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민 Jan 31. 2022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문학작품을 읽어내려가다가 음악이 언급되면 꼭 그 음악을 바로 틀어 들어보곤 한다. 작가가 그 특정 장면에서 음악이라는 장치를 썼을 때의 의도가 궁금해서이기도 하고, 문학을 읽을 때면 나의 상상력이 증폭되곤 하는데 내가 상상했던 음악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궁금해서이기도 하다. 어떨 땐 나의 상상과 전혀 다른 느낌의 음악일 때도 있고, 상상한 것과 비슷한 느낌일 때도 있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에는


주인공인 폴(여성, 39세),


폴과 연배가 비슷하고 5년정도 만난 연인 로제(남성, 나이 미상),


폴을 보고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져버린 시몽(남성, 25세)이 등장한다.




폴과 로제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지만 로제는 폴을 두고도 젊은 여성과 바람피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자칭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남자' 이다. 로제가 주는 자잘하고도 치명적인 상처들에 슬퍼하지만 폴은 로제를 사랑하는 것을 멈추지 못한다. 그런 그들의 복잡미묘한 관계성 사이로 새로운 사람이 비집고 등장하게 되는데, 실내 장식가인 폴에게 실내장식을 의뢰한 고객인 테레즈 부인의 아들인 시몽이다. 클라이언트(테레즈 부인)의 집에 처음 방문한 날에, 실내복 차림의 다소 헝클어진 모습의 시몽을 맞닥뜨리게 되고, 시몽은 그 길로 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빠져든다.






시몽은 폴에게 음악회를 함께 가자고 하면서 쪽지를 보낸다.




"오늘 6시에 플레옐 홀에서 아주 좋은 연주회가 있습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어제 일은 죄송했습니다."


(...중략...)


"그녀는 브람스의 콘체르토를 듣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는 브람스의 콘체르토를 듣기 시작했다'는 문장이 끝나기가 무섭게 Brahms Concerto를 검색해서 듣는다. 그리고 다음 문장을 마저 읽어내려간다.




"음악이 끝나고 난 다음에야 그녀는 그 사실을 깨닫고 아쉽게 생각했다. 요즈음 그녀는 책 한권을 읽는 데 엿새가 걸렸고, 어디까지 읽었는지 해당 페이지를 잊곤 했으며, 음악과는 아예 담을 쌓고 지냈다. 그녀의 집중력은 옷감의 견본이나 늘 부재중인 한 남자에게 향해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자아를 잃어버렸다. 자기 자신의 흔적을 잃어버렸고 결코 그것을 다시 찾을 수가 없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그녀는 열린 창 앞에서 눈부신 햇빛을 받으며 잠시 서 있었다. 그러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그 짧은 질문이 그녀에게는 갑자기 거대한 망각 덩어리를, 다시 말해 그녀가 잊고 있던 모든 것,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던 모든 질문을 환기시키는 것처럼 여겨졌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자기 자신 이외의 것, 자기 생활 너머의 것을 좋아할 여유를 그녀가 아직도 갖고 있기는 할까?"






내가 느끼기에는 브람스의 피아노 콘체르토 1번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라는 그 짧은 질문이 그녀에게는 갑자기 거대한 망각 덩어리를, 다시 말해 그녀가 잊고 있던 모든 것,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던 모든 질문을 환기시키는 것처럼 여겨졌다.




라고 외쳐대는 것 같았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페이지를 읽어내려가며, 음악을 듣고 있는데, 문득 그가 나에게  질문이 떠오른다.




요즘은 왜 춤 안춰?














p.s.1. 작가인 프랑수아즈 사강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제목에서 문장부호가 물음표가 아니라 점 세 개로 이루어진 말줄임표로 끝나야 한다고 강조하였다고 한다




p.s.2. 폴이 들은 음악은 브람스의 피아노 콘체르토 1번이었을까? 알고보니 바이올린 콘체르토? 아니면 피아노 콘체르토 2번?




p.s.3. 내가 들었던 콘체르토는 다음과 같다

https://youtu.be/arKoBwtmuX0 

작가의 이전글 뉴욕의 냄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