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다미리* 선생님의 책 제목을 인용했습니다.
"나는 내 인생이 단조롭게 끝날까 봐 그게 가장 큰 불안이에요"
라고 까치의 동생(a.k.a 조쉬)이 말했다.
시댁 가족들과 함께 남해여행을 다니던 순간이었다. 흐린 날씨로 또렷한 풍경을 볼 수는 없었지만 어느 작은 해변을 지나는 순간. 나는 마음 깊숙한 곳에서 묘한 감동을 느꼈다. 그리고 여행 내내 그 말을 가족들에게 외치며 다짐 아닌 다짐을 했다. 단조롭게 살고 싶지 않다는 것. 어쩌면 이것은 내가 쉽게 정의하지 못했던 나의 갈증이었다.
내면과 외면을 가꿔 멋진 모습으로 사는 것도 좋고, 화려한 아름다움 속에 파묻혀 사는 것도 탐나는 삶이지만 내게는 '다채로움'에 대한 열망이 컸다. 종종, 내 삶이 단조롭게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은 무척이나 괴롭다. 와중에 다행스러운 것은 나에게 다채로움이란 꽤 복잡하지 않다는 것. 본능적으로 하고 싶은 것, 계획 없이도 몸이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하루를 꽉 채우면 충분하다는 점! 이 얼마나 가성비 좋고 효율적인 성향인지!
여행 이후, 다채로운 인생을 위해 챙길 것과 버릴 것을 나눠 본격적으로 몸을 움직이기로 했다. 물론 아직 잘 되진 않지만 머릿속에 목록화해서 지내다 보면, 얼떨결에 아차차 하고 생각나기도 한다.
그래서 내가 놓치지 않고 챙겨야 할 것이 무엇이냐면..
- (잠시라도) 자연과 가까운 일상
- 관심사에 대한 계획 없는 배움(그림, 운동 등)
- 아름답고 유용한 것들에 대한 수집(글, 사물, 음악, 영상, 그림 모든 것)
- 호기심과 탐구욕을 잃지 않는 '순수'의 마음
- (아주 잠시라도) 디지털을 제거한 아날로그의 삶
- 타인에게 "엥?" 하는 소리를 듣는 선택들
반대로 버리고 다녀야 할 것은
- 통찰 없는 무미건조한 대화(부동산 및 자녀 양육 방식에 대한 개인적 견해 없는 소모적 대화 등)
- 트렌드 그 이상으로 반짝이는 대중적인 것(유행템, 추천 여행지, 꼭 가야/사야 할 리스트 등)
- 짧고 핵심적인 콘텐츠들(인스타그램, 숏츠/릴스, 요약 영상, 잘 고른 플레이리스트 등)
- 세상의 모든 '카더라' 통신
- 쓸데없는 자극, 쓸데없는 불안(*주의*)
- 일주일 후면 절반 이상 사라질 걱정들
이런 것들이 있겠다. 실천적인 것들로는 완전한 자연 속에 파묻혀 지내보고 싶어 발리!!를 가보기로 했다.(우붓의 정글 라이프.. 나도 즐겨봐야겠음) 그리고 예전부터 로망으로 품고 있던 아크릴/유화 그림도 배워보기로 했다. 그냥 그러기로 한 건데도 마음에 온갖 색들로 가득 차 있다. 화실에 가기 전 내 마음속 빛은 요란한 형광 빛...(별)
휴대폰 속의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어플도 지운 채로 꽤 오랜 시간 지내고 있다. 특히, 예전엔 잘 몰랐는데 휴대폰 속 어플들을 노트북으로 구동해 사용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찌나 불편한 일인지. 휴대폰으론 30분 넘게 낄낄거리던 패턴도 '노트북'이라는 단 하나의 쿠션을 먹였을 뿐인데, 10분도 안 돼서 쉽게 흥미가 떨어진다. 분명 같은 내용인데 휴대폰이냐 노트북이냐의 차이로 이렇게 감흥이 달라질 수가 있나! 덕분에 내가 좋아하는 지인이나 아티스트들의 콘텐츠만 짧고 굵게 열람할 수 있다는 엄청난 강점이 있다. 아아.. 옛날의 내 시간들이여..
다가오는 더운 날에도 자유롭고 다채롭게 살아가자. 단조로움으로 무장한 모든 것들을 비우고 또 버려가는 부단한 노력도 함께.
*단조로운 삶에 대한 경고를 날려준 조쉬님께 다시 한 번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