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과 유명희의 도전
세계무역기구 WTO는 다수결 투표로 대표를 선출할 경우, 다수의 힘에 의해 소수가 희생된다는 결과가 공정무역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만장일치 합의제를 실시하고 있다. 여러 나라에서 입후보한 후보들 중 지지를 가장 적게 받은 후보부터 하나씩 자진 사퇴를 유도하여 최종 1명이 결정될 때까지 합의를 계속하는 방식이다. 취지는 좋지만 결국 WTO 사무총장의 선출은 사실상 미국, 중국, EU 등 일부 강대국들 간의 합의에 의해 결정되어 왔다.
1999년 사무총장 선거 당시 합의 실패로 최종 후보들이 각자 3년씩 총장 역할을 수행한 전례가 있었으나, 이후 2003년에 임기를 나누어 수행하는 것을 부정하는 규정 개정이 있었다.
브라질 출신의 기존 총장 호베르토 아제베두는 2020년 5월 미중 무역 갈등 국면에서 WTO가 아무런 영향력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비토 하며 임기 1년을 남겨두고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
국제 관계는 항상 힘의 논리에 지배받아 왔지만 과거 미국을 비롯한 세계열강들은 그래도 각종 국제기구들에 대하여 존중하는 척이라도 해왔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WTO와 WHO를 비롯한 각종 기구들이 공정한 시각에서 세계 각국의 갈등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그들에게 기부를 더 많이 하는 국가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고 있다는 불만을 꾸준히 토로했으며, 특히 WHO가 코로나 사태 초기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협을 과소평가한 것은 중국의 영향력 때문이었다고 비난해왔다.
사실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협을 가장 과소평가한 사람은 트럼프 본인이기 때문에 이러한 비난은 다소 부적절해 보일 수도 있는데, 하여튼 트럼프는 미중 대결 구도를 통해 자국에서 본인의 입지를 강화하며 자신의 인기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꾸준히 중국에 대한 도발과 비난을 반복하고 있으며 이러한 트럼프의 노골적인 중국 및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국제기구에 대한 비난이 WTO 총장 사퇴의 직접적인 이유가 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현재 상황에서는 중국이나 미국의 영향을 모두 받지 않는 제3국에서 차기 수장이 나오는 게 옳은 일이었으나 결과적으로 미중 양국의 영향력이 워낙 커서 최종 결선 지지 투표는 한국의 유명희 후보와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의 대결이 되었다.
한국은 친미 국가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시각에서 유 후보는 친미 후보로 여겨진다. 응고지 후보는 나이지리아 재무 장관 시절에 일대일로 사업을 대규모로 도입했기 때문에 친중파로 여겨지고 있는데, 과거 일본 국제협력기구(JICA, Japan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기 때문에 일본과도 커넥션이 있다.
일본은 일제강점기 전범기업들에게 강제징용공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한 한국 법원의 판결을 비난하며 보복의 의미로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소재 3종에 대한 수출 중단이라는 조치를 취했던 바 있는데, 한국의 유명희 후보는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이러한 일본의 불법 행위를 WTO에 제소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당연히 원칙적으로 국제기구의 수장은 출신 국가의 사정과 상관없이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해야 마땅하나 최소한 유 후보가 한일 관계에 대하여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 유 후보가 WTO 사무총장으로 취임할 경우 WTO가 일본의 불법에 대하여 적반하장으로 편을 드는 일이 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걸고 있었다. 확실한 친중파인 나이지리아 후보가 총장으로 선출된다면 앞으로 WTO는 더욱 노골적으로 강대국의 이익에 유리한 판결을 잘 내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원칙적으로 WTO의 164개 회원국은 나라별로 각자 한 표를 행사하게 되어 있지만 EU는 항상 자체 합의를 통해 EU 전체가 한 후보를 지지해왔기 때문에 WTO 사무총장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아프리카 국가들과 더 관계성이 깊기 때문에 EU는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할 것으로 보였으나 동유럽, 중유럽, 발칸반도, 발트 국가 등이 유명희를 지지하겠다고 반대하여 합의 발표를 한차례 늦추기도 했는데, 이는 동유럽 등이 한국과 통상을 많이 한다는 영향도 있겠지만 지리적으로 아시아에 더 가까운 국가들이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의 민폐에 대하여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결국 10월 27일 EU는 27개 회원국 대사 회동에서 나이지리아 지지로 최종 의견을 모았으나, 헝가리 등 7개국은 마지막까지 한국 지지 의견을 냈다고 한다.
28일 최종라운드 지지 투표에서 한국 대 나이지리아에 대한 세계 각국의 지지가 60:104로 나오며 한국은 사퇴 권고를 받았는데, 이는 미국보다 중국의 세계에 대한 영향력이 더 크다는 의미가 아니라 세계 각국의 시각에서 한국 후보가 나이지리아 후보보다 특정 국가 편향으로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이미지가 더 컸기 때문이었다고 본다.
애초에 유명희 후보가 언더독으로 평가된 가장 큰 이유가 한국이 친미 국가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는 것이었다.
한국이 꾸준히 미국의 명분 없는 전쟁을 옹호하는 입장을 내는 등 노골적인 친미 정책을 펼쳐온 영향도 있지만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임기 내내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미국의 비위만 맞추는 태도를 꾸준히 유지한 탓에 역대 최악의 사무총장이었다는 오명을 받으며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원래 미국의 애완견 노릇을 하는 나라라는 이미지가 너무 커졌다.
미국은 현지시간 10월 28일 오후 3시경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차기 WTO 사무총장으로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며, 유명희 지지를 확실히 하고 나이지리아 후보가 최종적으로 선출될 경우 WTO를 보이콧할 가능성까지 내비쳤는데, 사실 이런 태도 자체가 국제 관계에서 미국의 이익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어필하고 싶은 트럼프의 대선 전략이었다고 보이며 결국 최종적인 결정은 미국 대선 이후로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미국 대선은 보통선거가 아니라 국민이 각자 자기 주에서 선거인단을 향해 투표하면 당선된 선거인단이 대선에 표를 행사하는 간접선거제인데, 현재 선거인단은 538명으로 이중 과반을 넘는 270표를 먼저 확보하는 쪽이 승리하게 된다. 선거 전략에 따라 국민 지지율에서 더 많은 득표를 기록한 후보가 2위로 밀려나는 경우도 잦으며, 간접 선거가 본질적으로 민주주의 제도에 반한다는 이유로 헌법을 바꾸려는 시도도 자주 있었으나 230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쳐 특유의 선거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말하자면 미국은 사실 단일 국가가 아니라 연방제 국가기 때문에, 각 주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자기 주 대표를 뽑는 것이고 그 대표들의 투표에 의해 최종적으로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이다. 괌, 푸에르토리코 등의 미국 속령은 투표권이 없으며 이들을 제외한 미국 50개 주와 1개의 특별구(워싱턴 D.C.)에 인구수 비례로 배정된 선거인단을 향해 투표한다. 50개 주 중 메인 주와 네브래스카 주는 일부 개별 선거구를 하원 의원 선거구 결과대로 나누는 의회 지역구 산출식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승자독식제를 유지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미국은 공화당과 민주당 양대 거대 정당이 존재하며 국민들이 주로 당을 보고 투표를 해서 선거인단은 소속 정당에 따라 투표를 하게 되는데, 상당수의 주에서 법적으로 선거인단이 당초 지지하기로 한 후보를 안 찍어도 상관없게 되어 있으며 실제로 유권자의 투표 결과와 반대되는 배신 투표를 하거나 기권하는 경우가 꽤 많이 있었다. 다만 선거인단의 배신 투표는 드문 일이고 이로 인해 대선 결과가 뒤집힌 적은 없다.
간접투표라는 한계보다 승자독식제의 부작용 때문에 미국식 선거는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각 후보들은 선거인단을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는 전통의 지지세력이 있는 주에서는 아예 선거운동을 잘 안 해버리게 되며 전적으로 중도 성향이 강한 이른바 경합주에서의 선거운동에만 열을 올리게 된다. 미국 선거 제도는 뭔가 민주주의 국가답지 않아 보이는 형태지만 결과적으로 각 후보들이 지지세력 결집을 위해 무리수를 던지는 행위도 적게 하게 되고 치열한 격전지에서 선심성 공약 남발보다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으로 싸우게 된다는 이론상의 장점도 있다. 물론 최근의 선거는 이런 이론과 달리 온갖 가짜 뉴스와 네거티브 폭로전으로 점철된 선거였으며 양 당 모두 포퓰리즘성 공약을 남발했다.
미국은 처음에는 남북전쟁에서 남부였던 지역은 민주당, 북부였던 지역은 공화당이었다가 세월이 흐르며 상당히 복잡해졌는데, 현재는 대체로 여성과 소수인종, 도시 고학력자가 민주당을 지지하고 서민, 종교인, 시골 사는 백인 등이 공화당을 지지한다.
상당 부분 미국 공화당이 한국의 친일 야당과, 민주당이 한국의 민주당 계열과 비슷한 점도 있지만 꼭 공화당이 보수고 민주당이 진보라고는 말할 수는 없다. 사실 미국은 무조건 미국 우선주의고 외교에서는 항상 보수적이라 어느 정당이 지배하건 외교적으로는 크게 바뀌지 않는 편인데, 공화당이 더 보수적이고 미국 우선주의일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적극적으로 북한을 공격하려 했던 쪽은 오히려 민주당인 경우가 더 많았다. 물론 공화당이 북한에 호의적이었던 적은 전혀 없었으나 대체로 공화당은 극단적인 친이스라엘 성향으로 중동 문제에만 관심이 많기 때문에 북한의 위협이 우선순위에서 밀린 경향이 있다.
바이든이 확실한 친일이기 때문에 일본 언론에서는 바이든을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 대체 투표권도 없는 남의 나라 선거에 관한 기사를 계속 왜 이렇게 많이 내는지 모르겠지만 친일 언론에서 일본 언론 베껴쓰기 기사를 양산하다 보니 한국 뉴스에서도 바이든을 응원하는 현상이 생겼는데, 심지어 두 후보의 공약을 비교해 보면 바이든이 미국 경제를 더 많이 발전시킬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바이든이 당선돼야 한국 경제도 발전할 거라는 주장을 하는 기사까지 나왔다.
트럼프와 바이든 모두 한국 입장에서 장단점이 있겠지만 사실 막상 이들이 당선 후 한일 간 분쟁이나 대북 정책에서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는 예측이 어렵다. 정권 교체가 되어도 미중 갈등 및 미중 양국이 한국에게 한쪽을 선택할 것을 강요하며 압박하는 상황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한국 입장에서는 누가 당선되든 사실 큰 차이는 없다. 트럼프가 재선 후 특유의 미치광이 전략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고, 바이든도 중국을 상대로는 강경한 보호무역을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트럼프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으로 조공만 바쳐주면 뭐든 한국에 유리한 정책도 펼쳐주겠다는 입장인 데다 북한에 호의적이기 때문에 친일 언론의 주장과 달리 한국 입장에서는 트럼프 재선이 더 유리한 점도 있다.
바이든이 당선되면 오바마를 계승해서 한국을 무시하고 일본 위주의 동아시아 전략을 내세워 한국에 불리한 상황이 펼쳐질 거라는 예상이 많지만 한국의 상황도 박근혜 때와는 또 다른 점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
미국 대통령은 재선이 가능하나 3선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첫 임기에는 재선을 염두에 두고 인기영합 정책을 펼쳐 재선에 성공하지만 재선 이후에는 하고 싶은 정책을 맘대로 펼쳐 인기가 떨어지곤 하여, 결과적으로 미국 대통령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8년씩 번갈아 차지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어느 쪽이든 대선 결과 자체가 그때그때 어느 한쪽에 대한 지지율이 일방적인 경우가 많아 항상 개표 자체를 끝까지 하지 않고 뒤쳐지는 후보가 중간에 패배를 승복해서 투표 집계를 그만두는 전통이 있었다.
트럼프는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자도 아니었으나 정치인이 아닌 아웃사이더 이미지를 내세우며 극적으로 당선됐고, 트럼프의 당선은 당시 대부분의 언론이 민주당 힐러리 후보의 우세를 예측했으나 사상 처음으로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온 선거였다.
이는 상당수의 트럼프 지지자들이 여론조사에서 대답을 회피하거나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기도 한데, 이는 민주당을 방심시키려는 계략이 아니라 실제로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밝히기가 여러모로 부끄러웠기 때문이었다. 이들 트럼프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기 꺼려하는 '샤이 트럼프' 계층이 현재도 많이 존재할 가능성 때문에 바이든 입장에서는 여론조사에서 앞서도 방심할 수 없었다.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 당시부터 언론과 사이가 좋지 않았고 항상 자신에게 불리한 뉴스가 나올 때마다 가짜 뉴스를 주장하며 언론을 공격해서 대부분의 언론이 트럼프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2015년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업무에 공적 이메일이 아닌 사적 이메일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가 비밀이 담긴 사적인 이메일이 해킹을 당하기 쉽다는 것과 왜 굳이 사적인 이메일을 사용했냐는 것이 논란이 됐고, 힐러리가 자신에게 불리한 이메일을 지웠다는 의혹, 실제로 러시아가 문제의 이메일을 해킹했다는 의혹, 힐러리가 이메일 사태에 해명하며 기밀 취급의 문서가 없었고 국무장관 일과 관련 없는 이메일이었다고 말한 게 거짓이라는 의혹 등이 나오며, 결국 대선 10시간 전 급하게 FBI에서 무혐의로 사건 종결을 발표했으나 결과적으로 이메일 스캔들은 힐러리의 대선 패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의 제1공약은 힐러리의 이메일 스캔들을 재조사하겠다는 것이었고 그밖에 중남미 불법 이민자를 막기 위해 국경 장벽을 건설하겠다. 해외 파병 병력을 줄이고 군사 예산을 삭감하겠다. 보호무역을 통해 국내 일자리를 보호하겠다 등의 공약을 내세웠다. 이는 전반적으로 매우 포퓰리즘적인 공약들이었고 비현실적이라거나 비상식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트럼프는 임기 내내 하여간 본인의 공약을 성실히 지킨 편이고 다소 무식해 보이는 인기영합 정책을 일관성을 가지고 꾸준히 유지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급격한 전파와 인종차별 반대 시위 확산 사태가 트럼프에게 매우 불리한 영향을 끼쳤다.
바이든은 트럼프 정부가 대폭 인하한 법인세를 다시 끌어올리겠다며, 오바마케어 계승, 기후변화 대응, 국방비 유지 등의 공약을 발표했다.
유권자 전체의 지지율만 보면 무조건 바이든이 당선되는 게 당연했지만 공화당과 민주당을 각각 확실히 지지하는 선거인단의 숫자가 백중세기 때문에 표 차이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문제는 트럼프가 어마어마한 재산을 가진 재벌이긴 하지만 재선에 실패할 경우 개인적으로 파산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이는 트럼프의 대선 불복 내지는 미국 내 내전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원인이 됐다.
한국 총선 부재자 투표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가 높았던 것과 비슷한 양상으로 이번 미 대선에서 코로나 사태의 영향으로 대대적으로 많이 시행된 부재자 우편 투표는 민주당 지지가 높았고, 공화당 지지자들은 당일 투표를 많이 하는 만큼 초반 개표는 공화당의 기세가 강할 것으로 예상됐다. 트럼프는 우편 투표가 사기라며 우편 투표에 의해 승패가 뒤바뀔 경우 선거 불복을 시사했다. 미국의 우편행정이 엉망인 데다 우편으로 투표한 사람이 또 투표소에 가서 투표를 해도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확실히 여론조사대로 바이든의 지지율이 더 높았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민주당이 광고에 돈을 더 많이 썼기 때문이다.
현지시간 10월 26일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캠프가 모금한 선거자금은 총 10억 7000만 달러로, 트럼프 대통령의 모금액 7억 3400만 달러를 크게 앞섰다고 보도했다. 바이든은 미시간·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등 경합주 TV광고에 5300만 달러를 썼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1700만 달러의 3배가 넘는 규모다.
트럼프가 나름 친월가 정책을 펼쳤음에도 미국 재벌들이 트럼프를 반대하고 바이든을 지지하는 것은 불확실성을 줄이고 싶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은 유명한 백만장자이며 민주당 경선에도 참여했던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바이든 캠페인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사실이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서 조사한 세계 부자 순위에 의하면 블룸버그의 재산은 약 550억 달러(약 65조)라고 평가됐다. 같은 조사에서 트럼프의 재산은 약 31억 달러(약 3조 6780억)를 기록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대선 도전 당시 트럼프를 향해 그는 우리나라와 우리의 가치에 대한 실제적인 위협이다. 만약 그가 또 한 번의 임기를 얻게 된다면 우리는 결코 그 피해로부터 회복되지 못할지도 모른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모하고 비윤리적인 행동을 더는 감당할 수 없다 라고 비난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재선 저지에 모든 것을 걸고 주로 플로리다주의 선거운동을 지원하며 이곳에 최소 1억 달러를 지출하겠다고 선언했다. 플로리다주는 경합주 중 선거인단 수가 가장 많아 대선의 승부처로 여겨지고 있다.
플로리다에는 감옥에서 형을 살고 나온 사람들은 각종 벌금과 변호사비를 다 내지 않으면 투표를 할 수 없다는 법이 있는데, 블룸버그는 가난한 흑인 전과자들이 대부분 민주당 지지자라는 점에 착안, 플로리다에서 감옥에 갔다 온 뒤 플로리다 법 때문에 투표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 수만 명의 벌금을 대신 내줬다.
이는 돈으로 표를 샀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는 행위였기 때문에, 트럼프의 불복이나 법정 다툼의 가능성도 있었다. 어쨌든 민주당의 막대한 현금 살포에도 불구하고 현재 플로리다는 초접전의 양상을 보이고 있어 사전 투표까지 개표되어야 최종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라고 생각했는데 플로리다주의 경우 선거일 한참 전부터 도착한 우편 투표를 미리 개봉해서 확인할 수 있게 되어 있어 생각보다 일찍 결과가 나왔고 결국 트럼프의 승리가 선언됐다.
한국인의 생각으로는 트럼프가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협을 과소평가하고 마스크도 안 쓰고 다니다가 본인이 코로나에 걸려 국가에 큰 부담을 지게 한 것이 그의 지지율을 떨어뜨릴 것 같아 보이지만 미국 국민들은 대부분 그런 상식적인 반응을 보일 정도로 생각이 깊지 않다.
트럼프 본인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을 비롯해서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주는 부정적 영향과, 약간의 동정표와 함께 트럼프가 코로나를 견뎌냈고 별거 아니더라 우린 잘하고 있다 주장하는 것이 주는 긍정적 영향이 비슷해서, 선거 막판 트럼프의 감염 사실은 대선 판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WTO 탈퇴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한국을 밀어준 사실 덕분에 트럼프 당선 후 극적으로 유 후보가 WTO 총장 선거에서 역전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았다. 친일 언론은 바이든을 응원하느라고 바이든이 당선되면 EU가 입장을 바꿔 한국을 지지할 거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는데 전혀 그럴 것 같지 않고 오히려 바이든이 당선될 경우 그가 WTO와 중국에 화해의 제스쳐를 보내는 의도로 유명희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많은 접전 지역에서 앞으로 며칠간 뒤늦게 도착하는 우편 투표를 개표할 예정이기 때문에 대선 결과가 빨리 발표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가 부정 선거를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최종적으로 트럼프가 작은 지지율 차이로 패배하게 된다면 선거 불복의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가 낙선 후 대선 불복을 선언하고 지지자들을 결집해 소요를 벌이고 연방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전을 펴면서 백악관을 떠나지 않는 상황이 생길 거라고 주장했다. 현재 경합지역에서 대부분 공화당이 앞서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가 우편 투표 개표를 기다리지 않고 승리 선언을 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내전을 우려한 국민들이 총과 총알을 사재기하고 상인들이 점포에 바리케이드를 만드는 사태까지 발생했으나 애초 부정 선거 주장도 선거 불복도 양 당에서 꾸준히 상대 당을 비난하기 위해 만들어낸 네거티브에 불과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건 인종주의자들은 즉시 소요와 무력시위를 벌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상황에 따라서는 본격적인 내전의 가능성조차 전혀 터무니없는 얘기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