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이나 늦는 연재 글이 어딨어요?
아니 좀 그래요.
약속한 글을 몇 주 동안 쓰지 않은 건 진짜 죄송해요. 근데 저는 목요일마다 글을 쓰겠다고만 생각했지 목요일이 이렇게 자주 돌아올 줄 몰랐잖아요.
참 글 쓰기 어려운 주제가 있어요. 네, 오늘은 핑계를 좀 댈 거예요.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솔직한 마음, 기억하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일, 어려운 질문에 내린 구멍 숭숭 뚫린 볼품없는 답안들. 제가 써야 하는 다음 글인 '장애인 부려 먹는 회사라고 언론에 고발할 거야' 편은 어느 한순간의 에피소드가 아니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회사의 고민이자 저의 고민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 주제로 글을 쓰는 게 참 어려워요. 아무튼 이것도 핑계라고 쓴 것이니 그렇게 봐주세요.
누가 저에게 '네가 잘하는 것이 무엇이냐'하시면 저는 '쓴소리를 잘 듣는다'라고 말할 거예요.
저는 제가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겸손은 아니고 애쓰는 거예요. 자기 검열에, 채찍질에, 계속해서 더 나은 무언가가 되고 싶어 발버둥 치는 거예요. 그렇게 계속해서 내가 개선할 수 있는 모든 옵션을 열어두다 보니 저를 욕하는 사람을 멀리 하지 않고 가까이 두게 됐어요.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라는 말이 어느 순간 제 모토 같은 게 되어버렸거든요. 근데요, 최근에 깨달았어요. 저는 그걸 할 그릇이 못돼요.
저는 스스로를 코너에 몰아넣고 패는 걸 잘하는데 그러다 보니 불행하다는 생각을 너무 오래 했어요.
저는 분명 아무것도 없을 때보다 많은 것을 가졌고 아무것도 못할 때 보다 많은 것을 잘하거든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내가 잘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못하는 것,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개선해야 할 것만 찾는 사람이 된 거예요. 생각이 이러하니 누군들 안 불행하겠어요, 빌게이츠도 불행할 거예요. 오랜만에 만난 대표님이 저에게 그러시더라고요, 다른 사람 같다고. 원래 실실 쪼개는 에너지 넘치던 애가 어두운 표정으로 다니니 걱정된다고요. 그 이야기를 듣는데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나, 시간 낭비하나? 좋은 에너지만 받아도 모자라는데 계속 무언가와 비교하고 좌절하고 애쓰고 있나?
그래서 앞으로는 좀 거절을 해 보려고요.
듣기 싫은 말은 좀 그만 듣도록 거리를 두고, 불필요한 사람들도 멀리하고요. 완벽해야 한다, 잘 해야 한다, 강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나의 시간과 에너지, 감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은 의도적으로 피하는 연습을 해 보려고요. 깔끔히 정리되고 결론지어지는 글이 아니어도 괜찮다, 그마저도 내 일부고 내 생각이 확장되는 과정이다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정리 안 된 생각들과 발가벗겨진 글을 보여드리려니 부끄러워 아무것도 못 하고 있는 제가 안타깝고 웃겨요. 근데 안타까워하고 웃고 있기에만은 제 시간이 아깝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왔어요. 정리 안된 뒤죽박죽인 생각들을 내뱉어보려고요. 분명 이 글을 쓰고 한동안은 수정 발행 수정 발행을 반복하겠지만, 이렇게 완벽에 대한 거절을 시작해 볼게요. 완성도 있는 글은 좀 기다려주세요. 제가 쓰고 싶을 때 쓸테니까요. (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