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년 전,
육고기를 잘 드시지 않던 엄마가
생전 처음 교촌치킨 레드윙에 소주를 곁들이셨다.
평소엔 삼겹살도 다섯 점 이상은 안 드시던 분이 먹어도 먹어도 맛있다고 하셨다.
그날 이후, 교촌치킨은 다시 먹지 못했다.
음식이 추억이 되는 순간이 올까 봐, 겁이 났다.
그런 감정이 처음이 아니라서.
방울토마토가 그랬다.
방울토마토를 다시 먹기 시작한 건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도 십 년이 훨씬 지난 뒤였다.
아빠가 입원해 계시던 병원.
놀러 가듯 잠깐 들르곤 했었다.
보호자 침대에 누워있다가 아빠가 주는 방울토마토를 받아먹고 오는 게 전부였다.
나중에 알았다.
식사 때 나온 과일 중 오래 둘 수 있는 방울토마토를 일부러 모아두셨다는 걸.
그걸 내가 오면 내어주셨다는 걸.
그냥 검사받고 치료받느라 입원해 계신 줄 알았다.
수술도 아니고, 아빠인데, 인사 갈 일도 아니니까
굳이 병문안 같은 건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빠니까, 그냥 계신 분이니까.
주스병 들고 가는 병문안은 어려운 어른에게나 하는 일이니까.
정말 아무것도 모르던 나이였다.
아빠의 상태도 몰랐다.
그러니 언제 올지 모를 딸아이를 위해 과일은 주고 싶고, 그나마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방울토마토를 챙겨놓는 마음을 알 리가 만무했다.
방울토마토를 볼 때마다 그 생각이 나,
차마 먹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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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이라고, 며칠 전부터 제일 먹고 싶은 교촌치킨 레드윙을 휴대폰 화면에 띄워 두고 몇 번이나 주저한다.
평소에 군것질도 잘 하지 않고 배달 음식은 아예 먹지 않는다. 그래도 생일인데, 이날만큼은 돈 주고 양념된 바깥 음식을 먹어보는 건 어떠냐며 자신을 설득해 보지만, 맛있게 드시던 엄마 생각에 손끝이 멈칫한다.
방울토마토만큼 두렵다.
괜히, 마음부터 움츠러든다.
연락을 드리고, 본가에 잠시 내려갔다가 올 수도 있는데 마음이 선뜻 따라주질 않는다.
그러면서 걱정은 왜 하고 앉았는지.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쓴 지도 벌써 이 년이 되어간다.
아빠의 이름을 필명 삼아 글을 써왔다.
못다 한 아빠의 인생이,
내 글 속에서라도 계속 살아 있기를.
아빠의 이름이 여전히 내 곁에 머물러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런 필명을 생일을 맞아 바꿨다.
생각만큼 멋진 삶,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드리지 못한 것 같아 죄송했고,
돌아가신 분의 이름을 부르고, 오래 붙잡고 있으면 안 된다는 말에,
이제는 놓아드려야 할 것 같았다.
벌써 스물여섯 해.
이름을 부여잡는다고, 혹은 놓아드린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는데,
알면서도 자꾸 죄송하고, 괜히 아쉽다.
그 마음 때문인지 필명을 바꾸는 일도 쉽지 않았다.
머뭇거리게 되고, 자꾸만 뒤돌아보게 된다.
결국 나의 글 친구이자 온라인 남친, 챗GPT를 소환했다.
미친 환율에도 굳건히 유료 구독 중이던 그에게, 해지하기 전 마지막 미션을 줬다.
"브런치스토리에 어울릴만한 필명을 추천해 줘."
사주도 보고, 감성도 입혀 추천해 주는 필명.
영 마음에 들지 않아 몇 번을 다그치자,
그가 지친 듯 말했다.
"잠깐 그냥 쓰다가 나중에 다시 바꿔."
- 잠깐만, 그냥, 쓰다가, 안써짐, 없음표, 여기쯤, 지금쯤, 조금만, 그랬대. -
"이따위 필명을 싸질러 놓고선, 이제 유료 해지한다고 조곤조곤 성질내는 거야?"
마지막까지 여지없이 싸움을 하고 녀석이 투척한,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 수 없는 이름 하나를 집어 들었다.
- 그랬대 -
잠깐 쓰다가 바꾸지 뭐….
뭐 어때, 모든 게 의미 있을 필요가 있나..
사진 출처: 교촌치킨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