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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가 혐오를 만드는 게 아니라 혐오가 오해를 만든다

오해를 풀려 할수록 관계가 망가졌던 이유

by 이다한



오해는 종종 관계를 멀어지게 만든다. 서로 잘 몰라서 상처를 주고, 그게 오해로 번져 결국 감정이 나빠진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정말 모든 오해가 순수한 ‘몰라서 생긴 것’일까 의문이 든다.


어떤 오해는 처음부터 오해가 아니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불편함, 시기, 반감 같은 것들이 먼저 있었고, 오히려 그 감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상대를 ‘오해’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싫은 감정이 먼저 생기고, 그 감정을 합리화하기 위해 왜곡된 해석을 덧붙이는 식이다.


결국 오해가 혐오를 만드는 게 아니라, 혐오가 오해를 만든다. 이미 싫어하고 싶었던 마음이 먼저였고, 그 마음을 덜 부끄럽게 하기 위해 ‘저 사람은 원래 이상한 사람’이라며 오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억울하게 왜곡당하는 사람은, 아무리 해명해도 소용이 없다.


이걸 알게 된 후, 억지로 오해를 풀려 하지 않게 됐다. 오해를 핑계 삼아 혐오를 발산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설명도 닿지 않는다. 그런 관계에서는 나 자신을 지키는 게 먼저고, 내 진심을 굳이 증명하려 애쓸 필요가 없다.


어쩌면 진짜 중요한 건, 나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사람과 연결되는 일이다. 혐오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세상 속에서, 억울해하지 않고 나를 지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살고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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