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오후 4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인표 2시간전

공돈

空돈


천 원을 주웠다.

-관찰 카메라인가.-

1초를 10분처럼 고민하다가 주먹 안에 살포시 말아 쥐고 자연스레 걸었다.

가방에 넣지는 않았다. 가방에 넣어버리면 정말 내 것으로 인정해 버리는 것 같아서 차마 넣을 수 없었다. 마지막 양심 같은 거였다.


범죄라던데, 

훔친 건 아닌데, 초등학생도 돈을 주우면 파출소에 갖다준다는데, 이래도 되나. 

됨됨이를 자책해 보고, 누가 날 본건 아닌지, 시나리오를 서너 편이나 써 재꼈다.

-아니 이럴 거면 줍지 말지?-

... 내가 아니어도 누구든 주워갔을 돈이다. 


장소에서 조금 벗어나자, 횡재를 한 듯 발걸음이 가벼웠다.

천 원으로 뭘 할지 고민도 했다. 막상 치킨 한 마리도, 커피 한잔도 온전히 사 먹을 수 없는 금액이다. 

-내가 그러면 그렇지.-

만원이나 오만 원이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고작 천 원짜리 운빨을 탓했다.


골목 모퉁이를 돌고 나서야 가방 안에 넣어 진짜 내 돈이 되었다.


_

천 원이 필요했던 것도 아닌데 길에서 주운 돈이 만 원이었으면, 오만 원이었으면 하는 욕심이 생겼다. 장소를 벗어나자 불편한 마음이 홀가분해져 아무렇지 않게 돈을 가졌다.


수십억 재산이 있는데도 온갖 불법으로 재산을 증식하는 사람 마음이 이런 건가. 천만 원보다는 일억이 좋고 일억보다는 십억이 좋고.

길을 가다가 천 원을 주워도 횡재한 것 같은데 누가 그냥 돈을 가져다주면 오죽 좋을까.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을 테고 받다 보니 불편함도 없이 홀가분해졌겠지. 공돈이 내 가치인 양 큰 액수가 좋았겠지.


저런 것들도 그냥 사는데 고작 천 원을 가방 안에 넣기까지 생각이 참 많았구나.

괜히 천 원짜리 인생같이 나를 초라하게 만들어버렸다.



사진 출처: Unsplash의 Natalia Gasiorowska

 

매거진의 이전글 서글프다가 서러워질지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