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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는 지능이다

진지해지면 망가진다

by 이다한

유머는 지능이다

첫째, 유머는 단순한 웃음을 넘어선 복잡한 사고 과정을 필요로 한다. 농담 하나를 만들어내기 위해선 언어적 유희, 상황 판단, 타인의 관점 이해 등 다양한 인지 능력이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지식을 많이 아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지능이다. 유머는 창의력과 재치가 융합된 결과물이다.

둘째, 유머는 타인의 감정을 읽고 공감하는 능력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사람을 웃긴다는 건 단순히 말장난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어떤 방식의 유머에 반응할지를 읽는 감정지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같은 농담이라도 상황과 청중에 따라 웃음이 되기도 하고 불쾌함이 되기도 하는데, 이를 구분해내는 것이야말로 고도의 사회적 지능이다.

셋째, 유머는 종종 복잡한 개념이나 불편한 진실을 우회적으로 전달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풍자와 패러디는 사회 구조나 권력 관계를 비판하면서도, 청중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며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구사하는 사람은 단순한 농담꾼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력과 상상력을 갖춘 사람이다.

넷째, 유머를 이해하고 반응하는 것도 지적인 활동이다. 어떤 유머는 언어적 암시나 문화적 배경 지식을 전제로 한다. 그 농담을 웃으며 받아들이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과 맥락 파악 능력이 요구된다. 그래서 웃음은 때때로 집단의 소속감을 확인하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유머는 삶을 유연하게 만드는 지적 유희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도 농담을 던지고 웃을 수 있는 사람은 문제를 다각도로 바라보는 사고 능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삶의 아이러니를 웃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 그것이야말로 인간 지능의 가장 세련된 표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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