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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SSTYPE Mar 21. 2018

폰트계독 #7

마이크로 타이포그래피 : 문장부호와 숫자

2018. 0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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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입 디자인을 하면서 문장부호는 늘 고민거리였다.

어떻게 그려야 좋을지. 그전에 왜 이렇게 생긴 것인지. 어디까지 변형해도 괜찮을지. 모르기 때문에 함부로 그릴 수가 없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타입 디자인을 하면서 문장부호를 적당히 한글 혹은 라틴 알파벳과 어울리게 그려 넣었다. 지금까지 문장부호를 사용해 오면서. 또는 여러 가지 서체를 참고하여 그 형태나 쓰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작은 문장부호의 세계에도 내가 알지 못하는 역사와 변화의 과정이 담겨 있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문장부호는 우리의 것이라기보다는 서양의 것을 빌려온 듯하다. 한글은 본래 세로 쓰기로 사용되어 고서를 살펴보면 옛 문장부호의 흔적이 남아있다. 동양과 서양의 문자 그 전반적인 형태는 문자를 쓰기 위한 도구에서부터 차이를 보인다. 모필과 경필. 붓과 펜이다. 붓은 부드러운 형태를 취하기 마련이고 펜은 날카로운 형태를 취하기 마련이다. 문장부호는 문장을 떼어놓고 사용할 수 없는 만큼. 문장의 글줄 그 기준선에 따라 그려지게 되는데. 가로 쓰기에서의 문장부호와 세로 쓰기에서의 문장부호는 다를 수밖에 없다. 


가로 쓰기가 일반화되어 있는 만큼. 나 역시 가로 쓰기 방식의 글자를 그리고 있는데. 한글과 라틴 알파벳 그리고 문장부호를 서로 어울리게 혹은 적절하게 그리는 것이 어려워 한글과 라틴 알파벳의 기준선을 동일하게 그리고 있다. 이렇게 그릴 경우 같은 포인트에서 한글보다 라틴 알파벳이 더 커 보이게 된다. 이 부분은 라틴 알파벳 각 글자의 폭을 보다 좁게 그려서 비슷한 크기로 느껴지게 끔 그리고 있다. 기준선을 서로 맞춰 그리면 문장부호의 자리를 잡아주는 것은 수월하다. 물론 이러한 방법으로 그릴 수 있는 글자의 형태는 한정적이고. 전체적인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 나은 조형을. 더 좋은 서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제대로 알고 그려야만 하기에. 꼭 한 번은 넘어야 할 산이라 생각한다. 지금 당장은 미뤄둔 숙제가 많아서 오를 수 없겠지만.


문장부호는 그 문장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알려주는 보조장치다. 글을 쓰다 보면 문장부호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고민할 법도 한데. 그 쓰임을 알면서도 나는 제대로 활용하지는 못한다. 글재주가 있었더라면 문장을 단정하게 정리하여 읽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또는 의도한 흐름으로 읽을 수 있도록 보조하겠지만. 나는 글재주도. 말재주도 좋은 편이 아니라서 말도 하다 보면 횡설수설하는 경우가 많고. 글 또한 문장이 매끄럽게 나아가지 못하고 그 흐름을 뚝 뚝 끊어가며 쓰게 된다. 그러고 보니 나는 왜 쉼표를 사용하지 않고 마침표만 사용하는 것일까. 하고 그 답에 대해 생각해보니. 꼬리 달린 점보다는 그냥 점이 좋아서였다.


쉼표 하나를 두고 하루 종일 고민하는 작가도 있고. 문장부호 때문에 골치 아픈 편집 디자이너도 있겠지만. 그리는 사람의 고민도 참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이 책은 그러한 고민들을 많은 부분 달래준다. 한 번에 읽기는 무언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파트별로 조금씩 읽다 보면. 문장부호와 숫자를 그리는데 필요한 지식을 쌓을 수 있다. 끝으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을 꼽자면 "문장부호와 숫자가 골칫덩이인 이유는 그것이 '외래 요소여서'가 아니라 '외래 요소로만'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이 문장으로 시작하는 단락인데. '외래 요소'를 레터링 작업에 즐겨 사용하다 보니 무언가 와 닿는 부분이 있었다. 다르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닮아가야 한다는 것. 아직은 그것이 명확하게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괜히 퍽하고 와 닿는 그런 부분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생각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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