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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다는 전제 없이 공감은 위험하다

나는 나고 남은 남이다

by 이다한


공적으로 지위가 다른 상태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위험하다. 누군가는 권한을 갖고 있고, 누군가는 그것에 영향을 받는 위치에 있다면, 공감은 단순한 감정의 나눔이 아니라 ‘동등한 위치’라는 착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특히 위에 있는 사람이 너무 쉽게 “나도 똑같아”라고 말하면, 그 말은 그 자체로 착각을 만든다.


문제는, 지위가 낮은 쪽에서 이 공감대를 진심으로 받아들일 경우다. 자신도 어느 정도의 발언권이나 선택권이 있는 것처럼 오인하게 되지만, 결국 구조는 그대로이고 권력은 여전히 한쪽에 쏠려 있다. 그렇게 형성된 가짜 공감은 언젠가 반드시 파국을 낳는다. 처음부터 ‘우린 다르다’는 걸 인정하지 않고 시작된 감정의 동조는 결국 일방적인 실망으로 돌아온다.


공감은 사적인 관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그마저도, ‘우리는 다르다’는 전제가 깔린 상태에서만 안전하다. 사적 관계 안에서 공감한다고 해도, 상대방이 나와는 다른 배경과 권력을 지닌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공감이 책임을 동반하게 되고, 그 책임이 감정이 아닌 행동으로 연결될 수 있다.


공감은 평등한 감정이지만, 현실은 비대칭이다. 그래서 더더욱 공감이라는 말을 함부로 꺼내선 안 된다. “나도 그래”라는 말이 때로는 “나는 너 위에 있지만, 너의 아픔을 이렇게 쉽게 말해도 괜찮을 만큼 가볍게 본다”는 무의식적 메시지로 전달될 수 있다. 조심스럽지 않은 공감은 폭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공감하고 싶다면, 먼저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지위의 간극, 영향력의 차이, 권한의 유무를 스스로 인식하고 있을 때 비로소 진짜 공감이 시작된다. 그 인식이 없이는, 공감은 결국 위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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