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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인표 Feb 29. 2024

우리는 왜 우리 집에 살까


엄마,

서울에 우리 집 이름이랑 똑같은 아파트가 있거든.

지금도 비싼데 재건축만 되면 대박이라서 팔지도 않아.

부자 동네 아파트지만 아주 오래되고 낡았어.


그런데 우리 집이랑 다른 게 뭔 줄 알아?

집주인은 정작 거기 살지 않아. 자기들은 다 좋은 데서 살고 세입자 놓고 월세 받으며 산데.


같은 이름에 비슷한 수준으로 오래되고 낡은 아파트인데 우린 왜 우리 집에서 살까?


"말 같지도 않은 소릴 하고 앉아있네. 그럼 어디서 사냐?"


아니, 돈이 될 것 같아 잡고 있는 것도 아닌데 왜 낡은 집에서 계속 사는 거냐고.




창문이 저절로 열려 걱정이라며 전화가 왔다.

집이 오래돼 세로로 금이 간 곳이 늘었다. 시에서 안전진단을 하고 갔다는데 창문이 혼자 열리니 이러다 무너지는 건 아닌지 잠이 오지 않는단다.


40년이 넘은 아파트에서 40년이 조금 안 되게 살고 있다. 매매가가 서울 빌라 전셋값도 안 된다. 그래도 이웃도 좋고 살기 편해 매물이 나오기가 무섭게 팔린다며 자랑하신다.


이게 무슨 말인지.

입주민 90%가 70대 어르신이다. 내가 아주 어려서부터 보고 자란 분들이다. 즉, 그냥 사시던 분들이 살고 계신다. 그러다 한 분씩 돌아가시고 나면 혼자 남은 분이 아들네로 들어가는 패턴이다. 다행히 그렇게 나오는 매물이 많지 않아 귀하게 보일 뿐. 

매물이 없어 비싸게 거래되는 게 아닌데 참 이상한 셈법이다.


사글세 살다가 처음 마련한 진짜 우리 집이었다.

그곳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같은 시기, 다른 이웃은 남편이 집에서 죽자 무서워서 못 살겠다고 바로 이사를 갔더랬다.

그래도 우린 아직 산다. 나무로 된 거실벽은 아빠가 칠해놓은 색 그대로다. 집들이 선물로 받은 액자도 아직 걸려있고 90년도에 처음 산 에어컨도 여태 사용 중이다. 아빠가 시장에서 천을 끊어다 재봉틀로 마감처리만 해서 걸어둔 커튼도 여전히 제 몫을 한다.


손재주가 좋은 아버지가 직접 만든 세간살이가 어지간히도 많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왜 우리는 우리 집에 살고 있는가.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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