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그냥 아무것도 하기싫다.

코로나 19시대의 나

by 아또또리

코로나19 사태가 점점 심각한 조짐을 보인 3월, 나는 동티모르에서 귀국했다. 어차피 회사와 업무계약 만료가 다가와 돌아가려 했으나, 갑작스레 항공 스케줄 취소가 발생하거나 국경 차단의 소식도 들려와서 10일 앞당겨 귀국했다.

언제나 그랬듯 한국에 온 후 2개월 정도는 너무 좋았다. 아시아 최대 빈곤국이라 불리우는 나라의 촌구석에서 1년을 살며 먹고 싶은 것, 누리고 싶은 것, 그리운 가족들에 대한 생각을 억눌러 왔고 더이상 쥐가 나오는 집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참으며 살지 않아도 되었기에 그 어느 때보다 한국이 좋았다. 아니 감사했다.


슬슬 재취업을 해볼까 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몇 군데 원서를 내본 적도 있지만 번번히 서류와 면접에서 떨어지거나 진심 가고 싶었던 포지션에서 탈락한 후로는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아졌다.

재취업에 대한 자신감도 사라졌지만, 막상 관심분야 채용 검색을 해봐도 코로나19 때문인지 예전 같지 않다.


그간 열정이고 운명이고 소명의식까지 느꼈던 분야에 대한 환상이 깨지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렇기에 오늘 읽은 책의 한 구절이 뼈를 때린다.


"직업을 선택할 때도 이와 유사한 오류에 빠지는 사람들이 많다. 일찌감치 결정을 내리고는 악착같이 거기에만 매달린다. 다른 가능성을 무시한 채 그 일이 자신에게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다 (세상에 정말 필요한 일인지 따져 보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소명의식'때문에 이런 일이 생기기도 한다).

-'냉정한 이타주의자' 중, William MacAskill-


어쩌면 그간 나도 스스로 마음 속에 심어둔 환상을 소명이라 착각하고 악착같이 이루기 위해 매달려온 것은 아닌지...회의감에 더한 회의감이 보태진다.


코로나 시대의 우울한 분위기와 함께 나의 하루도 이렇게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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