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의 습관

by 빌려온 고양이


그런 바지는 어디서 사?

아 그, 언제 샀냐고 물어야 되나?

- 나의 해방일지 11화 중에서


20년도 더 된 옷들을 정리했다. 입을 만한데도 입을 수 없다. 발목 끝단과 어깨의 패드가 시대를 드러낸다.

입을 만하다는 말 뒤로 가난이 풀썩 쏟아진다.

가난은 냄새로만 드러나는 게 아니다.


기본 디자인이니까 괜찮겠지 싶어 입고 나간 날이면 가벼운 주머니 사정을 온몸으로 떠벌리는 기분이다. 자연광 아래서 보풀이 본색을 드러낸다. 앉고 서기를 반복하며 벌어진 시접도 끝내 숨지 못한다. 낡은 옷을 입은 게 아니라 오래된 형편을 입고 나온 것만 같다.


가난을 지워내듯 옷을 버리고, 형편을 떼어내듯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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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에서 오천 원짜리 꽃무늬 원피스를 하나 집어 왔다. 외숙모가 버리면 엄마가 받아 입곤 하던 꽃무늬 원피스가 떠올랐다.


불쑥 찾아온 기억이 가난을 불러냈다.

또 오천 원짜리 옷이나 사 입을 거면서.


가난의 습관은 생각보다 질기다.



사진 출처: Unsplash의 Alicia Christin Gera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