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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진택 Jun 17. 2020

친일 친미만이 유일한 해법인가? - ⑥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의 의미





대북전단 살포 논란

최근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무단살포 행위에 대하여 정부는 철저히 단속하고, 위반 시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남북 간 삐라 살포 행위를 금지하자는 상호 합의를 한 지는 꽤 오래됐는데, 한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대북전단을 보내지는 않고 있었지만 민간 단체에 의한 살포를 지속하고 있었고, 북한 역시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나름 삐라를 뿌리고 있었으나 2018년 판문점 선언 이후 북한의 대남전단 살포는 중지된 상황이었다.


판문점 선언에서는 2018년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한다고 했었다.


비무장지대 근처에서 날린 대북전단이 어느 정도 잘 날아가서 북한에 가는 것도 있긴 하겠지만 도로 한국 땅에 떨어지는 게 훨씬 더 많은데, 접경지역 농지 등에 떨어진 전단과 풍선, 페트병 등이 다 쓰레기가 되다 보니 결국 주민들이 다 치워야 하고, 강원도 등은 원래 관광 지역의 특성이 있는데 대북전단 살포 문제로 외국인 관광객이 안 온다고 불만이 많다.



2014년 10월 북한이 전단 살포를 사실상의 선전포고라고 규정하며 대북전단을 향해 고사총을 발포하고 우리 군이 대응사격을 하는 사건이 있었는데, 이때부터 접경지역 주민들은 대북전단 살포를 막기 위해 트랙터 등으로 도로를 막기도 하고 탈북민 단체 회원들과 격한 몸싸움을 펼치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2016년 대법원은 탈북자 출신의 선교사가 경찰의 대북전단 살포 제지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국가에게 대북전단 살포를 막을 권리가 있다고 판결했다. 대북전단 살포가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것은 맞지만 인근 주민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국가의 제재는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탈북민 단체는 꾸준히 비무장지대 인근에서 전단지를 북한으로 날려 보내고 있는데, 대형 풍선에 매달린 페트병에 북한 돈이나 쌀과 옷 등을 넣기도 하고 USB에 든 성경 등을 보내고 있으며 전단지의 내용은 주로 김 씨 일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 많다. 김정은의 죄명을 살인과 인권 유린으로 정하고 현상금 5000만 달러를 내걸기도 했다.


2013년에 경기도 연천군에서 살포한 대북전단에는 김정은의 부인인 이설주가 원로 노동당 간부들과 외설 영상을 찍었으며, 그 사실 때문에 은하수 관현악단의 여성 배우들이 공개총살이 되었다는 등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외설적인 사진과 함께 실었는데, 생뚱맞게도 외설적인 이미지에 노무현 대통령의 합성사진을 넣었다. 2014년 국정감사에서 박근혜 정부가 이런 대북전단 살포를 위해 보수단체에게 수억 원의 정부지원금을 지급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던 바 있다. 



탈북민들은 전단을 보고 진실을 알게 된 북한 주민들이 폭동을 일으켜 김정은 정권을 무너뜨리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북한은 개방 노선으로 전환한 지 오래되어 많은 주민들이 핸드폰도 갖고 있고 K-POP과 한국 드라마를 일상적으로 보고 있는 실정이라는데 과연 대북전단이 얼마나 효용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어쨌든 북한은 비밀경찰에 의한 감시사회라는 특성이 있다. 독재국가가 선군정치를 추구하는 것은 국민의 관심을 돌리려는 목적도 있으나 주로 내부로부터의 위협을 두려워하여 사실 총구를 국민에게 향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교묘하게 군대의 권력을 나누어놓아 쿠데타가 성공하기 어려운 조건을 만들어놓는다. 이는 북한뿐 아니라 스탈린 이후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의 모든 독재 국가가 다 하던 짓이며 사실 군부 독재 시절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런 체제가 수십 년간 유지되어왔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국민 주도의 혁명에 의한 정권교체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북한 주민을 선동하는 행위는 실질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우며 별다른 국익 없이 북한을 크게 자극하는 매우 위험한 행동일 뿐이다.


만약 정말 북한에 쿠데타나 혁명이 일어난다면 전쟁의 위협도 위협이고 한국 기업 주가 떨어지는 문제도 있지만 아무래도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결국 외국 군대가 개입하게 되어 헌법상 대한민국의 영토인 북한을 빼앗길 가능성이 상당히 크고, 만약 어떻게 상황이 유리하게 돌아가서 한국이 북한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더라도 또 문제인 게 갑자기 준비 없이 한국이 북한을 관리하게 되면 그거야 말로 엄청난 리스크인 것이, 천문학적인 통일 비용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사회적 갈등이 극에 치달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각에서는 탈북민 단체의 행동은 결국 돈 문제라는 시선도 있다. 6월 12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탈북민 홍강철 씨는 탈북민 단체들이 극우 개신교 단체에서 돈을 받는데, 돈을 받으려면 사회 이슈화가 되는 활동 내역을 만들어 내야 한다. 박상학 대표가 있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은 다른 단체에서 자기 단체 이름으로 삐라를 날려달라 부탁을 하면 대행해주기도 하는데, 원가 타산을 해보면 풍선 가격이 8만 원에서 12만 원인데 풍선 한 개당 150만 원씩 받고 있다며, 인권운동을 하는 게 아니라 돈밖에 모른다고 주장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전격 폭파와 북한의 도발

2020년 6월 13일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이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라는 직책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 김여정이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보복 조치를 할 것이다. 또한 무력 도발을 할 것이라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다. 


위원장 동지와 당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나의 권한을 행사해 대적사업 연관 부서에 다음 단계 행동을 결행할 것을 지시했다. 다음번 대적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 머지않아 쓸모없는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다.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하다 등의 발언을 했는데, 담화문을 잘 살펴보면 갑자기 김여정이 전면에 나서며, 김여정이 남북문제에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는데 많은 내용을 할애하고 있다.



김여정이 전단지 살포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은 원래 종교적인 특성이 있는 왕조국가인 북한에서는 절대자인 김정은이 실수나 잘못을 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김정은이 남북 화해 협력을 시도했으나 잘 안 됐다는 문제를 남북 정상회담 등에서 역할을 했던 김여정에게 책임을 떠넘긴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지금의 상황 자체가 북한에서 김여정에게 김정은 밑의 제1인자라는 이미지를 심으려는 시도라는 시선도 있다. 김정일이 김일성에게, 김정은이 김정일에게서 권력을 승계받을 때도 주로 대남 무력 도발을 통해 내부적으로 명분을 쌓고 군부의 충성을 재확인하는, 현재와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을 향해 대화의 창을 닫지 말 것을 요청하고 대북전단 금지 법안에 대하여 논의하는 등 나름 성의를 보이기는 했으나 결국 북한은 6월 16일 개성공단에 위치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전격 폭파했다.


이 건물은 전적으로 한국의 돈으로 세워진 시설이며 2018년 기존 건물을 개·보수하여 연락사무소를 건립하는 데만 103억 원을 썼고 3년 간의 운영 비용 등을 합하면 총 168억 8300만 원이 투입됐다고 한다.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은 남북 정상 간 합의 파기를 넘어 대한민국의 재산을 폭파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돈이 문제가 아니라 애당초 연락사무소가 사실상 대사관이나 마찬가지이기에 이곳을 폭파했다는 것은 매우 극단적인 조치였다. 정부는 남북연락사무소가 남북 관계 개선에 있어서 정부가 거둔 최대 성과의 하나로 평가하고 있었고, 이미 코로나 사태로 남북 인원이 모두 철수한 상태였으나 남북 간 교류의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곳이었다.


통일부는 이번 행위가 남북관계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비상식적이고 있어서는 안 될 행위로 이에 깊은 유감을 표하고 강력히 항의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강력한 유감과 함께 모든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북측에 있다며, 북측이 상황을 계속 악화시킨다면 우리는 그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래통합당은 북한의 도발에 기뻐하며 문재인 정권의 대북 유화 정책이 실패했다. 이번 북한의 행위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외교안보특위를 긴급 가동하겠다 라고 하면서도 박병석 국회의장이 본인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상임위를 강제적으로 배정했기 때문에 국회 국방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로의 복귀는 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친일 언론에서는 언제나 그랬듯이 무작정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고 나라 망하기를 고사 지내는 논조를 유지하다 보니 북한이 아무 이유 없이 도발하고 있다는 뉘앙스로 보도를 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꾸준히 가장 노력한 부분이 바로 북한 문제였는데 북한과의 관계가 나쁘게 된 것은 전적으로 정부 탓이다 라고 비난을 하느라고 당연한 부분을 무시하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주장을 하게 된다.


비교적 진보적인 언론에서도 대체로 대북전단이 북한의 행보에 근본적 원인이 아니라고 분석하며 내부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시도로 보인다는 주장들을 많이 하고 있다.


아마도 코로나 사태가 북한에게도 크게 악영향을 끼치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북한이 식량난, 외환위기 등으로 인한 주민 동요를 달래려 도발하는 것이 아니겠느냐 라는 것이다.



이는 매우 상식적이고 논리적인 주장이지만 북한이 주민들의 불만을 달래려고 불필요한 도발을 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 너무 자의적인 해석이라고 본다. 


물론 북한은 자급자족에 가까운 극단적인 경제 체제를 유지하며, 끊임없는 자연재해와 미국 주도의 끊임없는 경제 제재, 코로나 여파로 중국과의 교역도 문을 닫은 사정 등 어려움이 있으며, 북한 주민들도 남북 화해 협력이 경제 회복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가 지지부진한 상황에 불만이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북한 국민들이 어려운 상황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북한이 언제부터 국민들의 어려움을 생각하는 국가였는가?


북한의 도발은 도발 전후의 상황이나 담화의 내용 등을 볼 때 일단은 탈북민 단체의 풍선이 직접적인 이유였다.


확실히 북한이 워낙 폐쇄적인 국가라 북한 정부나 주민들이 무슨 생각인지 확실히 알 수 없어서 답답한 부분이 있지만, 사실 북한의 메시지는 매우 명확했기 때문에 정부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즉각 금지하겠다고 확실히 했으면 연락사무소 폭파까지는 안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때 추진되었던 남북 경제협력은 친일 언론의 주장과 달리 한국이 일방적으로 퍼주는 행위가 절대 아니었으며, 상당히 상호 수혜적인 성과가 있었다.


개성공단은 서울과 수도권을 노리던 장사정포가 있던 기지를 비우고 세워졌다.



북한은 현재 지구상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확실히 개발할 여지가 있는 나라이며 북한의 싸고 효율적인 노동력을 활용하는 것은 비핵화가 평화롭게 이루어지고 정치적인 리스크만 제거된다면 분명 가장 바람직한 기회가 될 수 있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위해서라도 북한이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계속해서 개혁과 개방,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정상국가로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 가장 필요한 일이며, 한국이 직접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이는 확실히 멀고도 어려운 일일 뿐 아니라 사실 한국 정부도 그다지 의지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다.


어쨌든 북한 정부와 국민들은 우리나라 이상으로 남북 간의 화해 협력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김정은의 남북 화해 추진 자체에 불만이 있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며 어쩌면 내부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일 수도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지난 2년간 남북 대화, 북미 대화를 추진해왔으나 결국 실패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는데, 김여정의 담화가 더 이상 화해와 대화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선언인지, 마지막 전략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물론 대북전단 문제는 하나의 계기였을 뿐 근본적인 문제는 남북 관계 개선과 경제 협력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일 텐데, 일차적인 이유는 미국이 전혀 양보하지 않고 북한의 무조건적인 항복을 요구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며 한국 정부도 독자적인 남북 경협 등을 전혀 시도하지 않고 미국 눈치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꾸준히 북한과의 대화와 화해를 주장하긴 했으나, 충동적이고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의 트럼프가 북한 문제를 자기식으로 접근하려고 한 것은 단순히 나는 기존의 미국 정치인들과 다르다고 어필하고 싶었기 때문일 뿐일 가능성이 높으며, 근본적으로 북한의 도발을 그저 귀찮은 일 정도로 취급하고 별로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다른 대통령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국 대선은 쉽게 예측할 수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는데, 코로나 사태를 제어하지 못한 것과 흑인 사망으로 인한 대규모 인종차별 반대 시위 때문이다.


정권 교체가 되면 항상 새 정권은 기존 정권이 열심히 하던 일을 반대로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미국이 북한에게 강경하게 돌아선다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심지어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은 오바마를 계승하며, 트럼프가 탈퇴를 선언한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TPP, Trans-Pacific Strategic Economic Partnership. 일본이 주도한 고강도 자유무역협정)에 다시 가입하겠다고 하는 등 친일 경향이 뚜렷한 인물이다.



미국 정치인이 친일 경향이 있는 것은 일본이 열심히 로비를 해서라는 얘기도 있고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 견제를 위해 일본에 힘을 실어주는 게 용이하기 때문인데, 어느 정도 인종차별적인 요소도 있다. 


미국이 북한을 불량국가 취급하는 것은 확실히 북한이 불량한 면이 있기 때문이지만, 금전적인 이익보다 자존심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시아인의 성향을 이해하지 못하고 무조건적인 항복과 굴종을 강요하는 태도는 북미 대화가 더욱 진전되지 못하게 하고 있으며, 트럼프가 물러난 뒤에는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사실 미국 민주당 대통령이 다시 곧장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을 계획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확실히 한국 정부는 미국 눈치를 많이 보고 있지만 사실 국내 여론 눈치를 더 많이 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국민들은 평화를 향한 대의에 원론적인 찬성을 하지만 대체로 정부가 북한에게 강경하게 나서지 않는 것을 많이 비난하고 있으며 북한의 도발에는 강력하게 응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애초 북한이 대화 상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꽤 많으며 심지어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 등도 북한에 퍼주기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무래도 북한 문제를 온건하게 생각하는 쪽보다 훨씬 많은 것 같다.


이는 군부 독재 시절 내내 반공 세뇌 교육을 했던 영향이 아직 많이 남아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막연하게 미국 일본은 착한 편이고 중국 러시아 북한은 무조건 나쁜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런 종류의 국민적인 저항은 북한이 더 심할 수도 있다. 다만 북한은 사실상 왕조 국가이기 때문에 김정은의 결단을 통해 국가 정책을 180°바꾸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용이했을 것이다.



정말로 김정은이 건강 이상이 있어서 물러나야 한다면 김정은보다도 더 명분이 부족하며 젊은 여성인 김여정이 1인자가 되는 것이 가능할까? 그리고 북한의 태도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당이나 군부 입장에서는 김여정을 더 쉬운 상대라 생각해서 추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는 하다. 역시나 북한이 워낙 폐쇄적인 국가라 정확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사실 김정은도 처음에는 허수아비 얼굴마담으로 세워졌다가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내부의 위협과 정적들을 제거하고 권력을 잡은 것일 가능성이 높다. 


비슷한 역사가 또 반복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뿐더러 가령 김여정이 정권을 잡고 남북 대결 구도를 통해 군부의 불만을 잠재우고 권력을 강화하다가 확실히 1인자가 된 이후 다시 남북 화해를 추진한다는 것은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결국 북한의 권력 정점의 교체는 아무래도 리스크가 높아지는 일이다.


북한은 17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여정 명의 담화로 지난 15일에 한국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을 특사 파견하겠다고 제의했으나 공개적으로 거부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의 6.15 선언 20주년 기념 담화 발언을 비난하며, 한마디로 맹물 먹고 속이 얹힌 소리 같은 철면피하고 뻔뻔스러운 내용만 구구하게 늘어놓았다. 명색은 대통령의 연설이지만 민족 앞에 지닌 책무와 의지, 현 사태 수습의 방향과 대책이란 찾아볼래야 볼 수가 없고 자기변명과 책임 회피, 뿌리 깊은 사대주의로 점철된 남조선당국자의 연설을 듣자니 저도 모르게 속이 메슥메슥해지는 것을 느꼈다. 대북전단 살포 문제가 남북관계의 원칙인 상호 존중과 신뢰를 건드렸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한 인정도 없고 눈곱만큼의 반성도 없으며 대책은 더더욱 없다. 도대체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 공동선언 내용을 제대로 실행한 것이 한 조항도 없다. 상전의 눈치나 보며 국제사회에 구걸질하러 다닌 것이 전부다. 대통령의 담화에는 응당 사죄와 반성, 재발 방지에 대한 확고한 다짐이 있어야 마땅한데 책임 회피를 위한 변명과 오그랑수를 범벅해놓은 화려한 미사려구로 일관되어 있다 라고 주장했다. 


북한식 표현 때문에 얼핏 보면 무슨 전쟁하자고 선전포고하는 글 같이 보이지만 잘 살펴보면 북한이 원하는 바를 매우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담화 내용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민족의 화해 협력을 추진해야 할 책무와 의지, 수습의 대책이 필요하다. 남북관계가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은 외적 요인에 있지 않다고 하고 있다. 


어쩌면 미국 눈치 보지 말고 남북이 직접 교류하자는 주장을 또다시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는데, 북한 입장에서는 한국에게 나름 마지막 경고를 날리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북한은 확실히 자기 파괴적인 무력 도발을 서슴지 않을 수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이를 단순히 북한이 워낙 거지 나라라 또 돈 달라고 떼쓰는 것이다 라는 정도로 생각하고 무시해서는 상당히 곤란하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무엇보다 국민의 안전을 가장 최우선적으로 생각해야 옳다. 한국 정부는 여론이 북한에게 강경해야 한다는 쪽이기 때문에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겠지만 여기서는 과감하게 원칙과 상식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최초에 계획했던 프로세스대로 일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결과를 낼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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