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저희는 소명자료 제출하면 그만이에요

오늘의 집에서 겪은 황당한 구매 경험

by zwoo

얼마 전 나는 이사를 했다. 친구에게 오늘의 집을 추천받아 이것저것 물건을 사서 집을 꾸몄다. 오늘의 집에는 예쁜 것들이 정말 많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설치기사님들이 대부분 친절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이사를 하고 난 후, 출근하고 돌아오면 새로운 물건이 문앞에 와있는 행복한 나날이 이어졌다. 그 책장을 사기 전까지는.


https://m.ohou.se/productions/2073796


이 책장을 샀는데,






이렇게 선반이 겹쳐진 채로 배송이 왔다.


당혹스러웠다.


'분명 이 책장 조립을 담당한 사람이 존재할 텐데, 그 사람은 이렇게 조립해놓고 배송라인으로 보낸 건가? 혹시 회사에 억하심정을 품고 몰래 암살 시도를 하는 직원일까?'


처음에는 겹쳐진 선반을 빼보려고 했으나, 매우 꽉 끼어있어 무슨 짓을 해도 빠지지 않았다. 억지로 빼려다가 손톱을 다쳤고, 결국 포기하기로 했다. 교환 신청을 할까 했지만, 또 잘못된 상품이 올까봐 우려되어 반품신청을 했다. 그리고 확실히 하기 위해 다음날 아침 10시, 가구회사 운영 시작시간에 맞춰서 전화를 걸었다.


- 반품 신청하려고 합니다. 어제 앱에 반품 문의 남겼는데, 확인차 전화드려요.

- 오늘의 집에 연락하세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시키는 대로 오늘의 집 고객센터에 문의를 했다. 이날은 목요일이었다. 오늘의 집 담당자분께서는 최선을 다해주시는 것 같았다. 가구회사의 답변이 늦어져서 하루만 더 기다려달라는 문자를 계속 보내주셨다. 최종적으로 가구회사의 답변이 온 것은 그 다음주 월요일 오후였다.


- 고객님, 업체 측에서 선반을 빼서 사용하시라는 답변을 줬습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두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그 로쏘 가구라는 곳의 CS 직원이 사진을 제대로 못봤거나, 아니면 로쏘가구 사장이 악덕사장이라서 CS 직원을 협박중이거나.


- 선반은 무슨 짓을 해도 안 빠져요. 제가 영상을 자세히 찍어서 첨부할까요?

- 예 고객님, 그렇게 해주시면 제가 업체에 전달하겠습니다.


유난히 바쁜 날이었지만, 나는 최대한 빨리 퇴근을 해서 선반을 잡아빼내려고 시도하는 영상을 찍어서 올렸다. 이번에는 제발 내 상황을 정확히 이해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찍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10시, 가구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 집에 남자분 안 계세요?

- 네? 남자는 왜 물어보시죠?

- 남자분이 잡아빼보시면 빠질텐데.

- 네? (어이없어서 웃음)

- (같이 웃음)

- 지금 웃음이 나오시나요? 이 책장은 사용할 수 없어요. 반품처리 부탁드려요.

- 고객님 이건 고객님이 못하는 거지 불량이라고 하시면 안 돼죠.

- 반품 안해주시면, 소비자원에 얘기해보아야할 것 같아요.

- (웃음) 그러세요 고객님 저희는 소명자료 제출하면 그만이에요

- 네? 뭐라구요?

- 소명자료 제출하면 그.만.이.라.구.요.(한 글자씩 강조해서 말함)


이어지는 대화에서 상담원은 유상 반품 이야기를 꺼냈다. 납득하기 어려운 통화가 끝나고, 배송을 담당해주셨던 분께도 전화를 걸었다. 오늘의 집에서 배송해주는 것이 아닌 업체 자체배송이라고 적혀있었기에, 해당 가구업체 직원이거나 관계자일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 사진 보내드렸어요. 원래 이렇게 선반이 겹쳐져서 배송되나요?

- 그런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고..

- 네?

- 그거 잘 빼면 빠질걸요?

- 처음에 설치해주시려다가 제가 시간이 안 되어서 문앞에 두고 가시기로 한 건데, 그럼 설치는 어떻게 하시려고 했어요?

- 설치하면 제가 빼드렸죠.

- 그럼 미리 말씀을 해주셨으면 제가 집에서 직접 설치를 받았죠. 앞으로는 이런 건 미리 말씀해주세요.

- (웃음) 네~!


두 차례의 당황스러운 통화를 끝으로 나는 소비자상담센터 사이트에 민원을 접수했다. 며칠 후, 답변이 왔다.



<소비자 상담센터 답변 전문>

안녕하십니까. 1372 소비자상담센터입니다.
귀하께서 올려주신 내용은 잘 살펴보았습니다.

본 센터는 소비자와 사업자간 분쟁 발생시 「소비자기본법」 및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등 관련 법규에 따라 해당 물품·용역의 수리, 교환, 환급(반품), 배상 및 계약의 이행 또는 해제·해지 등의 합의권고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본 센터의 합의권고는 법원의 판결과 같은 강제력이 없어 양 당사자 중 한쪽이 합의권고를 거부할 경우 해결이 어려울 수 있으며 본 센터는 피신청인(사업자)에 대한 수사 및 시정조치, 행정제재 등의 권한이 부여되지 않아 피신청인측에 이를 강제할 수 없음을 양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올려주신 내용으로 보아 오늘의 집을 통해 가구(책장) 구입후 선반탈거 및 정위치에 재설치가 불가하여 민원접수하신 것을 이해됩니다. 우선 귀하께서 올려주신 내용을 토대로 업체측에 서면발송을 통해 중재처리 하여 유선상으로 안내드린 바와 같이 다음과 같은 처리결과를 회신 받아 전달해 드립니다.

○ 업체 회신 내용
- 불량 사유로 무상반품 요청 - 파트너사측 확인시 고객님 오조립으로 인한 부분으로 제품 불량이 아님 - 파트너사측에서 예외적으로 반품처리는 가능하나, 반품 운임비 30,000원 발생 - 고객님 입장에서는 상품 수령 당시 선반이 겹쳐 있던 부분으로 주장 - 상기 내용으로 중재차 초도 배송비 환불 불가 전제로 고객님께서 반품비 30,000원 지불 동의시 , 당사측에서 입금내역 확인 후 반품비 30,000원 지원 안내시 고객 동의 - 입금 후 추후 재문의 예정 .
유선상으로 위 내용은 귀하께도 확인한 상황이며 2차 조정(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신청)관련 여부 안내도 드린 상태입니다.
안타깝게도 만족스럽지 못한 답변 전달드리는 점 양해부탁드리며 저희 1372소비자상담센터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이 물건을 조립한 적이 없다. 조립은 업체에서 했다. 그리고 오조립과 하자가 어떻게 다른지도 모르겠다.

오늘의 집 측에서는 보상을 제공해주겠다며 유상반품 비용 3만원을 지원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이 제품을 처음 구매할 때 착불배송비로 이미 만이천원을 지불했다. 그리고 지난 며칠간 돈보다도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정말 엄청났다.


나는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개발과 관련된 글만 쓰자는 원칙을 세웠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잘해왔다. 하지만 이번 경험을 어딘가에 털어놓지 못한다면 무력감과 슬픔을 감당할 길이 없을 것 같았다. 가까운 가족, 친구들에게 내가 사기 당한 일을 구구절절 자세히 이야기하는 것은 그들도 속상하게 만들 것 같아서 싫었다. 말하다 보면 감정이 격해질 것 같아서 더더욱.


그래서 여기에 적게 되었다. 감정은 덜어내고, 겪은 일 위주로 담담하게 썼다. 어딘가에 자세히 털어놓고 나니 조금 마음이 가벼워진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독자라면, 가구를 구매할 때 조심하기를 바란다. 아 그리고 참고로, 오늘의 집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그들은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나를 도왔다.(돕는 중이다. 반품 절차가 현재진행형이므로.) 제발 어서 이 책장이 내 눈앞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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