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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건 Jul 09. 2021

[탄소중립 이모저모] 에틸렌 공장 늘리는 석유화학업계

① 석유화학업계와 '탈(脫)탄소'

석유화학업계가 ‘탈(脫)탄소’ 기조에서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LG화학과 여천NCC, 한화토탈이 올해 추가로 배출할 에틸렌만 130만 톤이기 때문이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국내 NCC(나프타분해시설) 기업이 에틸렌 1톤을 생산할 때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1톤가량이다. 올해 배출될 이산화탄소가 130만 톤 늘어나는 셈이다.     


에틸렌 공장 늘린 LG화학·여천NCC·한화토탈최대 130만 톤 증설

탄소감축은 세계적인 추세다. 글로벌 표준을 이끄는 유럽연합(EU)에선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구체적인 법적 규제안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탄소국경조정제도(탄소국경세)다. 탄소국경세는 자국보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국가로부터 수입하는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다.


EU는 오는 14일부터 관련 법안을 발표하고 2023년부터 3년간 과도기간을 거쳐 2026년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석유화학기업들의 탄소 배출량은 매해 늘고 있다. LG화학이 지난해 환경부에 제출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이산화탄소 기준 818만 톤으로 5년 전보다 약 12% 늘었다.


한화토탈과 여천NCC도 지난해 이산화탄소를 각각 480만 톤, 356만 톤 배출했다. 2015년 대비 탄소 배출량은 한화토탈이 약 13%, 여천NCC는 약 3% 늘었다. SK종합화학과 롯데케미칼을 포함한 국내 5대 석유화학기업이 배출한 온실가스 총량은 같은 기간 약 5% 상승했다.


올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LG화학은 지난달 여수공장 제2NCC를 증설해 연간 에틸렌 생산량을 80만 톤 늘렸다. 이번 증설로 LG화학의 연간 에틸렌 생산량은 330만 톤 규모가 됐다.


여천NCC와 한화토탈도 상반기 NCC 증설을 마치고 연간 생산량을 각각 196만 톤에서 230만 톤으로, 138만 톤에서 153만 톤으로 늘렸다. 올해 늘어날 에틸렌 생산량은 LG화학과 여천NCC, 한화토탈만 130만 톤에 달한다.


이들 기업이 에틸렌 생산량을 늘린 이유는 대량 생산을 통해 원가를 낮추기 위해서다. 또한 글로벌 에틸렌 수요가 늘어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그러나 당장의 수익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지난 5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탄소국경세가 2030년 우리나라에 적용될 경우 관세 1.9% 수준의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기업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탄소 배출량이 높은 철강과 석유화학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무역이 발달해서다.


고은 사단법인 넥스트 이사도 5월 전망보고서에서 "EU의 탄소국경제가 우리나라에 적용된다면 에틸렌과 더불어 주요한 기초유분인 프로필렌을 1톤 수출할 때 약 57달러 만큼의 추가 비용이 들어가 수출 가격을 5.9% 높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하위 제품은 더 큰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EU 석유화학 수출 시장 안에서만 2억3000만달러(2568억원) 이상의 산업적 부담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석유화학기업들 정부 지원 없이 탄소중립 어렵다” 호소

석유화학업계는 탄소 배출량을 줄일 뾰족한 방안이 없다고 말한다. 석유를 정제해 원료를 생산하는 산업 성격 탓에 제품 생산량을 늘리면 탄소 배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비용도 상당하다. 통상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면 설비를 고효율로 개조하거나 시장에서 탄소배출권을 거래해야 하는데, 이를 충당할 정도의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후변화 정책 관계자는 “석유화학업계의 탄소 배출량을 문제 삼는다면 사실상 국민에게 모든 화학제품을 사용하지 말라는 뜻”이라며 “정부가 우리나라 기업이 경영 활동을 잘 수행하기 위한 정책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배출량 자체를 줄일 수 없는 탓에 석유화학업계는 배출량 감소와 재활용 기술 연구개발(R&D)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LG화학은 “사업이 성장하면 제품 생산량도 늘어 탄소 배출량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다만 탄소 저감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 기존 납사와 함께 바이오납사로의 원료 대체와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토탈도 “석유화학업계는 기본적으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업종”이라면서, “탄소중립은 설비 운영 효율과 연결되기 때문에 정부로부터 탄소중립 의제가 나오기 전부터 기업 차원에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방법을 연구해왔다”고 했다.


저탄소 시스템으로 전환이 어려운 중견·중소기업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국내 중견 석유화학 회사인 대한유화가 지난해 배출한 이산화탄소 총량은 51만9500톤으로 2015년 배출량 대비 약 45% 올랐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면 설비와 기술에 투자해야 하는데, 규모가 작은 사업장은 자금 조달이 힘들고 연구개발 경험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 비용을 추산하는 등 경제성을 평가조차 하지 않은 상태”라며 “정부 부처가 탄소 감축 기술에 대한 정책을 내놓았지만, 실질적인 지원 내용과 감축 기술 개발은 이제 시작 단계”라고 했다.

     

석유화학업계는 정부 지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6월 1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화학협회가 연 ‘제2차 석유화학 탄소제로위원회’에서 LG화학과 여천NCC, 한화토탈 등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 바이오 플라스틱 상용화를 위한 정책·세액 공제 확대와 플라스틱 재활용 생태계 구축 등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이날 부처는 신기술 연구개발 등 석유화학업계를 뒷받침할 정책 지원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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