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06. 06.
삶이 무료하다고 느껴질 때,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선물함에서 꺼내듯 챙겨본다. 열네 살에 가장 친한 친구를 처음 만나고, 열다섯에 처음으로 짝사랑도 해봤다. 열여섯엔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처음으로 상처도 받아봤던 것 같고. 열일곱, 열여덟엔 감수성이 폭발했다.
열아홉, 스물엔 세상이 끝날 것처럼 우울했다. 졸업반 땐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쿨한 시기도 있었다. 스물다섯이 넘어가면서는 연애를 열심히 했고, 서른을 앞둘쯤엔 후회도 덤으로 많이 남겨놨다.
최근 회사에서 심리 테스트 같은 걸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무심코 해봤는데 나는 미래보다 과거에 머물러있길 좋아하는, 과거를 계속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진취적이지 못해 속상하다가도 좋은 과거들이 있어 다행이다 싶다. 과거의 기억을 더듬으면 나는 늘 뭉클해진다. 두꺼운 안경을 쓰고 아등바등 남몰래 사랑하고 따라 하고 소망했던 시절들이 모두 귀하다.
여전히,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일엔 취약하다. 오늘이 과거가 된다는 것 그거 하나만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이왕이면 아름답고 멋진 과거를 만들어보자는 마음을 더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