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룰루 밀러
“정말 와닿고 위로가 되는 말이네요. 클럽장님께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회사 일로 고통받고 있는 두 동료에게 들은 말이다. 나는 이전 독서모임에서 클럽장님에게 들었던 말을 그대로 전달해 줬을 뿐이다.
“성숙해지는 과정이란 모호함을 포용하는 게 아닐까요?”
이 말은 내 가슴에 남았고, 동료의 가슴에도 남았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기존의 직관이나 규칙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무수한 모호함을 마주치게 된다. 기존에 알고 있던 물고기 분류법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해결하지 못 할 일들.. 또한 자신의 물고기 분류법이 맞다고 고집 피우는 사람들.. 혼돈의 도가니다. 가끔 눈물을 훔치고, 집에 가서도 머리를 싸맸던 동료들에겐 클럽장님의 말이 큰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고통스럽기만 했던 이 과정이 성장의 과정이라니 얼마나 위안이 되겠는가.
질서와 직관, 기존의 관례가 없다면, 우리는 이 세상을 살아나가지 못할 것이다. 그것들은 우리가 딛고 서 있는 지지기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하나를 잡고 자신에게 질문할 수는 있어야 한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건대 정말 이게 맞니?”
자신의 기존 분류법 깨뜨릴 수 있는 최고의 도구는 ‘책'이다. 카프카 말처럼 ‘책은 도끼’이기 때문이다. 손에 아무런 도구를 들지 않고 아무리 휘둘러도 솜 주먹일 뿐이다. 도끼를 들고 분류법을 파괴하면 모호함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잠시간 혼돈에 빠지고 곤혹스러울 것이다. 그것을 포용해야 한다. 거기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러면 더 넓어진 분류법으로 재배열 될 것이다. 그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추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속된 말로 꼰대가 될 수 있다.
환경이 바뀌고 있는데도 잘못된 분류법으로 계속 고집부린다면, 자연재해가 스타 조던의 물고기를 다 날려버린 것처럼, 당신의 물고기 병을 깨뜨리려는 주위의 압박은 점점 심해질 것이다. 거기에 맞서려면 더 강한 자기기만이 필요하며, 주위 사람들은 고통스러워질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모호함에 몸을 맡기고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질서는 필요하겠지만 유통기한이 있는 질서를 가져야 한다. 그것이 어린아이의 의견에도 낮은 자세로 귀 기울이는 자세를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