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에서 배우는 성장의 메커니즘
진화론이란 1859년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이란 책을 통해 체계화한 이론이며, 그 이후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지금은 과학적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진화의 메커니즘이 밝혀진 이래로 생물학뿐만 아닌 천문학, 심리학 등의 많은 분야에 영향을 주고 있다.
진화의 메커니즘은 간단하다. 무작위적으로 돌연변이가 일어나고 자연이 선택한다. 생식세포(정자, 난자)에 특정 확률로 돌연변이가 발생하고, 반대 성별의 생식 세포에 담긴 유전자와 섞인다. 그 결과, 태어난 자식들은 조금씩 다른 특질을 갖게 된다. 생물은 자연이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자식을 낳으며, 생존하기 더 좋은 특질을 가진 개체만 살아남고 아닌 개체는 죽거나 짝짓기 경쟁에서 밀려 다음 세대로 유전자를 전달하지 못한다. “자연아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 다양하게 준비했어!”라는 일종의 전략이다. 그렇게 적절한 개체수는 유지되며, 자연에 더 적합한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계속 전달된다. 이것이 ‘자연선택’이며 진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작위로 발생하는 돌연변이다. 기린의 목을 예로 들어보자. 낮은 위치에서는 다양한 초식 동물과 먹이 경쟁을 해야 했기 때문에 배부르게 먹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때 기린은 높은 곳의 식물을 먹기 위해 애를 쓰다 보니 목이 길게 발달한 것이 아니다. 목이 조금 길게 태어난 돌연변이가 있었고, 그 개체는 생존에 유리했기에 선택되었을 것이다. 그런 형질이 수천 세대, 수만 세대가 선택되다 보니 지금처럼 긴 목을 가지게 된 것이다. 진화에는 선견지명이 없다. 그냥 무심히 그때그때 유리한 특징을 누적시켜 나가는 것뿐이다.
‘돌연변이’로 시도하고 ‘자연’에 의해 다듬어진다. 이 단순한 메커니즘을 통해 단세포 생물이 수억 년의 시간을 거쳐 다양한 생물로 분기했으며, ‘눈’과 ‘뇌’와 같은 복잡한 기관들이 만들어졌다. 35억 년 동안 검증된 이 메커니즘에서 우리가 배울 것은 아주 많다.
자연 선택에 의한 진화라는 다윈의 이론은, 내가 느끼기에는, 모든 과학 이론들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 그것은 너무나 단순하면서도 그 결과가 너무나 복잡하다는 점에서 참 아름답다. 직관에 반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쉽게 파악되지 않지만, 일단 그것을 이해하고 나면 눈앞의 세계가 전혀 다르게 보인다. 생명계의 복잡성을 설명하기 위해서 굳이 위대한 설계자를 끌어들일 필요가 없다. 그저 명징하고도 무심한 하나의 과정이 있을 뿐이고, 우리 모두는 그 과정을 통해서 생겨났다.
- 밈, 수전 블랙모어 저, 김영남 역, 바다출판사 249p
우리의 삶에 이 메커니즘을 녹여내면 ‘돌연변이’는 ‘시도’가 되고 ‘자연선택’은 ‘피드백’이 된다. 생명체가 많은 자손을 낳아서 유전자 전달 확률을 높이는 것처럼 우리도 많은 시도를 해야 한다. 시도하면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서 항상 피드백이 온다. ‘조언’, ‘질책’, ‘칭찬’, ‘표정’, ‘연봉’, ‘무반응’ 등 우리를 둘러싼 모든 상호작용이 피드백이다. 시도하지 않으면 새로운 피드백을 받을 수 없다. 시도하고 피드백을 통해 다듬는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성장한다.
“이렇게 한다고 우리 100세 인생이 크게 바뀌겠어? 진화는 그런 반복이 적어도 몇십만 년이 이루어져야 큰 결실을 발하는데 말이야!”라고 의문이 들 수 있겠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인간은 이미 생물학적 진화로도 시간의 제약을 깨왔다. 그것은 바로 ‘육종’이다. 인간은 늑대로부터 불도그, 리트리버, 치와와 등의 모든 혈통의 개들을 만들어 냈다. 고작 수백 년 혹은 수천 년 동안 말이다! ‘자연선택’의 자리를 ‘인위 선택’으로 대체함으로써 시간을 단축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방법도 ‘돌연변이’를 인위적으로 발생시키지는 못했다. 그냥 원하는 ‘돌연변이’를 기다렸다가 ‘선택’ 한 것뿐이다.)
‘시도’와 ‘피드백’은 어떠한가? 돌연변이에 해당하는 ‘시도’조차 우리의 선택으로 발현할 수 있으며 자연선택에 해당하는 ‘피드백’ 또한 우리가 환경을 선택적으로 바꿔가며 조절할 수 있다. 양쪽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시간 단축을 의미한다. 또한 유전자 단위의 진화를 말하는 것이 아니므로 개체의 탄생과 짝짓기 주기를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메커니즘을 잘 이용한다면 수년 만에도 엄청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물론 진화론에서 자연선택은 너무 가혹하다. 그 개체를 죽여 버린다. 짝짓기 경쟁에서 낙오시켜 버린다. 그렇지만 우리의 ‘피드백’은 그 정도는 아니며 견뎌낼 만하다. 용기를 내서 시도하고 피드백받자!
난 이것을 실천하기 위해서 회사 채팅방의 대화명을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으로 해놨다. 피드백에 열려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솔직한 피드백이 들어오기 마련이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아라’라는 말을 어른을 통해서든 자기계발서를 통해서든 많이 접해 왔을 것이다.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강력한 힘이 깃들어 있는가는 ‘진화론’을 공부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점진적 변화 즉, 누적의 힘이란 얼마나 강력한가.
누적의 힘은 정말 엄청나다. ‘눈’이라는 복잡한 기관을 보자.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이라는, 이 단순한 두 가지의 조합만으로 홍채, 수정체, 망막, 시신경, 미세근육 등으로 구성된 ‘눈’이라는 기관이 만들어졌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최초의 눈은 빛을 인지하는 점 정도였을 것이다. 미세하게나마 빛을 인지할 수 있게 된 돌연변이는 개체들 사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후로 망막이 생기고 수정체가 없는 상태여도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맹수 정도는 뿌옇게 구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계속되는 변화들이 누적되어 지금의 눈을 있게 하였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너무 대단해서 그 과정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자연에 도약이란 없다. 누적되는 사소한 변화만 있을 뿐이다.
우리도 목표가 멀게 느껴져 무기력 해질 게 아니라 아주 조금씩 하루하루 성장해 나가야 한다. 그런 성장들이 누적되어 뒤돌아보면 자신이 엄청난 성장을 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당장 변화가 느껴지지 않더라도 꾸준히 쌓아가야 한다. 결국 주목을 끌게 되어 있다.
자연 선택은 모든 유리한 변이들을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누적해 나갈 것이다. 그 변이가 충분히 발달해 우리의 주목을 끌 때까지 말이다.
- 종의 기원, 찰스 다윈 저, 장대익 역, 사이언스북스 208p
운을 바라고 넋 놓고 있다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시도하고 피드백을 받으며 목표에 접근해야 한다.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이라는 책에서 나온 흥미로운 비유가 있다. 은행 금고의 자물쇠가 있다고 해보자. 모든 숫자의 조합을 맞출 확률은 매우 낮다. 그런데 돌려서 (‘시도’에 해당) 숫자가 하나씩 들어맞을 때마다 금고 문이 조금씩 열리고 돈이 조금씩 쏟아진다면 (‘피드백’에 해당), 머지않아 금고 문은 활짝 열리게 될 것이다. 진화와 인생의 성장은 이런 식으로 작동한다.
주위에서 갑자기 성공했다고 느껴지는 사람은 대부분 우리가 ‘결과’만 보고 ‘과정’을 보지 않아서 그렇다. 그 사람은 계속 무언가를 시도하고 변화해 왔을 것이다. 그러다가 자물쇠의 마지막 숫자가 맞춰지는 순간을 우리가 목격한 것이다.
여기서 ‘환경’은 진화론의 ‘자연’이다. 자연이 선택하는 주체이듯, 환경은 피드백을 주는 주체이다. 날 둘러싼 모든 것들이다. ‘회사’, ‘가족’, ‘만나는 사람’, ‘책’ 등등 수도 없이 많다. 우리는 환경을 의도적으로 변화시키고 선택해서 성장해 나갈 수 있다.
자연은 진화의 방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자연의 큰 변화인 빙하기는 많은 종을 멸종시키고, 개체들을 죽이고 추위에 잘 이겨내는 몇몇 개체들만 대를 이어 번성할 수 있게 만든다. 그렇게 생물이 자연 변화에 발맞춰 모피가 두꺼워지는 식으로 진화하고 나면 얼마간의 안정기가 있을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생물은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된다. 반대로 익숙한 환경에만 있으면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도 환경을 변화시키며 성장을 꾀할 수 있다. 일단 내가 영향받고 싶은 환경에 나를 던져 넣어라. 그러면 반은 끝났다. 익숙한 환경에서는 ‘시도’해야지 ‘피드백’을 받을 수 있지만, 새로운 환경에 날 던져 넣으면 기존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부분까지 ‘피드백’이 침범한다. 변화되고 달라질 수밖에 없다. 환경을 잘 이용해야 한다.
우리는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그러므로 개인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한다면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으로 만들어줄 환경을 의도적으로 조성하고 통제해야 한다. 삶의 모든 것은 자연적이며 유기적인 과정이다. 우리는 자신이 선택한 환경에 맞춰 적응하고 진화한다. 당신은 환경 때문에 지금의 당신이 되었다. 변화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환경을 바꿔라.
- 최고의 변화는 어디서 시작되는가, 벤저민 하디 저, 김미정 역, 비즈니스북스 208p
안 좋은 영향을 주는 ‘모임’, ‘사람’ 등이 있다면 벗어나려고 노력해야 한다. 아니면 당신이 그 사람들을 바꿔라. 당신은 상대방에게 ‘환경’이다.
난 환경에 변화를 주기 위해 동료가 추천해 준 유료 ‘독서모임’에 나가기 시작했다. 내 환경에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왔으며 훌륭한 사람들과 토론하며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모든 피드백을 있는 그대로 다 수렴하면 안 된다. 자연에서의 ‘자연선택’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사람이 주는 피드백은 거짓이 깃들어 있을 수 있다. 상대방을 이용하려고 하며,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는 다른 피드백을 줄 수 있다. 나의 주관을 가지고 판단해서 받아들일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 거절이 없다면 ‘수락’조차 진정성이 없게 된다.
크게 두 가지의 잘못된 피드백이 있다.
나를 망하게 하려는 피드백이다. 나를 시기 질투, 혹은 견제를 하는 사람이 이런 피드백을 줄 확률이 높다. 잘하는 부분을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하거나 하지 말아야 할 부분을 ‘그렇게 해야 해’라고 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회의에서 활약을 잘하고 있는데 상사가 ‘회의에서 너무 나서지 마!’라고 한다고 치자. 우리가 그 피드백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위축되어 성장할 기회가 줄어들 것이다. 이런 피드백은 논리가 없는 경우가 많다. 질문해서 파고들거나 그럴 수 없다면, 속으로라도 정말 의미 있는 피드백인지 판단해 보고 아니라면 받아들이지 마라!
이 사람은 내가 뭘 해도 ‘지지적’ 피드백을 준다. 옆에서 항상 ‘잘하고 있어’, ‘잘했어’를 연발한다. 거기에 취해서 잘못된 행동까지도 옳은 줄 알고 계속하게 된다.
진화론에 비유하면 나무를 타는 원숭이 무리가 A 숲에 살면서 ‘아가미’를 진화시키려고 한다. A 숲은 ‘그건 낭비야!’라고 그 개체를 선택하지 않아야 하는데, 계속 ‘잘하고 있어!’ 라며 생존과 짝짓기를 종용한다. 그 원숭이가 A 숲을 벗어나 B 숲으로 간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B 숲에 사는 정상적인 원숭이와의 생존 경쟁에서 철저히 패배할 것이다.
어떤 야생동물이 습관적으로 어떤 쓸데없는 행동을 한다면, 자연선택은 시간과 에너지를 생존과 번식에 투자하는,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개체를 선호할 것이다. 자연은 경박하고 기발한 착상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설령 늘 그렇게 보이지는 않더라도, 냉혹한 실용주의가 이긴다.
- 만들어진 신, 리처드 도킨스 저, 이한음 역, 김영사 188p
모든 것에 지지적 피드백을 하는 사람은 나와의 관계가 깨질까 봐 혹은 내가 직장 상사, 선배인 어려운 존재여서 일 수 있다. 피드백을 먼저 요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까지 나온다면 상대방도 속마음을 꺼낼 확률이 높다. 그때 당신이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상대방이 다음에도 용기를 내어 나에게 ‘교정적’ 피드백을 해줄 것인가를 결정한다.
‘진화론’을 연구하고 이용하는 것을 ‘과학자’의 영역으로만 치부하고 멀리하기에는 너무 아깝다. 우리도 공부하고 이용해야 한다. 자연에는 현대 기술로 이해하지도 흉내 내지도 못하는 것들이 많다. 그 모든 생물이 이 메커니즘으로 만들어졌다! 단순한 규칙에서 복잡함이 산출되는 이 과정이 너무 장엄하고 경이롭다. 지금 내 눈에 보이는 ‘손’, 공기를 빨아들이고 있는 ‘코’, 이 글을 보고 있는 ‘눈’ 또한 이 메커니즘의 산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진화론에서 배운 시점의 성장은 ‘개인’ 뿐만 아니라, ‘회사’, ‘문화’, ‘기술’, ‘이론’ 등 모든 것에 해당한다. 좋은 환경을 만들고! 시도하고! 피드백받고! 다시 시도하자! 이 단순한 규칙을 통해 하루하루 점진적으로 성장하자. 그리고 놀라운 변화를 이뤄내자!
이 글은 '시도'와 '피드백'으로 쓰였습니다. 피드백주신 어머니, 코니, 알렉스, 토니, 평만이형, 경한이형, 헌영이형, 석진이형, 승환이, 승확이, 현용이, 태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