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될까?

2021. 02. 04

by stay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람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모두에게 호감받는 사람은 정해져있다.

대개는 친절한 사람이 그런 편이다. 사람이라면 친절하고 스윗한 호의에 감사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자본주의 미소가 가득한 친절이 가끔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역시도 친절이다.

그 사람이 가진 조건 안에서 베풀 수 있는 최대한을 보여준 것이니까.

나는 친절을 좋아하고 사람들도 친절을 좋아한다. 남편은 맛이 없어도 친절한 식당을 좋아한다.


요즘 나는 친절함이란 한 사람의 인격이기도 하지만, 나에 대한 용기란 생각이 든다.

당신은 친절한 사람인가? 라고 묻는다면 난 네니요. 정도로 대답할 수 있는 걸 보아, 난 용감하지 못한 쫄보다.

나는 유독 낯선 이에 대해 뾰족하게 굴곤 한다. 웃음도 잘 나지 않고, 목소리는 더 짙게 깔린다.

은연 중에 두려움을 안고 있다. 불안함을 즐기는 성향 탓일까? 나는 낯선 이들이 늘 불안하다.


혼자서 여행을 할 때도 마찬가지.

나에게 호의를 갖고 도움을 주려는 외국인들에게 무조건적으로 움츠러들고, 도망다니듯 그 자리를 피했다.

총이라도 들면 어떡하지? 내 주머니는 왜 쳐다보는거지? 테러범은 아닐까?

그렇게 놓친 인연들이 참 많다. 피렌체에서도, 바르셀로나에서도 그리고 서울, 부산에서도.


친절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괜찮을거라 생각했다.

친절한 사람은 그 사람만의 타고난 DNA같은 것이 있어서, 나랑은 다른 길을 걷는 사람이라 여겼다.

하지만, 친절하지 않을수록 불안해진다는 것을 느낀다. 친절은 타인을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구나. 친절한 사람이 되지 않으면 큰일이 날 지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인생의 아웃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