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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움이 사라진 세상

모든 것이 가공된 것들

by 이다한

오늘도 우리는 자연스럽게 웃지 못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어느덧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말하고, 가짜 웃음은 진짜 웃음처럼 들리며, 사회는 ‘비즈니스 룩’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표정을 규격화했다.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자연스러운 삶을 잃어버린 걸까?


내가 기억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순간은 아마 어릴 때, 부모님과 산책을 나갔을 때일 것이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그냥 하늘을 보며 걷고, 풀밭에 누워 구름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때, 자연은 그 자체로 완벽했다. 특별한 이유가 없었지만, 그저 '있음'으로서 모든 것이 충분했다. 하루하루가 충만하고, 복잡한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점차 '자연스러움'을 잃어버렸다. 우리가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이 변했다. 오늘날 우리는 자연을 '소유'하거나 '활용'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이곳을 찾아가야 하고, 저곳에서 사진을 찍어야 하며, 우리의 경험을 '상품화'해야 한다. 물론, 그 과정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때때로 그 모든 계획된 움직임 속에서 자연스러운 감정과 연결이 끊어지는 느낌이 든다. 우리는 계획에 따라, 스토리에 맞춰, 예상된 행동을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인위적인'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디지털화된 세계에서 우리는 진짜를 찾는 법을 잃어버리고, 그 대체물로 인공지능과 가상 현실을 더 많이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가 찾던 자연스러움은 이제 고요한 숲 속이 아니라, 스크린 너머의 인공지능 챗봇 속에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 감정이 없는 기계 속에서 '진짜' 나를 찾을 수 있을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공유한 음식 사진이나 여행 일기는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이 있었다. 그때는 그저 기록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행동들이었고, 그것이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지금은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에 맞춘 이미지, '좋아요' 수를 신경 쓰는 게시물들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자신을 찾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자연스러움을 갈망한다. 이 세상에서 우리가 가장 원하는 것은 '진짜'의 감정이 아니던가? 인위적이고 가공된 모습 속에서 우리는 점차 마음이 고갈되어가고, 그 빈자리를 채우려는 욕구는 더 커져만 간다. 그러나 그 욕구를 채울 수 있는 것은 결국 '자연'밖에 없다. 우리가 잃어버린 자연스러움은 결국 자연 그 자체가 아니라, '내 안의 자연'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자연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바람과 함께 흐르는 시간이 우리를 끌어당기고, 그 속에서 우리는 잠시 멈추고, 진정으로 자신을 만날 수 있다. 누군가 말했듯, “자연은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는다.” 오늘도 나는 다시 한 번 자연을 찾으러 나가려 한다. 혹시 그 속에서 잃어버린 나의 자연스러움을 되찾을 수 있을까,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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