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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인표 Feb 21. 2024

왜 그랬을까

사는 게 고달파서.



어제가 7번째 기일이었다. 

수없이 물어보고 싶었다.

"왜 그랬나요?"


장례식장에 들어서는 순간 10년을 만났다는 여자 친구를 한눈에 알아봤다. 어찌나 똑 닮았는지 남매라고 해도 믿을 판이었다. 전날도 평범하게 저녁 식사를 하고 헤어졌다는데 모두가 생각지 못한 장소에서 조우했다. 마지막 시간을 어떤 마음으로 함께 보냈을지 헤아릴 길이 없다. 조문을 마치자, 그의 동생이 내게 '질문'부터 건넨다. 


"형하고 마지막 통화를 한 게 언제예요?" 

모두가 같은 심경으로 궁금증만 주고받는다. 사소한 이야기라도 알고 싶은 동생의 표정이 간절하고 절실하다. 


뭐라도 알게 되면 마지막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까. 

어떤 말을 들어야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좀 더 해보지 그랬냐고,

살다 보면 다 괜찮아질 텐데 왜 그랬냐고,


살다 보니 살고 있던데,

살아보니 살아지던데,

더한 사람도 잘 살던데.



2023년.

3년 만에 병원 응급실에서 오빠를 마주했다. 어쩌다 몸을 그 지경으로 만들었는지 본인조차 모른다고 했다. 쓰레기로 가득한 오빠 집에 들어섰다. 거적때기 같은 물건 속에서 그의 시간을 수없이 상상해 본다. 

어떤 인생을 산 것인지, 무슨 생각으로 살았던 것인지. 쓰레기가 전하는 메시지를 알아채려 안간힘을 다했다.


그제야 7년간 되풀이하던 질문을 멈춘다.


고단했다. 시간이 고달팠다.

그도, 오빠도, 나도 고됐다.


뭐가 그리도 힘들었는지, 누가 이리 만들었는지, 어쩌려고 이렇게까지 놔버렸는지.


고달팠다는 한마디에 이유가 없어진다.

병원에서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고서야 7년을 괴롭히던 질문을 내려놓는다. 




-이제 좀 편하네.-
계획하고 마지막 바꿔놓은 그의 메신저 프로필이다. 

오랫동안 보고 있을 사람에게 참 잔인한 메시지다.


그래도,

<편하시다면 됐습니다.> 




사진출처: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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