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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 Jan 31. 2022

뉴욕의 냄새

오년 만의 뉴욕이다.


비행기와 공항을 연결해주는 통로에서부터 풍기는 냄새가, 내가 뉴욕에 있음을 말해 준다. 14시간 비행한 사람치고는 힘찬 발걸음을 내딛으며 카페트 깔린 공항을 활보한다.


JFK 공항의 입국심사대. "You speak perfect English!", 입국심사관이 말한다. 미국 방문 목적, 체류 기간 등의 의례적인 질문을 하고는, 미국에서 공부했냐고 묻는다. 아니라고 말하자, 영어를 잘 해서 미국에서 공부한 줄 알았다고 한다. 뉴욕에서의 크리스마스가 기대되냐고 묻는 그에게 나는 신나서 록펠러센터의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며 타는 스케이트 같은 New York Christmas Cliché 목록을 읊는다. (뉴욕)시티에 사냐고 묻자 그는 그렇다며, 사실 로컬들은 그런 데 잘 안간다고 한다. 하긴 나도 서울 살면서 보신각 타종행사는 한번도 가본 적 없다.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들과 눈웃음이 오가는 스몰톡의 나라, 미국에 내가 왔구나!


코로나 덕분에(...) 해외여행을 한동안 못 다녔더니, 공항에서 다양한 인종이 섞여 있는 것부터가 눈에 익숙지 않았다. 한국인들만 보다가 (아니지, 집 밖엘 나가지 않으니 사람을 잘 안 보다가)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보니 눈과 뇌가 새로운 자극에 정신을 못 차린다.


택시 호객 행위를 가볍게 물리치고 Lyft를 불러 탔다. 목적지는 Upper West Side. 공항에서부터 약 40분정도 소요된다.


목적지에 도착. 오랜만에 보는 사람을 꽉 안으니 그의 체취가 달라졌음을 느낀다. "뭔가 미국 패치 된 것 같은데? 베이스 노트는 똑같은데 탑노트가 미국화(americanized)된 것 같아."


나는 냄새에 민감하다. 향수 취향도 까다롭다. 냄새로 추억을 상기시키는데 능하다. 연애 할 때 체취는 나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다(꼬순내).


이런 나에게 뉴욕은 특유의 냄새를 풍긴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냄새.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 냄새가 갖는 힘 아닐까? 향수를 직접 시향하지 않고 글로만 읽고 산 경우는 거의 실패였다. 이렇게 냄새나 향은 다른 차원의 감각을 자극한다.


오년 만에 맡는 뉴욕의 냄새가 달갑다. 그리고 이 곳에서의 나날들이 기대가 된다.



p.s. 뉴욕에서 산지 한달 째, 나의 체취도 미국화된 것 같다는 소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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