을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한글 서체를 불법적으로 사용하여 저작권 단속에 걸린 사람들을 위한 팁과 노하우를 게시한 블로그인데. 보면 볼 수록 씁쓸하다. 나 역시 지금까지 이러한 사례나 판례를 직접 찾아본 적이 없었다. 이번 기회에 나부터 달라져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저 모니터만 바라보며 글자를 그릴 것이 아니라. 마땅히 모장되어야할 권리를 되찾기 위해. 미약하더라도. 조금씩. 한글꼴 저작권에 대한 글을 앞으로도 판례나 사례를 발견할 때마다 작성할 생각이다. 지금까지 그러했지만. 앞으로는 달라져야 하지 않겠는가?


-

작가의 이전글 폰트계독 #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