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산타를 응원해요
모두 어린 시절의 산타를 기억할 것이다. 하얗고 덥수룩한 수염에 빨간 모자, 온화한 미소를 품고 있는 산타를. 어릴 적부터 부모님은 항상 산타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셨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커다란 양말에 선물을 넣고 가는 산타 이야기를 해주셨고 난 그때를 위해 자연스레 받고 싶은 선물도 생각해두곤 했다.
눈이 이쁘게 내리던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다. 유치원에선 큰 행사가 열렸는데, 그곳에 산타할아버지가 왔다. 난 한껏 설렘을 품고 산타에게 다가갔고 산타는 '안녕 은빈 어린이'하고 인사해줬다. 내 이름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에 대한 의심도 없이 어린날의 난 산타에게 폭- 안겨 행복해했다.
그러나 산타에게 받은 선물을 열어본 난 시무룩 해졌다. 선물은 스케치북과 크레파스였는데 며칠 전 병아리와 놀다 들어간 창고에서 본 것과 똑같은 제품이었다. 엄마 아빠에게 '이게 뭐야? 내 거야?'하고 가져갔더니 두 분 다 놀란 표정으로 황급히 뺏으며 '네 거 아니야!' 라고 소리치던 기억이 나버린 것이다.
그래서 그날 산타가 없는 걸 깨닫게 되었냐고? 그건 아니었다. '이건 유치원 행사용 가짜 산타야'라고 생각하고 진짜 산타를 기다렸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산타를 잊게 되었고 믿지도 않게 되었다.
아기가 있는 친구는 이 프로그램을 미워한다. 우연하게 방송을 본 딸이 진실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커뮤니티에 보면 산타의 사실을 믿지 않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하면 좋은지에 대해서도 나오는데 7세 정도 되면 현실 감각이 생기니, 구체적으로 ‘산타는 로바니 에미 마을에 있는 코르바툰 투리산에 살고, 산타마을에 경제 위기가 생겨서 오지 않는 거란다.’ 라고 설명하고 그래도 안 믿으면, 핀란드 산타 행사에 아이를 데려가라는 말도 있다.
처음엔 아이의 순수함을 지켜주고 싶어서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모습들을 보니 어른들이 가지고 있는 산타의 의미가 괜스레 슬퍼졌다.
어찌 보면 산타는 운명 같은 게 아닐까?
처음엔 믿고 기다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믿지 않게 되는 운명 말이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도 진짜라고 믿으면 행복했던 것처럼, 아득한 이상이나 환상을 꿈꾸며 살아도 괜찮을 텐데.. 나의 동심은 어디로 가고 이렇게 현실적인 어른이 되어버렸을까? 가끔이라도 좋으니 오늘만은 나만의 산타를 믿어주고 싶다.
그래서 말인데 내년에 핀란드 산타 행사 갈 사람. 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