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감각적 경험을 중심으로
들어가기 전에
전 세계 IT업계가 '인공지능 스피커' 경쟁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인공지능 스피커란, 기존 스피커의 기능에서 나아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기술이 더해진 스피커를 말하며 사람의 언어로 명령만 내리면 적절한 답을 찾아주거나 원하는 일을 대신 수행해주는 역할을 한다. 머니투데이 기사 보도에 따르면, 2017년 6%에 불과했던 국내의 인공지능 스피커 보유 가구 비율이 2020년에는 71%까지 이를 것으로 예상하는 등 국내의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도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1].
나 역시, 현재 기가지니를 사용하고 있다. 일 년 전쯤 인터넷을 바꿀 시기가 되어 여러 가지 통신사별 혜택을 따져보다가 기가지니를 사은품으로 준다는 것을 발견하고 KT로 인터넷을 바꾸었더랬다. 그리고 현재까지 꽤나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나의 사용 경험에 비추어 기가지니의 경험 디자인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기가지니의 경험 디자인은 김진우 교수님의 저서 '경험 디자인'을 기반으로 경험 요인과 이에 영향을 주는 디자인 요소를 중심으로 분석하였다[2]. 경험 디자인에서 소개되었듯이 경험을 바라보는 세 가지 차원인 (1)감각적 경험 (2)구성적 경험 (3)판단적 경험 측면에서 기가지니를 살펴보고자 하며, 심도 깊은 분석을 위해 본 포스트에서는 기가지니의 다른 IoT 디바이스 제어 기능은 제외하고 TV 제어 기능에만 초점 하여 논의하고자 한다.
첫 번째, 기가지니의 감각적 경험
청각에서 시각으로의 확장
기가지니가 여타 인공지능 스피커와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역시나 IPTV의 셋톱박스와 결합한 형태로 TV와의 연동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TV와 연동이 가능하다는 것은 TV 제어라는 기능적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지만, TV 디스플레이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콘텐츠와 서비스가 크게 확장된다는 큰 이점을 가진다. 다른 인공지능 스피커들은 음성으로만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음악 스트리밍, 날씨, 알람과 같은 기본적이고 간단한 기능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새롭게 인공지능 스피커의 수익 모델로 떠오르고 있는 '쇼핑'[3]은 제품을 살펴보는 시각적 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음성 정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음성 인터랙션을 보완하고자, 기가지니는 가정마다 하나씩은 보유하고 있는 TV 디스플레이를 적극 활용하였고 여기에 시각적 정보를 함께 맵핑(Mapping)하여 제공한다. 이로써 청각뿐 아니라 시각이라는 매체의 풍요성(Media richness)을 높인다. 매체가 풍요로워지면 감각적으로 풍부한 콘텐츠가 제공되기 때문에 생동감(Vividness)이 높아진다. 그리고 높은 수준의 생동감은 결과적으로, 사람의 감각기관을 통해 지각할 수 있는 경험인 '감각적 경험'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한다. 뿐만 아니라 시각적 정보가 더해져 정보 다각화가 이루어짐으로써 사용자와 시스템 간의 의미교환성(Exchange of meaning)을 더욱 높일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감각적 경험의 또 다른 요인인 상호작용성(Interactivity)을 높이는 효과를 가진다. 아래 구체적인 사례로 자세히 살펴보자.
감각적 경험이 높은 "기가지니, 롯데슈퍼 쇼핑하기"
위 설명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사례는 기가지니를 통한 쇼핑이다. 현재 기가지니는 롯데슈퍼와 제휴를 맺어 쇼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른 인공지능 스피커들도 쇼핑 기능을 제공하고 있긴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음성으로만 쇼핑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쇼핑 시에 구매 가능한 선택지가 제한적이고 사용자가 꼼꼼하게 살펴보고 싶은 가격, 할인율, 타 상품과의 비교 등을 하기에 한계가 있다. 반면, 기가지니는 TV 디스플레이를 통해 가격을 비롯해 구매 의사결정에 필요한 고려사항뿐만 아니라 생생한 제품 이미지, 다른 구매자들의 후기까지 제공하고 있다. 이것은 시각이라는 감각 정보 맵핑을 통해 생동감을 높일 뿐 아니라 시각으로 정보의 다각화를 이룸으로써 의미교환성도 크게 높여, 감각적 경험의 주요 경험 요인인 생동감과 상호작용성을 동시에 높이는 효과를 가진다.
시각적 정보를 확실하게 활용하자
디스플레이가 없는 다른 인공지능 스피커의 경우에는 음성으로만 결과를 전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굉장히 긴 음성 정보를 제공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음성을 통한 정보는 기억하기 어려울뿐더러 길고 많은 정보를 집중하고 들어야 한다면 사용자는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기가지니의 경우 음성 명령어에 대한 결과를 시각적으로도 제공하기 때문에 음성으로 결과를 길게 늘어놓을 필요가 없다. 소위 말해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음성을 통한 정보 제공과 피드백은 중요한 정보만 간결하고 짧게 주어 음성 채널을 통한 피로감을 줄이고 이외 보조적인 정보들은 시각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좋다.
현재 기가지니는 "기가지니, 버스 도착 예상 시간 알려줘"라고 명령하면 "위시티 3단지 정류장에서 숭례문 방향으로 가는 M7119번 버스가 7분 후 도착합니다."라고 결과를 안내한다. 안내하는 버스가 하나라면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두 대 이상의 버스 정보를 안내한다고 생각해보자. 벌써 기가지니의 긴 안내 음성에 짜증이 치민다. 여기서 사용자에게 중요한 정보는 어떤 버스가 몇 분 후에 도착하느냐 일 것이고, 어느 정류장에서 어디까지 가는지에 대한 노선 정보는 부가적일 것이다. 따라서, "M7119번 버스가 7분 후 도착합니다."라고 간결하게 안내하고 노선 등의 보조 정보는 시각적으로 분배하여 제공하는 것이 좋겠다.
한층 더 감각적 경험을 높게
그렇다면, 앞서 설명한 시각적 정보를 활용하는 것 이외에 기가지니의 감각적 경험을 높일 수 있는 다른 방안은 없을까?
이에 대한 나의 의견은 'TV 시청 맥락의 서사성을 고려하여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서사성(Narrativity)이란, 사건에 따라 발생하는 여러 가지 사건의 인과관계를 말하는데, 쉽게 말해 시간 순서대로 발생한 사건들이 마치 하나의 이야기처럼 자연스럽게 엮여서 우리 마음속에서 표상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서사성은 매체의 풍요성과 마찬가지로 생동감을 높여 감각적 경험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구체적으로, 맛집 정보나 레시피 검색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때에 TV 시청의 서사를 고려한 정보 구조를 제공한다면 감각적 경험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현재까지 TV 시청 중에 기가지니를 통한 맛집 정보는 아래 사진과 같이 제공된다. 즉, 시청하고 있던 TV 프로그램 화면을 종료하고 맛집 검색 콘텐츠를 전체 화면으로 전환해버린다.
하지만, 우리가 TV 시청을 할 때의 서사를 생각해보자. TV를 시청하면서 맛집이나 레시피를 검색하고 싶다고 생각이 들 때는 언제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TV 프로그램에서 맛있는 음식이 소개되거나 누군가가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볼 때 맛집 검색을 많이 할 것이다. 그렇다면, 기존처럼 맛있는 음식이 나오고 있는 TV 프로그램 화면을 종료하고 맛집과 레시피 정보를 전면으로 띄워주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 이보다는 맛있는 음식을 보고 있는 TV 시청 중의 서사성과 이로 인한 생동감을 해치지 않는 정보 제공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를 위해 아래 제안하는 예시처럼, 팝업 인터페이스로 넓은 TV 화면의 레이아웃을 나누어 시청 중이던 TV 프로그램과 함께 맛집 및 레시피 정보를 함께 제공한다면 TV 시청 중 맛있는 음식을 보고 맛집 검색을 하기까지 하나로 연결되는 서사성을 부여할 수 있겠다. 이로써, 감각적 경험을 높이는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완성도 있는 서사성을 위한 플랫폼 전략
위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TV 시청 맥락의 서사를 고려한 정보 제공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개별 서비스인 TV 시청과 맛집 검색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즉, 기가지니가 플랫폼으로서 연계되는 서비스들을 사용자 경험적으로 매끄럽게 잇는 역할을 해야 한다. 현재에도 기가지니는 TV, 음악, 맛집, 음식 배달, 홈 트레이닝, 쇼핑, 영어 교육 등 수많은 도메인의 서비스를 통합하여 제공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분절되는 서비스를 단순히 모아서 제공하는 것에 그치고 있어 그 효과가 크지 않다. 앞서 제시했던 사례로 다시 살펴보자. 음식 소개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다가 맛있는 음식을 시켜먹고 싶어 진 사용자가 있다. 사용자의 예상되는 행동은 TV 시청 > 근처 맛집 검색 > 배달 주문 순이다. 이러한 사용자 행동에 현재의 기가지니 시스템을 적용해보면, TV 시청 중 > "맛집 검색해줘" > TV 프로그램 종료 > 맛집 검색 서비스 시작 > 맛집 검색 > "배달 주문해줘" > 맛집 검색 서비스 종료 > 배달 주문 서비스 시작 > 배달 주문과 같은 프로세스가 진행된다. 이는 이전 서비스 종료, 다음 서비스 실행의 단순 기능만을 제공하는데 그쳤다고 볼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사용자는 TV 시청 맥락의 서사를 방해받지 않으면서 맛집 검색과 배달 주문이 용이한 모바일과 같은 타 플랫폼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커진다. 때문에 기가지니는 시청 중이던 TV 프로그램을 종료하지 않고도 맛집 검색이 가능하며, 검색된 맛집의 배달 주문까지 매끄럽게 이어 줄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기가지니의 경험 디자인을 구성적 경험 관점에서 살펴보겠다! ☻
참고문헌 및 자료
[1] 서진욱. (2018, July 30). 韓 AI스피커 시장 잡아라... 삼성·구글도 목청. 머니투데이. Retrieved fromhttp://news.mt.co.kr/mtview.php?no=2018072514513366059.
[2] 김진우. (2014). 경험 디자인. 안그라픽스
[3] Lucy Koch. (2019, July 8). Smart Spearker shopping gains traction. https://www.emarketer.com/content/smart-speaker-shopping-gains-tra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