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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건 Mar 03. 2021

[북한 주민도 이혼을 하나요] 북한에선 왜 이혼하나요

내 손으로 돈 잘 버니, 결혼할 필요가 있나요

[북한 주민도 이혼을 하나요]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멀고도 가까운 북쪽 동네를 공부한 내용을 소개합니다. 첫 번째 주제는 이혼입니다. 북한 주민도 이혼을 합니다. 흔한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제한적입니다. 출간된 도서와 탈북민의 인터뷰를 모았습니다.



내 손으로 돈 잘 버니, 결혼할 필요가 있나요

부부가 이혼하는 이유로는 배급제 중단과 장마당이 형성 이후 여성의 경제 능력이 높아진 점이 꼽힙니다.


북한은 주민을 대상으로 배급제를 시행해왔습니다. 배급제는 당(노동당)이 나이와 성별, 직급을 감안해 기간을 정해 상품과 식량을 공급하는 제도입니다. 북한에선 주민에게 의식주에 필요한 생활 물품을 배급제로 공급했습니다.


배급제는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며 간헐적으로 중단되고 재개되기를 반복했습니다. 당장 먹고 살 음식이 없다보니, 북한의 가족 구성원은 흩어져 장사하게 되는 경우가 잦았다고 합니다. 부부가 흩어지는 경우 실질적인 이혼으로 이어집니다.


2015년의 이혼 사례가 예시입니다. 부부 중 한 명이 집을 나간 지 3년이 넘었을 때 인민반장 또는 담당 보안원의 확인을 거쳐 이혼한 사례가 증언된 바 있습니다.


남성과 여성이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경우에는 주로 여성이 가족 생계를 책임지게 됩니다. 배급제를 통해 생활물품을 공급받으려면 당(노동당)이 규제할 수 있는 집단에 소속돼야 합니다. 조직 생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여성들이 장마당에서 물건을 팔며 가족 생계 부양자가 되는 것입니다.


에 따라 남성이 집안일을 하고 여성이 가족 생계를 꾸리는 역전된 가정 형태를 이루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여성이 집안일과 경제 활동을 동시에 수행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맞고 싶지 않아서 이혼합니다

북한 가정에서 일어나는 가정폭력 또한 이혼율 증가의 요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북한은 제도적으로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는 듯 보이지만 실질적인 여성 인권은 처참한 수준이며 주민들의 여성 인권에 대한 의식 역시 현저히 낮습니다. 가정에서 특히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북한 남성이 가정 내에서 배우자인 여성을 폭행하는 경우는 과반수에 달합니다. 피해자가 이를 폭력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대다수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장마당 출현 이후 경제권을 가지게 된 여성이 남성에게 '별거'를 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실제 ‘돈주’로 알려진 한 30대 여성이 남편으로부터 불륜을 의심받아 폭력을 당하고, 다음날 재판소에 이혼을 청구한 사례가 자유아시아방송(RFA)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돈주는 북한의 신흥 부유층을 일컫는 단어입니다.



눈 돌리다가도 이혼합니다

부부 중 한 명이 외도를 저질러 이혼하거나 따로 살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평양자본주의 백과전서」를 집필한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는 “남성끼리 즐기는 술상 같은 데서 농담하는 것을 보면 정부(情婦)가 없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정부 하나쯤은 있어야 호방한 남자 취급을 받는 것”이라고 서술했습니다.


이어 “(사상회의에서) 지방의 조강지처를 버리고 평양 여성과 바람난 사례도 자주 목격된다”며 이러한 경험이 이혼으로 이어진다고도 말합니다.


북한에선 출신 성분에 따라 출세 수준이 달라집니다. 지방 거주 남성과 결혼한 평양 거주 여성은 평양 밖으로 이주해야 하기도 합니다. 대개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집안 배경을 가진 청년이 중매로 만나 가정을 이루게 되는 이유입니다.


한편 북한에선 최근 이전보다 비교적으로 성 개방 풍조가 만연해져 경제력을 갖춘 여성도 정부(情夫)를 두는 경우가 발견된다고 합니다.



나는 결혼하고 안 살래

젊은이를 중심으로 변화하는 결혼과 이혼에 대한 인식 역시 이혼율 증가의 요인으로 지목할 수 있습니다. 특히 30대 젊은이들이 결혼과 이혼에 대해 가지는 생각은 놀라울 정도로 변화했다고 합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북한의 20~30대 젊은이들은 결혼을 ‘개인의 자유를 빼앗고 불행이 시작되는 문턱’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띠고 있다고 합니다. 전통적으로 결혼은 ‘사랑하는 남성과 여성이 부부가 되어 가정을 이루는 인생의 경사’였습니다. 「평양자본주의 백과전서」에서도 저자는 결혼을 “북한에서 인간적으로 누릴 수 있는 유일한 낙”이라고 설명합니다.


실제 김정은 집권 이후 중년보다 30대 초중반 젊은 신혼부부가 이혼하는 비율이 높은 증가 폭을 기록하고 있다고 합니다. 동시에 젊은 신혼부부 가운데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함께 사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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