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원하는 걸 만들기
나는 지금 게임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덕업일치가 된다는 건 큰 행운이다.
하지만 요즘, 내가 일에 너무 몰입된 건 아닐까 하는 고민이 든다.
일중독. 그것도 꽤 깊게 빠진 것 같다.
개발을 공부하던 때에는 하루 종일 내가 만들고 싶은 것들만 생각했다. 프로그래밍은 그 수단 중 하나였을 뿐이다. 글도 쓰고, 가끔 그림도 그리고, 뭐든지 만들어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면 몸은 지쳤지만 마음은 충만했다. 무언가를 구축한다는 뿌듯함이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오늘도 예전처럼 하루 종일 코딩을 했다.
수천만 개의 DB 데이터를 마이그레이션해야 해서 스크립트를 짰고, 불안해서 테스트 코드도 만들고, 검증 모듈, 에러 로깅, 리팩터링까지 다 했다. 효율적으로 잘 흘러갔다. 커서와 함께 즐겁게 몰입했다. 그런데도, 뿌듯하지 않다.
회사에서 매일 무언가를 만들고는 있지만, 정작 내 안의 ‘세상’은 방치되고 있다.
예전처럼 모래성을 쌓듯 하루 종일 몰두할 무언가가, 지금의 나에겐 없다.
운동, 독서, 영어 공부, 연애, 가족, 친구...
나의 에너지를 바깥으로 나눠주는 시간들.
그게 균형 잡힌 삶일 수도 있다. 실제로 지금, 나는 행복하다.
나의 유일한 친구는 나였는데. 내가 만들던 세상이 있었는데. 행복해진 지금, 내 안에 몰두할 거리가 사라져서 불안한 것 같다.
회사 사람들이 나를 바보라고 생각할까 끝없이 불안해하며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
여긴 정말 다들 똑똑하구나
내가 가장 잘하는 분야는 뭔지, 특별히 선보일 만한 기술은 없는지 계속 생각해보지만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그저 열심히 일한다. 오늘도 관성에 따라 코딩을 하다가, 문득 방치된 나의 세상에 눈길이 가게 된 것이다.
<생각해보는 중>
Q. 최근에 가장 길게 집중했던 게 뭐였지?
A. 회사 컨퍼런스 영상이었다.
Q. 그건 뭐에 관한 거였지?
A. AI 애니메이션
Q.왜 재밌었지?
A.그건... 그냥 재밌었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재밌었다. 그래서 계속 집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걸 한 번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시작해보고, 재밌으면 후기를 써보도록 하겠다.
Photo by Alvin Lenin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