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꼬질꼬질 자전거 여행기 vol. 2
출발.
7월 18일 11시 30분.
진수와 만나기로 한 등촌동 마포중학교 앞으로 갔다.
진수와 나의 집은 강서구였지만 치화형과 경백형은 우리 쪽과 정 반대인 중랑구에 살고 있었다.
우선 오늘은 치화형 집에 모여서 하룻밤을 보내고 내일 아침 본격적으로 출발을 하기로 했다.
진수와 만나서 한강 자전거 전용도로로 향했다.
드디어 자전거 여행이 시작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여의도까지는 자주 가본 적이 있어서 별 어려움이 없이 빠른 속력으로 갈 수가 있었는데, 점심때가 되니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옷은 땀에 다 젖었다.
출발한 지 2시간쯤 지났을 때 동호대교에 도착했고 우리는 한강을 건너기 위해 자전거를 들고 동호대교 계단을 올라갔다. 차들이 빠른 속력으로 우리 곁을 지나가고 있었다. 진수가 집에서 싸온 멸치볶음 반찬을 꺼냈다. 우리 둘 다 너무 배가 고팠고 땀이 많이 흘려서인지 평소에 먹었으면 짜서 못 먹었을 멸치볶음 반찬을 다 먹어버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진수 어머님이 멸치볶음 반찬을 왜 싸주셨을까.
우리는 전국일주를 하겠다고 출발했지만, 어머님 생각엔 집 나가서 하루 이틀 자고 집에 돌아올 줄 아셨나 보다. 도시락 반찬처럼 멸치볶음을 싸주셨고, 우리는 집 나온지 2시간만에 멋지게 동호대교에서 다 먹어버렸다.
동호대교 위에서 자전거를 세워놓고 멍하니 멸치를 손가락으로 집아 먹으며 차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차 안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정말 우리의 모습이 웃겼다. 이번 여행의 목표는 '죽도록 고생하자'였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는데, 군대 갈 것도 대비할 겸.
다리를 건너니 옥수역이 나왔다.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집에서 보고 온 지도에 따르면 (지도를 갖고 가지도 않았다!) 다리를 건너면 건대입구 쪽이 나오고 그 길을 쭉 따라 올라가면 바로 중랑구 중화동이 나오는 게 우리의 생각이었다. 옥수역은 계획에 전혀 없던 곳이었다!
우선 점심을 먹기 위해 근처에 편의점에 갔다. 편의점 앞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서 냉동 볶음밥을 먹었다.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건데 생각보다 정말 맛있었다. 역시 불쌍한 광경이 연출되었지만 우리는 최소한의 돈으로 여행을 해야 하므로 불쌍한 모습 정도는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었다.
집에서 싸온 물은 뜨거운 태양 때문에 따뜻한 물로 변해있었고 우리는 할 수 없이 포카리스웨트를 한병 사 먹었다. 음료수를 마시면서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영동대교를 건넜어야 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동호대교를 영동대교인 줄 알고 잘 못 건넌 것 이었다!
한강에는 다리가 너무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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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4살에 운영하던 홈페이지에 썼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