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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y Aug 17. 2021

실감 없는 죽음

시아버지가 떠난 일주일


가족이 죽었다. 

일주일이 지난 오늘까지도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가장 슬픈 사람은 내 남편이겠지만, 남편보다 심신이 미약한 나는 더욱 큰 슬픔에 잠겨있다. 오늘만큼은 시아버님이라는 격식을 갖춘 단어보다 시아버지라는 말을 쓰고 싶다. 우리 시아버지는 사람들이 종종 갖는 시댁에 대한 공포나 편견을 날려버리셨던 멋진 분이었다. 

악수와 포옹을 먼저 건네고, 사랑한다는 말을 서슴없이 할 줄 아는 멋진 사람. 나는 결혼 후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시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상큼이라는 별명도 얻었고.


가족이 죽고, 

내게 죽음이라는 단어는 더욱 어려워졌다. 슬픈 생각의 끝에는 '내가 잘못한 것이 있었나', '전생에 어떤 부끄러운 짓을 삼았던 건 아닌가' 하는 초조함과 죄책감도 동시에 따라온다. 


가족은 죽을 것이다. 

유한한 시간 속에 더 많은 가족이 죽을 때 나는 강해질 수 있을까. 조금만 슬퍼하고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늘에 먼저 간 시아버지는 답을 알고 계실까? 


나는 나의 시아버지가 남은 우리를 보살피느라 애쓰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그저 편안하게 호흡하고,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며 평안에 머물고 계셨으면 한다. 그렇다면 나는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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