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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몰개성의 시대

개성의 시대는 저물었다

by 이다한

한때 ‘개성’은 사회를 살아가는 데 가장 강력한 무기처럼 여겨졌다. 남들과는 다른 취향, 고유한 색깔, 뚜렷한 철학을 지닌 사람들이 주목받고, 그들의 존재가 곧 콘텐츠가 되던 시대가 있었다. 특히 SNS와 유튜브 같은 플랫폼이 확산되며 개성은 수익이자 정체성으로 기능했고, 모두가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개성은 점점 ‘소비되는 이미지’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비슷한 감성, 비슷한 스타일,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정형화된 취향 속에서 개성은 오히려 “팔기 쉬운 형태”로 포장되어 유통됐다. 진짜 개성은 귀찮고 낯설다는 이유로 배제되고, 다수가 익숙해하는, 그럴듯한 ‘몰개성’이 주류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현대 사회는 속도와 효율을 중시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점점 더 많은 부분에서 자신을 숨기고 조율하게 된다. “튀지 말 것”, “어울릴 것”, “눈치 볼 것” 같은 사회적 압력이 내면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모두에게 불편하지 않은 버전의 나’로 살아가게 된다. 이는 결국 몰개성의 강화로 이어진다.


몰개성의 시대에는 차별화보다 동질감이 우선시된다. 비슷한 옷을 입고,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한 감정을 표현하면서 우리는 서로 “이질적이지 않음”에 안도하게 된다. 이 흐름 속에서 진짜 자기다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점점 고립되거나, 너무 피곤해져 스스로를 접기도 한다.


결국, 개성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숨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저 지금은 “드러내는 개성”이 아니라 “지키는 개성”의 시대. 진짜 나를 드러내기엔 너무 피곤하고 위험한 시대.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시대일수록 그 한 줌의 진짜 개성이 더욱 빛을 발할지도 모른다. 개성은 저물지 않았다. 그저 더 조용하고 깊은 곳에서, 때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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