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닿는 대로 걷는 홍대
내리쬐는 더위 아래 필수 요소라고 한다면
상상해서 고르게 굴린 여름일 것이다.
그건 일종의 관념 속, 그러니까 판타지,
어떤 인디 음악을 가져다 붙여도 어울리는
하이얀 사진같은 것. 그늘을 음미하게 하는 계절.
나를 살게 만드는 꽤나 별 것 아닌 이유.
견딜 수 있는 뜨거움은 그토록 황당하다.
우연찮게 발견한 틈새에는 <커피 프린스> 속
한 장면만 같이 바스락대는 잡음과
오토바이 소음, 청춘을 모르는 청춘으로
그득하고.
푸릇한 길목은 발 닿는 대로의 헤맴인데도
잔잔히 설레어 온다.
빈티지샵의 마네킹이 금방이라도 움직일 것 같아
휴대폰은 이러다가 한도 내의 문자를 보내 버릴 것만 같아
20년 전 그때를 닮아 있는 녹음 속이란.
최면같은 열기에 나는 당해낼 자신이 없어진다.
반쯤 환상에 젖은 6월 홍대의 여름.
아마 끝끝내 어렴풋할 이미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