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에 대한 변명
중간이 익숙하다. 중간으로 굴면 적당한 거리가 유지되고 감정 소모도 덜 수 있으니 감정 기반형 인간인 내게 이것은 쾌적한 삶을 유지하는 중요한 방법 중에 하나였다.
그런데 이 방법은 인간관계에서나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처럼 보이지, 이외에 여러 상황에선 이도저도 아닌 우유부단한 결과만을 내놓는다. 인간관계에서도 단순히 그 사람과 마음 안 다치고 만난다 정도에 긍정적인 효과 정도일 뿐 , 결국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에게까지 공감하는 척 하는 꼴이다. 내 시선이, 내 발언이 혹여 갈등의 씨앗이 될까 중간으로 굴고 만다.
중간으로 굴면서 당장 맞닥뜨린 불편한 상황을 무마하기에만 급급했다. 그리고 그렇게 모든 관계가, 모든 상황이 자연스럽게 전개되는 것에 안도감을 느꼈다.
하지만 중요한 걸 생략하고 있었다. 회피보단 정면에 서서 불편한 관계와 상황을 마주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불편한 지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겪으며 경청과 수긍, 반론 제기 구조에 자연스러워지는 것이 중간으로 구는 것보다 훨씬 만족스러운 전개 방식일 수도 있는데, 생략했다.
결국, 이도저도 아닌 우유부단한, 모든, 결과는 이런 식으로 만들어졌는지도 모른다.